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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3수 도전에 ‘급했던 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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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5선 국회의원이지만 정치적 존재감이 미미했던 만큼 어떻게든 당권을 쥐고 싶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무소속)는 현실적으로 2020년 8월 전당대회에서는 이낙연 대세론이 강한 만큼 당선이 어렵다고 보고 그 다음 전당대회를 노렸다. 어차피 이낙연 전 대표는 대권 도전으로 1년짜리 당대표만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송 전 대표는 2016년 8.27 전당대회와 2018년 8.25 전당대회에 두 차례나 출사표를 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2021년 5.2 전당대회에서는 무조건 당선되기 위해 칼을 갈았다. 실제로 3수 끝에 당권을 거머쥐었다. 그 이후 권력욕을 맘껏 드러냈다. 2022년 3.9 대선에서 패배하고 1년만에 당대표를 사퇴한 송 전 대표는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20년간 지켜왔던 지역구(인천 계양을)를 버렸다.

 

어찌됐든 당대표가 되기 위해 칼을 가는 노력의 과정을 거쳤는데, 그 과정은 고액의 정치컨설팅을 받는 것과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뿌리는 것 2가지로 채워졌다. 막연하게 출마에 의의를 두는 단계를 넘어 당선이 되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던 것 같다.

 

 

11일 송 전 대표가 고액의 정치컨설팅을 어떻게 받게 됐는지에 대한 검찰발 피의사실들(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김영철 부장검사)이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3일 구속된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는데, 이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2020년 4월부터 소위 ‘정무기획회의’를 만들어서 당권 잡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정무기획회의에는 송 전 대표를 비롯 공익법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 소장 이모씨, 박씨가 포함돼 있었다. 이곳에서 정치컨설팅 업체 ‘얌전한고양이’에 내부 여론조사와 컨설팅을 의뢰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문제는 연간 최대치가 1억5000만원에 불과한 정치자금으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래서 박씨는 사실상 송 전 대표의 결재를 받아서 먹사연의 자금을 끌어다가 비용을 대납하도록 했다. 그 액수가 9240만원(여론조사 의뢰비 550만원+컨설팅비 8690만원)에 달했다. 물론 송 전 대표는 박씨가 비용을 대납시킨 사실을 모를 수도 있지만 얌전한고양이 대표 전모씨가 컨설팅 결과(SYG 좌담회 결과 보고)를 직접 보고했던 먹사연 사무실 자리에 참석했던 만큼 그럴 가능성은 낮다. 특히 박씨는, 전씨가 보낸 비용 견적서에 수신자로 송 전 대표(송영길 의원님)를 명시했지만 비용 대납 사실을 숨기기 위해 먹사연으로 바꾸도록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즉 먹사연이 얌전한고양이에 컨설팅을 의뢰한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3개나 작성하도록 했다.

 

여기까지가 김영철 검사가 파악한 수사 내용의 요지인데 박씨는 변호인을 선임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박씨측은 “구속영장에 송 전 대표는 거론도 없다”면서 “먹사연 용역보고서는 자체 의사결정으로 진행된 일”이라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얌전한고양이의 분석 결과에 따라 2021년 5.2 전당대회에 나섰는데 구체적으로 △이번에는 당선 가능성 높음 △친문재인계 지지도 매우 중요 △2040세대 약세 극복할 대책 마련 △노동운동 이력 부각해서 긍정적 이미지 확산 △인간적인 멘토 이미지 메이킹 △정책 이슈를 선점할 킬러 콘텐츠 제작 등의 어드바이스를 얻었다.

