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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제의 불조심②] 방음 터널에서 화재로 5명이나 죽었는데 “왜 매번 사후약방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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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시공 간편하다는 이유로 불에 취약한 소재 사용
대피할 때는 차키 꽂아 두고 대피해야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지난 12월말 발생했던 방음 터널 화재로 인해 5명이 숨졌는데 짚어볼 대목들이 많다.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김성제의 불조심 두 번째 주제로 선정했다. 터널은 어둡고 밀폐된 공간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전국에는 불에 취약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방음 터널이 많다. 

 

12월29일 낮 1시49분 경기도 과천시 길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IC 인근 방음 터널에서 시뻘건 화염이 일어났다. 터널을 집어삼킬 만큼 큰불이었는데 이 화재로 안타깝게도 5명이 사망했으며 3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불은 트럭에서 시작됐다. 폐기물 수거용 집게 트럭이었는데 안양에서 성남 방향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엔진 쪽에서 불이 났다. 트럭 운전자 63세 남성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량 엔진 쪽에서 연기가 나서 차를 갓길에 세웠는데 불이 났다”고 진술했다.

 

 

사망자들은 모두 반대편 차선에서 운전하던 사람들이었다. 과천소방서에 따르면 바람의 영향으로 유독가스를 직격으로 맞았던 만큼 모두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이번 화재는 분명 도로에서 일어났지만 교통사고로 볼 수는 없다. 이처럼 교통사고에 따른 강한 충돌로 화재가 촉발되지 않은 도로 화재 사례는 얼마나 되는 걸까? 뭔가 드물 것 같긴 않데 없진 않았다. 김성제 겸임교수(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현 인천남동소방서 재난대응과장)는 “드물긴 하다”면서도 앞으로도 방음 터널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2020년 8월에 수원시 영통구 하동 IC 고가차로에서 이번 사고와 유사한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었다. 이때는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런 사례는 좀 드물긴 하다. 다만 불에 취약한 소재로 만든 방음 터널이 전국적으로 많은 만큼 이런 사고가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방음 터널의 소재가 플라스틱이라 순식간에 불이 커졌고 유독가스를 뿜어내서 인명 피해를 키웠는데, 김 교수는 한국의 방음 터널 소재와 달리 선진국에선 확실히 불연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을 환기했다.

 

조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사고 터널은 아크릴 소재 즉, PMMA(폴리메타크릴산메틸)로 설계 시공이 되었다. 방음 터널의 경우 PMMA라든가 PC(폴리카보네이트), 강화유리, 이렇게 세 종류로 시공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진국은 보통 강화유리로 시공을 많이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장 안전한 불연성 강화 유리로 방음 터널 건설을 강제하는 법이 없다.

 

2016~2017년 이때 도로 터널 방제 시스템 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이 만들어졌지만 불연, 난연, 방염 성능을 갖춘 설비를 해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 그래서 PMMA 소재로 방음 터널을 만들어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전국적으로 PC도 아니고 강화유리도 아닌 PMMA 소재로 만들어진 방음 터널이 꽤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PMMA는 화재에 취약할까? 김 교수가 알기 쉽게 설명했다.

 

PMMA는 인화점이 280℃ 정도다. 또한, 불이 붙으면 녹아내리기 때문에 불덩이가 생긴다. 그 불덩이가 떨어지면서 화재는 순식간에 퍼진다. 이 물질은 정말 화재에 취약하다. 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시공이 쉽다는 이유로 많이 사용되었다. 불덩이가 계속 떨어져서 화재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불이 차량에서 방음 터널로 옮겨 붙었고 전체적으로 불이 확산되었다고 한다. 수원에서 발생했던 화재 터널 역시 강화유리로 재시공된다고 한다. 이렇게 계속 사후약방문식으로 일 처리가 되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이번 화재에서 터널 진입로 차단시설은 한쪽만 작동했다. 안타깝게도 반대쪽 안양 방향 차단시설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평소에 점검이 제대로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 김 교수에게 물어보았는데 비상용 발전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에서도 최초 불이 난 전동차보다 불이 옮겨 붙은 반대편에서 피해가 더 컸다. 그만큼 초동 대처와 안전장치가 미흡했었다. 그때 터널 관리자는 수사 과정에서 차단막이 화재가 나면 자동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수동으로 작동하는데 화재가 발생해 전기가 끊어져 작동시킬 수 없었다고 변명한 바 있다. 전기로 작동되는 수동 차단시설은 우리 소방서에도 있다. 보통 관공서는 유사시를 대비해 비상용 발전기가 있다. 터널 같은 중요 시설에도 비상용 발전기가 상시 구비되어서 상황 근무자들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번 화재로 무려 5명의 소중한 목숨이 희생됐다. 이처럼 터널 화재로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국가에서 해결해야 할 시설 안전 문제가 있겠지만 개개인이 알아야 할 안전팁이 중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차량에 소화기가 있다면 초기 대응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만약 초기 상태라면 차량의 소화기를 이용해 화재를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7인승 이상의 차량에만 차량용 소화기를 비치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는데 1년 후인 2024년 12월부터는 5인승 차량에도 소화기 비치가 의무화된다. 또한 터널에는 50미터마다 옥내 소화전이 있다. 그걸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불이 커져서 초기 진화가 어려워지면 과감하게 자동차를 포기해야 한다. 특히 시동을 끄고 차키를 그대로 놔둔 채로 이탈해야 한다.

 

초기 진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그냥 차를 포기하고 몸만 빠져나와야 한다. 이때 차를 비상주차대나 우측 갓길에 댄 후 시동을 모두 끄고 차키를 그대로 둔 채 대피해야 한다. 왜 키를 놔두라고 하냐면 소방대원들이 차를 이동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사고 수습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다음은 긴급 대피하는 요령인데 최대한 유독가스를 덜 흡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터널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는 유독가스에 대한 질식사의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젖은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자세를 낮추고 대피해야 한다. 출구와 가까우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으로 탈출해야 한다. 연기는 바람의 방향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연기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당연히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탈출하다 보면 소방법령에 의해 250미터마다 피난 연결 통로가 설치되어 있을텐데 그 통로를 통해서 반대 차선으로 탈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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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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