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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제의 불조심①] ‘노인 화재’ 초기 진화보다 신속한 대피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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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그동안 평범한미디어는 교통, 화재, 수해 등 안전 보도를 비중있게 취급해왔으나 모든 안전 사고를 다 다룰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심지어는 사망 사고 자체만 보더라도 너무 많이 일어나서 전부 다루지 못 했다. 그런 와중에 일반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화재 안전 팁이나 제도적 개선점 등을 짚어주지 못 하는 목마름을 느꼈고 이에 따라 앞으로 현직 소방관(인천남동소방서 재난대응과장)인 김성제 교수(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안전학과)를 비롯 각 분야 전문가를 1명씩 선정해 정기적으로 중요한 안전 사고를 정해서 알기 쉽게 다뤄보는 기획을 해보고자 한다. ‘김성제의 불조심’은 격주에 한 차례 화재 사고 하나를 정해서 안전 팁, 구조적인 문제, 법적 처분 등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기획 코너다.

 

 

첫 번째로 다룰 이슈는 지난 5일에 있었던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아파트 화재 사고다.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 4시쯤 상계동의 아파트 단지 7층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불이 난 것 같았다. 아니다 다를까 곧바로 새빨간 불길이 치솟아 올랐고 주민 100여명이 자다 말고 급히 대피했다. 인명 피해가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미처 빠져나오지 못 한 70대 할아버지 한 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화재는 30여분만에 소방대원들에 의해 진화되었으며 노원소방서는 불이 거실 부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불이 거실 부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아 콘센트 또는 난방기구의 과열이 의심되었다. 누가 일부러 방화를 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실제 노인들이 홀로 거주하는 집에서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비교적 큰불이 아니더라도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노인 화재 문제에 대해 김 교수는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의 통계를 거론하며 설명했다.

 

꽤 빈번하다. 소방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이 있다. 여기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화재의 18%가 주택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파트도 공동주택으로 분류되니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여기서 사망자의 비율은 47%에 달한다. 이 안에서도 70세 이상은 사망률이 무려 30%가 되니 전체 나이대에서 비교해 보면 꽤 높은 수치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 9년 동안 화재조사 업무를 한 적이 있다. 그 경험에 미뤄봤을 때 이번 사고의 경우 인재 가능성(고의 방화)을 제외한다면 전기적인 요인으로 추정된다. 습도가 높은 장마철이나 건물 자체가 노후화되었을 때는 누전에 의한 화재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이 아니기 때문에 난방기기 과열로 인한 화재가 제일 의심된다.

 

 

평범한미디어에서도 누차 보도한 바 있듯이 노인들은 일단 집에서 불이 나면 아무래도 신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젊은 사람에 비해 신속히 대피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결국 화재 질식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 김 교수는 노인들이 화재를 최초로 감지하기까지의 시간이 꽤 오래걸린다고 밝혔다.

 

그렇다. 당연하다.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전체 사망자의 78%는 질식으로 인해 숨을 거둔다. 대부분의 사인이 질식인 것이다. 사망자의 시신을 부검하면 후두 부분에 그을음이 발견된다. 주택 화재에서 인명피해는 주로 주간보다 야간, 특히 심야시간대(22시 이후)가 가장 높다. 수면을 취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그만큼 대처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경우 신체적으로도 반응이 늦지만 제일 문제는 인지 반응도 비교적 늦다는 것이다. 화재가 발생했다는 걸 얼른 알아차려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노인들의 경우 젊은 사람들에 비해 빨리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래서 노인들은 장애인과 함께 대표적인 ‘재난 약자’로 분류된다.

