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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외모는 권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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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가진] 최근 자료 서칭을 하다 우연히 2008년에 출고된 칼럼을 보았다. 칼럼에서는 각 정당의 여성 정치인들을 언급하며, 그들의 미모를 논했고 이에 대해 ‘여성 정치인의 강점’ 이라고 주장했다. 칼럼에서도 거론되었듯이 흔히 ‘미모는 권력이다’는 말이 있다. 미모가 뛰어난 여성은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남성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각 정당과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자리에 미모의 여성들이 전진 배치되는 것에 대한 판단도 달라지고 있다. 1990년대까지는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난에도 직면했다. 하지만 이제는 탄탄한 전문 지식과 사회적 성취를 바탕으로 자신의 꿈을 현실화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진출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이런 추세를 ‘알파걸’이란 신조어로 표현한다. 활동적이고(Active), 리더십을 갖췄으며(Leadership), 끈기(Patience)와 열정(Heart), 야망(Ambitious)까지 두루 갖춘 여성이란 뜻이다. 한국형 알파걸의 대명사는 이 여성 대변인들이 되는 셈이다. 미모와 지성을 갖춘 여성들은 자신의 매력을 무기로 정치판의 거친 수컷들의 세계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미모가 뛰어난 여성이 사회의 권력자라면, 그 권력은 누가 부여한 것일까? 타인에 의해 부여된 권력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정치적, 사회적 권력자들은 타인에게 강제적으로 임무를 부여할 수 있지만, ‘미모 권력자’들은 그럴 수가 없다. 타인이 자발적으로 갖다바친 헌신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모가 시들거나, 추종자들이 자신에 대한 대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갖다바친 충성심을 쉽게 거두어들인다. 가령 신포도 취급을 하거나, 극단적으로는 폭력적 언행을 가하기도 한다.

 

최근 길거리를 지나가다 한 남성이 번호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좋은 말로 거절하니 ’꺼지세요‘라고 말하고 가더라. 여성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다들 이런 에피소드에 공감하는 반응이었다. 미모는 절대로 권력이 아니다. 미모가 진정 권력이라면,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경력을 쌓고 정계로 진출한 공당의 여성 정치인들을 소재로 이러한 품평 칼럼이 쓰여지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남녀를 불문하고 얼굴을 알려야 하는 직업군에서 외모가 뛰어난 건 강점이 될 수 있다. 허나 양날의 검이다. 얼마든지 외모 품평과 부당한 대상화의 기제로도 작용할 수 있다. 방송에서 유명 여성 정치인들의 외모 우열을 대놓고 가렸던 2010년대의 무례함처럼, 바야흐로 모두가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요즘 누구나 언제 어디서 외모 품평을 당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예쁘고 아름다워서 갖게 되는 ‘미모 권력’이란 게 실존하긴 하는 걸까? 실존한다면 그건 과연 권력이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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