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 전국결집(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영주 공동대표는 인터뷰를 넘어 ‘노동권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많은 것들을 물었는데 질문마다 긴 답변이 불가피했다. 8년 전 박근혜 정부의 노동 후퇴에 저항하기 위해 민중총궐기 집회를 기획했다는 이유만으로 2년 넘게 수배 생활을 하다 구속까지 된 이 대표였다. 역대급 반노동 기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집권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12월28일 15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 가서 이 대표와 만났다. 사전에 이 대표와 식사를 했는데 본 인터뷰를 위한 빌드업이 됐던 것 같다. 이 대표는 교사 출신이라 그런지 노동조합 등 노동 문제에 대해서 알기 쉽게 풀어서 이야기를 들려줬고 이내 넋을 놓고 듣게 됐다. 인터뷰 말미에는 노동운동가로서의 삶이 아닌 교육자로서의 이 대표가 갖고 있는 교육 철학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먼저 현재 주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물어보았다. 원래 교사였는데 지금은 해고된 상태다. 주로 하고 있는 일을 말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용접공 출신 천현우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정말 좋아했다. 소설 공모전에도 몇 번 도전한 적이 있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칼럼 등을 쓰다가 <쇳밥일지>라는 책을 냈고 일약 진보진영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천 작가는 현재 얼룩소를 통해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천 작가는 10월28일 저녁 7시반 광주 동구에 위치한 광주청년센터에서 강연을 했다. 이날 천 작가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쇳밥일지>를 선물로 받았는데 이틀만에 완독했다. 왜 진작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술술 읽혔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몸을 써서 일해왔던 블루칼라 노동자의 생존 일지 그 자체였다. 택배 상하차와 편의점 알바부터 전자제품 업체 하청 공장 근무 등 안 해본 일이 없는 나 역시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천 작가의 고백을 접하고 큰 위로를 받았다. 경외심까지 들었는데 <쇳밥일지>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한 공감과 위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용접공’이라고 하면 몸은 좀 고되도 기술직이기 때문에 고용안정성을 보장 받으면서 수입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윤석열 정부가 현재의 주 52시간제를 노사 합의를 전제로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업종 특성에 맞춘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결국 사용자 입장만 반영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게임 및 소프트웨어 중소벤처기업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52시간제가 직무와 업종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도입돼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와 함께 기업 경영에 지장이 없도록 산업 특성별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상 52시간제를 뜯어고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다. 주관 부처 고용노동부 역시 이 장관의 뜻과 일맥상통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 산업구조와 세대 변화 등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맞게 52시간제의 운영 방법을 유연하게 적용해보겠다는 것이다. 사실 충분히 예상됐던 수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이전부터 52시간제에 무척 부정적이었다. 어쨌든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자율적인 선택권"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이 제시되고 있는데 대기업 사용자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불평등이라는 난치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는 극단적으로 심해졌다. 코로나 시국에 소상공인은 손님보다 파리를 보는 날이 더 많으며 생색내기처럼 늘려준 ‘영업시간 1시간 연장’에 옆구리 찔러가며 절을 해야 할 지경이다. 노동자들은 과로, 고용 불안정, 갑질 등으로 피를 토하지 않는 날이 없다. 난치병을 치료해야 할 거대 양당 정치인들은 서로 적폐몰이나 하며 시간을 축내고 있다. 정권이 문제라서? 특정 세력이 문제라서? 그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문제라고 보는 대통령 후보가 있다. 바로 노동당 이백윤 대통령 후보다. 이 후보는 2월28일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를 찾았다. 이 후보는 “이래서 자본주의는 안 된다”면서 사회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강력히 설파했다. 비교적 포근한 2월의 마지막 날 이 후보와 노동당은 광주와 나주 지역을 찾아 유세 일정을 진행했다. 이 후보는 19시 즈음 광주의 구도심이자 오래된 번화가 중 한 곳인 충장로에 다다랐다. 그곳에서 이 후보의 연설을 직접 들었고 광주시민들의 반응을 살폈다. 광주시민들에게 만남의 광장으로 통용되는 충장로우체국 앞 계단 위에 올라선 이 후보는 연설을 했고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안전 문제를 중점적으로 보도해오고 있는 평범한미디어는 얼마전 여천 NCC 폭발사고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참사가 발생한 여수 산업단지 내에서는 치명적인 화학물질들이 난무하고 있는 만큼 안전관리 규정이 매우 철저해야 한다. 그러나 전혀 철저하지 못 해 끝없이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고 있다. 또한 여수 산단이 오래된 만큼 관련 설비들이 상당히 노후화됐다. 수시 점검이 필요하고 전면 교체나 수리가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평생 노동운동가로 살아온 노동당 소속 이백윤 대통령 후보가 대선 주자가 되어 여수에 방문했다. 이 후보는 지난 23일 여수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그리고 지겹도록 반복되는 산재가 발생하지 않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자신의 포부를 드러냈다. 노동당의 공보가 조금 느린감이 있어서 이틀 전에 일어난 이 후보의 일정을 조금 늦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후보는 “더 이상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고 죽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중재법)을 모든 노동자에게 전면 적용하고 개정 투쟁에 함께 할 것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겼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중재법이)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사실 사회주의를 내걸고 국가체제를 정립한 곳들을 떠올리면 소련과 중국 그리고 북한 등만 생각난다. 