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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다이 인생⑰-1] 이영주가 노동운동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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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의 노조 이야기
인간소외, 노동소외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 전국결집(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영주 공동대표는 인터뷰를 넘어 ‘노동권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많은 것들을 물었는데 질문마다 긴 답변이 불가피했다. 8년 전 박근혜 정부의 노동 후퇴에 저항하기 위해 민중총궐기 집회를 기획했다는 이유만으로 2년 넘게 수배 생활을 하다 구속까지 된 이 대표였다. 역대급 반노동 기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집권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12월28일 15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 가서 이 대표와 만났다. 사전에 이 대표와 식사를 했는데 본 인터뷰를 위한 빌드업이 됐던 것 같다.

 

 

이 대표는 교사 출신이라 그런지 노동조합 등 노동 문제에 대해서 알기 쉽게 풀어서 이야기를 들려줬고 이내 넋을 놓고 듣게 됐다. 인터뷰 말미에는 노동운동가로서의 삶이 아닌 교육자로서의 이 대표가 갖고 있는 교육 철학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먼저 현재 주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물어보았다.

 

원래 교사였는데 지금은 해고된 상태다. 주로 하고 있는 일을 말하는 것이라면 노동운동이다.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현재 이제 전교조 해고자로서 노동 인권 교육에 중점을 두고 일을 하고 있다. 그 다음에 이제 운동 쪽으로는 좀 더 계급적인 노동자 현장 조직을 재건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그 작업을 하고 있다. 그 두 축으로 지금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정확히 전교조 참교육 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독고다이 인터뷰를 할 때마다 힘든 점을 물어보고 있는데 이 대표에게는 어떤 답이 돌아올지 정말 궁금했다. 이 대표는 “우리 안에 알게 모르게 녹아 있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노동운동을 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독재의 시대와 맞서 싸운 운동권 인사들은 스스로 부인할지 모르지만 파시즘적 성향을 탑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에 김누리 교수(중앙대 독어독문학과)가 강의하면서 했던 말이 있다. 정확히는 브레이트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파시즘이 남긴 가장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긴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요즘 이 말이 가장 와닿는다. 어떻게 보면 운동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그 다음에 파시즘을 없애겠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들의 일 처리 방식은 너무나도 파시즘적이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어떤 결정적인 순간 또는 자기 생각을 관철하려는 순간에는 파시즘적 성향이 드러나 버린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태어나 살아왔다. 기성세대는 한국의 반민주적인 독재 체제 하에서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아무리 거부하려 해도 그 피가 흐른다. 그러다 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 때가 있다. 우리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 사람들 속에서 그러한 면을 발견하게 될 때마다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그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할 수는 없다. 그걸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다.

 

 

우리 안의 파시즘을 느낄 때마다 깊은 고뇌를 하게 된다는 이 대표는 결국 ‘조직 안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풀어냈다.

 

내부 갈등이라 말할 수도 있다. 그 다음에 문제를 시스템에서 찾지 않고 개인이나 상대방에서 찾으려고 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해소하고 상대방에게 이걸 어떻게 인식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 지점을 해결해야 사회 변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끼리의 갈등도 해소하지 못 하면서 어떻게 사회 변혁을 이루겠는가?

 

조직 내부에서 타인과 빚게 되는 갈등의 과정을 겪다 보면, 알게 모르게 자기 내면에 있는 파시즘적 성향이 싹트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옛날에 말했던 것처럼 우리 안에 있는 박근혜도 못 쫓아내면서 실제 박근혜만 쫓아내면 뭐 하겠는가? 사회 변혁은 내 속에 있는 나 자신의 변혁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는 어렵다. 그래서 나와 함께 운동하고 있는 사람,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내 주변의 사람들의 마음 속까지 서로 함께 변혁해나가자라는 생각이 요즘 나의 관심사다.