 

 

이걸로는 모자랐는지 송 전 대표는 강래구씨(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와 이정근씨(전 민주당 사무부총장)를 통해 민주당 경선 캠프 소속 몇몇 지역본부장들과 현역의원들에게 돈봉투가 건네지도록 했다. 불법적인 정치자금은 사업가 박우식씨와 스폰서 김모씨로부터 나왔다. 이씨는 2022년 9월30일 구속됐고(1심에서 징역 4년6개월과 추징금 9억8680만원 선고), 강씨는 5월8일 구속됐다. 이씨는 소위 ‘이정근 노트’로 불릴 만큼 돈이 건네진 흐름과 목록을 꼼꼼히 정리해놨고, 강씨는 당초 현역의원들에게 300만원씩 돌린 혐의를 부인하다가 첫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국회의원 제공 명목으로 윤관석 의원에게 3000만원을 건네준 부분을 인정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4월부터 이정근 노트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됐는데 이씨의 개인 비리를 수사하던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이씨의 스마트폰을 포렌식해서 통화 내역을 확보하게 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검찰은 극렬하게 부인하고 있는 송 전 대표가 이번 돈봉투 게이트의 최고 정점에 있는 것으로 보고, 국회사무처를 압수수색해서 민주당 의원들과 송 전 대표 전직 보좌진의 국회 출입기록을 확보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검찰은 윤관석 의원이 전당대회가 임박한 시점(2021년 4월28~29일)에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20명의 동료의원들에게 돈봉투(각각 300만원)를 건넨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동선 체크 등 물증을 확정하고 있다. 이미 시점과 장소가 특정됐다. 윤 의원이 4월28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한 이성만 의원 등 10명에게 돈봉투를 전달했고, 다음날(4월29일) 의원회관을 직접 돌며 추가적으로 동료의원 10명에게 돈봉투를 줬다는 것이다.

 

앞으로 검찰이 강씨가 인정하는 3000만원과, 추정하고 있는 6000만원(300만원 x 20명)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갈지 주목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1일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관련 “검찰은 추측할 것이 아니라 증거에 의해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그것을 국민한테 알려주는 것이 도리”라며 “우리가 보기에는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했는지 지금까지는 드러난 바가 없다. 검찰은 추측성·정치적 행동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진실을 밝히는 데 좀 더 주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4월24일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한 이후로 연일 검찰에 대한 저주를 쏟아내며 요란하게 저항하고 있다. 심지어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검찰이 과거 최순실씨의 태블릿PC를 조작했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며 이렇듯 검찰이 자신의 의혹을 얼마든지 조작해서 만들어내고 있다는 식으로 강변하고 있다.

 

태블릿PC가 최순실씨 것이라면 빨리 최순실씨에게 돌려줘야 되는데 지금 한동훈 장관이 안 돌려주고 있다. 증거 조작이 드러날까봐. 이것도 이상한 것이다. 보통 우리가 내 PC라든지 핸드폰을 만약에 검찰이 압수수색해 가면 그것을 이미징을 뜨고 나서 돌려준다. 개인 재산이니까. 지금까지 안 돌려주고 있다. (이런 주장을 지금 하는 이유가 검찰이 그동안 조작 수사를 해왔고 이번에 송 전 대표의 돈봉투 수사도 조작했다는 말씀을 하고 싶은 건가?) 그건 내 개인적인 문제고 굳이 그것과 연결된 거 아니다. 물론 지금 반부패수사2부 김영철 부장이 한동훈 계보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이렇게 금도를 넘는 송 전 대표의 언행에 대해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송 전 대표의 전략은 검찰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절대악과 맞서 싸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며 “솔직히 극우 유튜버 변희재씨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원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아래와 같이 자제를 촉구했다.

 

송영길 대표도 변희재와 함께 태블릿PC를 보고 국정농단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송영길 대표가 저러한 행동을 하는 것보다는 조금 자숙했으면 좋겠다. 지금 민주당이 얼마나 위기로 가고 있는가. 송영길 대표의 보좌관이 구속됐다. 한동훈 장관이 국회에서 돈봉투 받은 국회의원이 20명이라고 얘기했다고 하니 차곡차곡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를 따르던 의원들과 사법적 문제를 좀 잘 대처하고 국민들에게 어떻게 됐든 송영길 대표로 인해서 문제가 됐다면 좀 자숙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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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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