 

소방당국에서는 고령층을 재난 약자로 명명해 부른다. 재난 약자에는 노인 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한 사람들까지 포함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이런 재해가 닥쳤을 때 빨리 대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노인들이 특히 재난에 취약한 것은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어느 나라를 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책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특히 홀로 사는 노인들은 저녁 시간대 잠자리에 들 때까지 주의를 덜 기울여서 화재를 자초하는 부분들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난방기기를 계속 틀어놓는다든지, 냄비에 물을 올려놓고 깜빡한다든지 등등인데 김 교수에게 구체적인 사례들을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요즘 같은 엄동설한의 날씨에 홀로 사는 노인들은 전기장판을 애용한다. 그런데 겨울이 아닌 계절에 전기장판을 보관할 때는 장판을 방석처럼 곱게 접어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장판 안에는 열선이 있는데 이렇게 접어서 오랜 시간 동안 보관하게 되면 안의 열선이 망가져 합선이나 누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기장판을 보관할 때는 되도록 접은 상태에서 오래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실 다른 난방기기의 과열 문제나 냄비를 오래 끓이는 문제 등은 본인이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 밖에 없다. 사골국 같은 경우 오랜 시간을 끓여야 한다. 어르신들이 자녀나 지인들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으로 사골국을 오래 끓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깜박 잠들거나 망각하여 변을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김 교수는 독거 노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신경써서 챙기는 게 중요하다면서 화재 안전 팁을 지속적으로 알려줘서 주지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노인 본인이 조심하는 것도 좋지만 주변에서 사회복지사나 관련 종사자, 자녀나 주변 지인들도 한 번씩 이 부분에 대해 신경써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종종 몇 번씩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 이런 화재 주의사항을 이야기해주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이 자리를 빌려 국민들에게도 주변 노인들에게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결국 1차적인 예방 팁은 항상 조심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평범한미디어는 그동안 노인 화재 문제를 다룰 때마다 ‘유케어 시스템’을 언급해왔다. 유케어 시스템을 전국 모든 독거 노인들에게 의무 적용하여 위급 상황이 자동적으로 소방당국에 전달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예산 배분을 위한 정치적 우선순위다. 현실적으로 모든 독거 노인의 집에 유케어 시스템을 깔기 어렵다면 이거라도 해보자. 급한대로 단독경보형감지기와 같은 재래식 화재 감지기 같은 것이라도 갖고 있으면 노인들에게 화재를 빨리 인지시키는 데 어느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 교수는 없는 것보단 낫다고 했지만 유케어 시스템을 대폭 확대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확실히 없는 것보다 낫다. 다만 유케어 시스템은 소방 관할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관할이다. 사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유케어 시스템은 보건복지부 예산으로 시범 운영 이후 전국적으로 꽤 오래 전부터 추진했던 시스템이다. 그러나 아직 일부 가정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재래식 화재 감지기도 좋지만 유케어 시스템과 비교해서는 좀 부족한 것 같다. 메타버스 시대에 이런 것들을 잘 연동하는 기술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두 말 하면 입 아프겠지만 노인은 야간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꼼짝 못 하고 화마에 그대로 당해야 하는 것일까? 김 교수에게 ‘노인 맞춤형 생존법’을 물어보았다.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한 팁인데 제일 중요한 것이 대피하는 거다. 화재에 뭔가 대응하려고 하지 말고 최우선적으로 대피하고 봐야 한다. 현장을 벗어나야 한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낮보다 심야가 더 위험하다. 일단 화재를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화재 대피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화재 대처법 중 하나에 ‘초기 진화’가 있다. 주변 소화기나 진화 물품을 이용해 불이 더 커지기 전에 초장에 잡는 방법인데 노인이나 어린이 등 재난 약자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다. 초기 진화할 시간에 차라리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 남들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대피하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다. 왜냐면 본인 스스로가 재난 약자이기 때문이다. 일단 인지가 되면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제일 좋다.

 

김 교수는 베테랑 소방관으로서 오랫동안 노인 화재에 대응해왔을 것이다. 현장에서 봤을 때 제도적으로 어떤 걸 좀 보완했으면 좋겠는지 물어봤다. 김 교수는 거듭해서 유케어 시스템을 강조했고 이와 관련 화재 감지 기술이 좀 더 개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유케어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최대한 확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생소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이 시스템에 대한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보급 확대는 아주 당연하다. 또한 감지 기계의 기술 개발을 통해 연기와 열에 더 잘 반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유케어 시스템의 기능을 개선하여 어르신들의 생체 리듬을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내장하면 좋을 것 같다. 안전 복지 차원에서 이 시스템이 독거 노인 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한 젊은 사람들 그리고 이 시스템이 필요한 모든 집에 설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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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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