 

좀 더 구체적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갈등 국면으로 나아갔는데 이 대표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차별하는 ‘노조의 양면성’에 대해, ‘사회 시스템의 문제’에 주목하지 못 하고 개별적 행위자들을 물고 늘어지는 행태를 지적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다. 그러나 우리는 자꾸 그 개인을 비난하다 보니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서로 적대시하게 된다. 정규직들을 그렇게 만든 건 시스템의 문제다. 정규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사회의 본질적인 시스템을 바꾸지도 못 한 채 개인의 싸움으로 소모되면서 노노 갈등만 유발되었다. 본격적인 자본과의 싸움을 함께 해내지 못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일종의 갈라치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부추겨서 그 화살이 위로 향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비정규직 제도는 자본이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래서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이고 간에 그 본질을 봐야 한다. 노노 간의 적대감을 갖는 것은 기득권의 의도에 제대로 말려드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계속해서 이 대표에게 일반 시민들이 갖고 있는 ‘노조에 대한 궁금증과 오해’를 주제로 묻게 됐다. 무엇보다 작은 사업장에 노조가 결성될 수 없는 배경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줬는데 역시나 현행법이 걸림돌이었다.

 

현재 한국에서는 100인 이상 사업장에만 노조가 존재한다. 나는 정규직 노조에 가서 당신들은 (상대적으로) 귀족노조가 맞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300인 이상 기업의 노조는 복지 제도도 안정적이고 급여도 안정적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안정적인 노동자만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이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언론이나 자본 세력이 귀족노조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이들을 공격하는 데 있다. 그래서 공격 받는 노동자들은 우리는 귀족노조가 아니라고 반발한다. 그런데 사실 귀족노조냐 아니냐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상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사업장에만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현재 한국에서는 대체로 100인 이상 사업장에 노조가 존재한다. 나는 정규직 노조에 가서 당신들은 (상대적으로) 귀족노조가 맞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300인 이상 기업의 노조는 복지 제도도 안정적이고 급여도 안정적이다. 한국에서는 안정적인 조건의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가입하기 수월하다. 다만 이건 잘못된 노동관련법의 문제이지,  그 노동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언론이나 자본 세력이 귀족노조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이들을 공격하는 데 있다. 그래서 공격 받는 노동자들은 우리는 귀족노조가 아니라고 반발한다. 그런데 사실 귀족노조냐 아니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사업장의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자로 인정하고 또한 노조를 설립하기 쉽게 만들어진,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이 문제의 본질이다.

 

핵심은 법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그 조건 하에 최선을 다해서 노조를 만들었고 그래서 100인 이상 사업장에 노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나머지 노조가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는 정규직 노조 때문이 아니다. 한국의 자본 관할 하에 있는 노동법이다. 그런데 이 비판을 엉뚱하게도 노조를 만든 사람들에게 쏟아내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한 후 정규직 노조부터 ‘노조법 개정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근로기준법 테두리 안에 들어가지 못 한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 봤자 어떤 보장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괜히 노조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핵심은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문제라는 것이지 귀족노조 그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하고 노동법으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 작년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1호 공약으로 ‘신노동법’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것 역시 프리랜서와 1인 자영업자 등까지 노동법 체제 안으로 포함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대표는 우리 내면의 파시즘으로 인해 갈등관계에 빠진 적이 많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회의주의자는 아니다. 결국 사람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앞서 내부 갈등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는데 이 힘든 점들을 극복하는 원동력도 결국 사람들인 것 같다. 인터뷰 제목이 ‘독고다이’인데 이 표현이 뭔가 나랑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늘 팀 단위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이 결국은 내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나를 지지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게 되는 것 같다.

 

이후 이 대표에게 인생 전성기와 같은 시절이 있었는지 질문했다. 일단 이 대표는 자신이 참여했던 노동계의 굵직한 이벤트들을 열거했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나는 사안들은 일제고사 투쟁, 그 다음에 전교조 법외 노조, 민중총궐기 투쟁, 2017년 민주노총 총파업 등이 있다. 나는 행운아였다. 왜냐하면 내가 참여한 이 운동들이 다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승리한 노동 운동 사례가 많지 않다. 심지어 일제고사도 다시 부활하려고 하는 추세다. 하지만 그 당시에 일제고사는 완벽하게 폐지하는 데 승리했었고 법외 노조도 대법원 판결까지 가서 승소했다. 그 다음 민중총궐기와 6.30 민주노총 총파업도 박근혜 퇴진 등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 냈기 때문에 나름 일정 부분 승리했던 투쟁이라고 본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 경험으로 인해 내가 성장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도 이해하게 되었고 세상이 어떤 건지도 좀 보였다. 어떻게 투쟁하고 어떻게 전선을 만들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대표는 현재가 전성기라고 강조했다. 주요 이벤트들을 열거한 것은 그런 성과들이 모여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질문을 받으면서 생각해 봤는데 내 인생의 전성기는 현재 같다. 앞서 말한 경험들이 누적되어 오늘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경험, 나쁜 경험 모두 나를 성장시켰기 때문에 내 인생에서 가장 완성도를 달성한 날은 오늘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도 ‘고독하다, 외롭다, 쓸쓸하다‘와 같은 감정을 자주 느낄까? 생각보다 이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감정에 빠져 있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고독하다는 감정을 10대, 20대 때 주체하지 못 할 정도로 많이 느꼈다. 심지어 자살 충동도 들었었다. 이러한 감정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던 시간이 참 많았다. 30대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육아나 일 때문에 바빴고, 늘 피곤했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었다. 그런데 조금 더 나이가 들면서 내가 느꼈던 외로움이나 괴로움, 쓸쓸함의 본질을 느끼게 되었다. 내 개인만의 감정이 아니었다. 근본적으로 인간소외, 노동소외의 문제였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학교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시스템적 접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내 문제라고 생각하고 우울증에 걸린다.

