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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제의 불조심⑤] 동물들의 떼죽음 부르는 ‘축사 화재’ 대부분 전기 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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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또 동물들이 영문도 모른채 불길에 휩싸이며 죽어갔다. 주로 돼지, 소, 닭 등이 희생양이다. 산불, 주택 화재, 공장 화재 등 화재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축사 화재는 이들과 좀 다르다. 화재의 직접적인 피해를 맞게 되는 동물들은 대피가 불가능하다. 그냥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될 뿐이다.

 

지난 12일 새벽 5시 즈음 경상남도 산청군 오부면에 위치한 돼지농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돼지 240마리가 폐사당했다. 어마어마한 면적을 태워버렸다. 돈사 규모가 119평(396제곱미터)이었으며 피해액만 1억5000만원에 달했다. 농장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51명이었으며 소방차 등 장비도 17대나 투입됐다.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동물 피해가 컸다.

 

 

통상 축사 화재는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오래된 축사는 전선의 노후화로 피복이 벗겨져 누전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김성제의 불조심 5번째는 동물들의 비극, 축사 화재를 다뤄보려고 한다. 현직 소방관(인천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운영지원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성제 겸임교수(건국대 대학원 안보재난관리학과)는 19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전체 축사 화재의 70% 이상이 전기 문제로 야기된다고 입을 뗐다.

 

국가 화재 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축사 화재의 원인은 전기적 요인이 많다. 무려 76%나 차지한다. 당연히 노후화된 축사는 그런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날 가능성이 높다. 통계적으로는 (전기 난방으로 인해)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더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여름철에 발생했다.

 

아무래도 전기 문제가 확실한데 누전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전류가 엉뚱한 곳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축사 관리가 꼼꼼히 이뤄지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되면 ‘절연’ 기능이 마비된다. 

 

전기 합선보다는 누전으로 추정된다. 절연체가 오랫동안 관리없이 방치되면 거기에 먼지와 습도가 중첩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전로가 형성되어 흑연화가 진행되고 절연체였던 것이 도전체로 변화된다. 이런 것들이 연쇄적으로 반복되다 보면 스파크가 튀고 발화가 되어버린다.

 

소방관 경력 20여년의 김 교수는 수많은 축사 화재를 진압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기적 요인 외에도 다른 축사 화재의 원인들이 있는지 물었다.

 

낙뢰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 낙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축사에는 피뢰침 같은 것이 설치가 되어 있지 않다. 의무 규정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축사 주인들만 피뢰침을 개인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그 다음 담뱃불 등으로 인한 부주의가 있고 고의적으로 방화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다른 화재들과 달리 축사 화재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것은 축사 특성상 거의 외진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소방서마저도 꽤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속하게 출동하려고 해도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게다가 보통 화재가 발생하는 시간대는 심야 또는 새벽이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다.

 

 

축사 화재는 인명 피해를 내진 않지만 동물들의 떼죽음을 일으킨다. 가축도 재산이라고 치면 다른 화재들에 비해 재산 피해 비율이 상당하다.

 

축사 화재는 보통 인명 피해는 잘 없다. 사람이 축사에서 잠을 자지 않기 때문이다. 근처에서 숙식을 하더라도 다른 건물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다른 화재에 비해 재산 피해가 막심하다. 가축도 재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축사 화재는 전체 화재 중에서 1.85% 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재산 피해는 5.4%가 나온다. 건당 재산 피해가 상당히 크다.

 

축사 화재 자체를 예방하기 위해 매뉴얼을 만들어서 축사 주인들에게 배포하고 실질적으로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축사 화재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서 임시 공간을 조성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화재 초기에는 축사에 있는 동물들을 대피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방 활동의 목적은 우선 인명 피해를 줄이고, 그 다음 재산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제일 좋은 것은 당연히 예방하고 경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이 났다면? 가축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다. 초기 진화를 할 수 있으면 소화기 등을 동원하여 빨리 진압하고 여의치 않다면 안전한 곳으로 가축들을 대피시켜야 한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가축들을 옮겨놓을 수 있는 임시 우리같은 것을 만들어 놓거나 확보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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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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