그래서 아 사회주의를 하면 독재로 가는구나? 그런 자연스러운 선입견을 갖게 된다. 통합 노동당 소속 이백윤 대통령 후보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 진보정당 대선후보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서 “사회주의는 비민주적 독재 사회로 나아갈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21세기 사회주의는 20세기 초에 저발전 국가에서 나타났던 동원식 체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직접 민주주의의 취지를 거론하며 독재로 흐르는 사회주의와는 다른 길로 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후보는 “독재형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다. 노동자, 여성, 민중이 사회 생산부터 정치까지 실질적인 권력과 권한을 행사하는 사회”라며 “노동자와 민중에게 실질적인 권력이 주어질 때 민주주의는 실질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사회주의는 그걸 도와주고 보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일하는 노동자가 대다수인 한국 사회에서 이들이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되면 정치적 의사결정의 주체들 역시 많아질 수밖에 없다. 누군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 한 건설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이 성실히 일하던 노동자를 덮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피해 노동자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지난 12일 55세 A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출근해 구슬땀을 흘리며 근로를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A씨의 평온했던 일상은 오전 9시 50분쯤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A씨는 건물 지하 4층에서 2인 1조로 동료와 원형 철제 덮개를 절단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만 절단된 구조물 일부가 A씨 방향으로 떨어졌다.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철제 구조물은 A씨를 덮쳤다. 이 사고로 A씨는 머리를 크게 다치고 말았다. 안전모는 당연히 쓰고 있었겠지만 철제 구조물의 중량이 워낙 무거워 중상을 당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A씨는 곧바로 119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인천경찰청은 시신을 국과수에 의뢰했고 현장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제일 중요한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좁은 공간에서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으니 연기가 끊이질 않죠. 설거지나 청소할 때 물에다 세제를 푸니까 그 역한 냄새도 다 들이마시게 돼요." 충남 지역의 한 중학교 급식 노동자 조모씨의 이야기다. 조씨는 13년을 일했고 최근 병원에서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평범한미디어 산업재해팀이 이번에 들여다볼 기획은 '죽음의 급식실'이다. 폐암에 걸렸다고 해도 산재 인정이 쉽지 않다. 폐암과 조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연기 사이의 인과관계 성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난 2017년 폐암 진단을 받고 숨진 경기도 소재 학교 급식 노동자 B씨는 올 2월에서야 산재로 인정을 받았다. 세상을 떠난지 한참 지나서야 겨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거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설문조사를 통해 밝혀진 폐암 진단 이력이 있는 급식 노동자만 189명에 이른다. 상당수가 참여했지만 응답하지 않은 노동자도 많아 실제 폐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B씨가 산재로 인정을 받은 이유는 기름을 사용한 튀김요리에서 발생하는 연기 '조리흄' 때문이다.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조리흄은 고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故 전태일 노동운동가가 “인간으로서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달라 호소하며 목숨을 내던진지 벌써 50년이나 흘렀다. 대한민국의 노동 환경은 그 당시보다 1나노미터 만큼 나아지긴 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언론에서는 저마다 대한민국이 각종 지표상 세계 선진국이자 10위권 경제 대국이 되었다고 정신적 자위를 한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 노동 환경과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은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노동자로서 받는 핍박과 여성으로서 받는 핍박”이라는 이중고를 겪는다. 과거 광주에서 가장 큰 방직공장 중 하나였던 전방(전남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눈물과 투쟁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독립기획자 최하얀는 10월30일 오후 2시 광주시민회관에서 개최된 <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 세미나에 참석해서 “이 연구사업은 박효선 작가의 딸들아 일어나라로부터 시작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노동이 공장이었을 때가 있었다. 공장의 쉬지 않는 기계들의 틈 사이에서 인간의 노동이 거기에 맞추어지기 위해서 신체는 기계의 리듬과 온도에 자기를 끼워 맞춰야 했다”며 “전남방직에 투입되어 노동항쟁에 기여했던 김경희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날 선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 참사'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자들의 울분 섞인 탄원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법 적용의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 중대재해법의 골자는 노동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고 이에 따른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시행령 제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업주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너무나도 많다. 먼저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직업성 질병 범위에서 급성 발생 질병이 24개로 한정된다. 납과 같은 화학물질에 노출돼 발생한 급성 중독, 공기 중 산소농도가 부족한 장소에서 발생한 산소결핍증, 무더운 공간에서 작업하게 되어 발생하는 열사병 정도만 포함된다. 무엇보다 장시간 과로로 인해 앓게 되는 각종 질환들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참고로 지난해 발생한 산업재해 중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증상이 과로로 인한 뇌심질환이다. 중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