 

사회의 구조적 시스템이 잘못되어 내가 사는 것이 힘든데 사람들은 항상 자기 자신을 탓한다. 이 대표는 젊었을 적 고통 속에서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는데 사람들은 항상 내 탓을 한다.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동네 건달 동철(박중훈 배우)은 오랫동안 취준 생활로 힘들어하는 세진(정유미 배우)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참 착해요. TV 보니까 프랑스 백수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때려 부수고 개지랄을 떨던데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다 지탓인줄 알아요. 지가 못나서 그러는 줄 알고. 에휴. 새끼들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다 정부가 잘못해서 그런 건데. 야 너 스스로 욕하고 그러지 말아. 취직 안 된다고. 니 탓이 아니니까 당당하게 살아. 힘내 씨발. 

 

나아가 이 대표는 ’인간소외와 노동소외‘에 대한 개념을 정리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지금 우울중 약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우리는 왜 이걸 사회적 시스템으로 인식하지 못 하고 있을까? 여기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우울한 사람들이 많은데도 사회를 뒤집자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은 굉장히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가 그만큼 폐쇄적이라는 이야기다. 인간소외, 노동소외의 핵심은 내가 도구이자 하나의 부속품이라는 생각이 들다가 나는 내 삶을 주도하지 못 한다, 내 삶은 의미가 없다는 느낌을 사회로부터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문제는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10대, 20대 시절에 온전히 개인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으로는 바뀌는 것이 없다. 이 대표는 사회운동을 대안으로 삼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

 

개인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은 결국 술을 마신다든지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아니면 밤새 노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걸로는 해소되지 않는다. 가족이나 친구를 만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게 사회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면 달라진다. 이 사회의 구조가 나를 쓸모없게 만들고 도구화시켰다면 사회 구조를 바꾸면 된다. 이게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전까지의 노동조합은 단순하게 내 목소리를 내고 권익을 주장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 인간소외, 노동소외를 완전히 극복하는 해방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 고독을 이기는 방법? 결국 나와 함께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순간 그 감정들은 극복된다. 청년들에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한 담론이 많다. 이 대표는 이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고 말하지 않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사회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노동조건을 보면 아예 노조법이나 근로기준법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세계적인 기준으로 봐도 굉장히 뒤떨어진 노동 악법이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의 상당수는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리게 하는 작업들이다. 일하는 사람들 모두 노동자로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의 주요 목표다. 더 나아가 자본 중심의 세상이 아닌, 보다 평등하고 인간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사회적인 목표다.

 

그게 이 대표의 목표다. 그러나 구태여 성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뭔가를 이뤄내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운동은 과정이다.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취 자체는 크게 목적을 두거나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냥 오늘 하루하루를 운동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이 삶이 변질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내 이상이다.

 

 

이제부터 개별 질문이다. 노동계 숙원사업들이 아주 많지만 지금 가장 핫한 것은 단연 노란봉투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헌법에서 노동 3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은 사측의 거액 손해배상 소송으로 무력화되기 일쑤다. 이 대표는 정말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먼저 이 대표는 한국의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이 노동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는 점부터 재차 못박았다. 어떤 행간이 있는 걸까?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이 현재 한국에서 노동자와 관련된 2개의 핵심적인 법이다. 그런데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이해하지 못 할 때가 많다. 한국의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은 우리가 흔히 ‘노동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에서 보면 상당히 이상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일제고사 예시처럼 우리는 늘 이런 법 테두리 안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걸로 생각한다. 그러나 일제고사를 보는 나라는 굉장히 드문 것처럼 이상한 구조의 법을 가지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과거 프랑스인과 대화를 했는데 한국 근로기준법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 하더라. 노동계에 몸담고 있는 프랑스인이었는데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왜냐하면 프랑스에는 근로기준법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 같은 경우 노동법이 존재하는데 노동 관련한 헌법의 기준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이 노동과 관련한 헌법의 성격이 아니라 아주 자잘하게 하나하나의 항목을 다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법이 노동자를 위한 건지 자본가를 위한 건지 잘 봐야 한다. 결국 문제는 노동과 관련된 헌법적 기준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 대표가 지적한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헌법이 큰틀에서 노동의 기준을 포괄하지 못 한다면 자본이 다분히 유리해진다. 노동권을 짓밟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거듭해서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을 직격하며 파업권이 무력화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은 기본적으로 노동 헌법과 같은 성격의 노동법이 존재한다. 그것을 어기려면 노사 간의 단협으로만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노조법이나 근로기준법에서 넘어설 수 있는 선들을 다 규정해준다.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은 노조와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한 법이다. 한국에서는 노동자, 노조를 위한 노동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이 만든 노조와 파업을 통제하는 노동조합법과 근로자를 통제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이 두 개의 법만이 존재하지 노동자를 대변하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파업이다. 노동 3권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이 파업인데 그 파업 자체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노조법 3조다. 여기에는 이러이러한 경우에는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거꾸로 말하면 노조법에서 언급하는 조항만 아니면 배상을 마음껏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노조법 2조의 맹점이 핵심이다.

 

노조법 2조 같은 경우에도 ‘이런 이런 사람만 노동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도 바꿔 말하면 이 조항에서 말하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노동자로 대우를 받지 못 하는 것이다. 만약에 법을 만들 거면 노동조합에 가입했으면 다 노동자로 대우해야 하고 ‘노동조합이 진행하는 파업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본의 입장에서 노동자를 분할시키고 자본의 입장에서 파업의 성격을 규제하는 게 노조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는 노조법 2조와 3조를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법 2조는 바꾸는 순간 한국의 노동자에 대한 범위와 규모가 완전히 뒤집어진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굉장히 이 부분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에 대해 반노동 정당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매번 이런 저런 핑계나 대면서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반노동 정당이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는 것은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있다시피 손놓고 있다. 국민의힘 핑계를 대며 하지 않고 있는데 본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같은 입장이라고 봐야 한다.

 

서론이 길었다. 하지만 앞부분의 내용들은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설파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빌드업이었다.

 

손해배상과 관련된 3조를 바꾸자고 하는 게 노란봉투법이다. 지난 30년 동안 이 3조에 근거해서 노동자들에게 청구된 손해배상금 액수가 3160억이다.

 

 

기업은 정말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게 아니라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명백히 악의적이다.

 

OECD에서 이런 식의 선례는 유일하게 한국에만 존재한다. 그런데 이제 여기서 우리가 또 하나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는 기업들이 정말 손해를 입어서 손배를 청구하냐는 것이다. 만약에 손해를 입어 이 손실을 빨리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노조에게 소송을 해서 받아내면 빠르다. 그러나 이들은 집단이 아닌 개인에게 손배를 청구한다. 이게 뭘 뜻하냐면 애초에 돈은 받아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조를 파괴할 목적이다. 소송당한 개인이 노조를 탈퇴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면 손배를 취하해준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노동 3권을 현실에서 지켜내기 위한 법이다.

 

이 노란봉투법과 더불어 노조법 2조와 근로기준법도 기존의 것을 폐지하고 새로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이 3조만 바꾸면 되는가? 그것도 아닌 게 하청 노동자들은 노사 관계에서 원청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에서 벗어나지 못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2조와 3조가 같이 바뀌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존의 노조법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노동법 체제로 가야 될 시기다. 근로기준법도 마찬가지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근로기준법이 적힌 책을 껴안고 산화하셨지만 현재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가 1500만명 이상이다. 이런 상황까지 왔다면 근로기준법을 폐기해야 될 시기가 온 것이다. 이런 요구들을 총체적으로 모아서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그 이후 개별 질문들의 내용은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반노동 기조를 비롯해서 노동 문제를 더 깊게 파고들어갈 예정이다. 2부에서는 왜 민주당 정부는 반노동으로 치닫는지에 대한 비판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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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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