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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보다 더한 부모들 "자식 앞에서 부끄러운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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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우연히 유튜브에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의 예고편을 본 적이 있었다. 요즘 이렇게 긴 제목의 영화는 드물었기 때문이었을까? 굉장히 구미가 당겼다. 그래서 어린이날에 남자 셋이 극장으로 달려갔다. 제목만 놓고 봤을 때 속된 말로 ‘패드립’인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학교폭력 주동자 그리고 그 부모들은 어느정도 그런 말을 들어도 용인될 수준이다.

 

솔직히 학교폭력을 다룬 영화라고 한다면 제목과 맞물려서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충분히 예상되지 않은가?

 

 

이제부터 이 충격적인 영화의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최대한 자제하겠지만 나도 모르게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을 수 있으니 영화를 온전히 즐기고 싶은 독자는 뒤로가기를 눌러도 좋다.

 

영화의 줄거리를 한 줄기로 요약하자면 이런 거다. 국제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안타깝게 피해 학생 건우(유재상 배우)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숨이 멎지는 않았지만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찾지 못 하고 있는 상태가 됐다. 유서에 가까운 편지를 남겼는데 여기에는 가해 학생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은 대형병원 이사장, 유명 로펌의 변호사, 전직 베테랑 경찰, 현직 교사 등등 그야말로 파워가 있는 엘리트다. 이들은 자식이 받을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사건을 철저히 은폐하려 한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추태들을 보여주고 있다.

 

가해 학생들은 어떻게 중학생이 저런 짓을 저질렀나 싶을 만큼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물고문, 손목 긋기, 옷을 다 벗기고 폭행, 개목줄을 차게 하고 떨어진 음식 핥아먹게 하기 등등 디테일한 묘사가 그대로 나온다.

 

그런데 가해자 부모들의 행태는 기가 찰 뿐이었다. 잘못을 한 아이들에게 합당한 벌을 받게 하기는커녕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 사회적 위치, 재력, 인맥 등을 총동원하여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국제중에 들어온 건우의 출신 탓을 하며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거의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좀 교과서적인 말을 하자면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합당한 벌을 받게 하고 회초리를 들어야 좋은 부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속 부모들은 ‘좋은 부모’의 완벽한 안티테제다. 그나마 전직 경찰청장인 박무택(김홍파 배우)은 아주 잠깐 이러한 범죄적 ‘은폐짓’에 동참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였지만 이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내가 가해자의 부모라면 어떻게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내가 만약 자식이 있고 돈과 권력이 있다면 저런 악마로 타락할 수 있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부모는 자식이 걸린 문제라면 이성적인 판단력을 잃기 마련이다.

 

‘송곳’이라는 웹툰이 있다. 너무 유명한 웹툰이라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드라마 속 구고신 노무사(안내상 배우)는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에 대해 강의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평생 노조 운동하던 노동자도 사장이 되면 노조를 없앨 궁리부터 한다.

 

구고신 노무사는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 장담하지 말라.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면서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송곳의 이 대사가 오버랩되었다. 누구나 자식 앞에서 불의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영화 중반부에 들어서서 내내 이런 느낌이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왔는데 물이나 이온음료가 아닌 따끈따끈한 고구마를 주다니? 아니 물에 타지 않은 미숫가루? 특히 학교폭력을 묘사한 가학적인 장면이 나올 때는 보기 불편했다. 나름의 반전이 있었는데 사실 좀 예상이 됐다. 그리고 결말 역시 찜찜하게 끝났다. 그래도 나름 의미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 그동안 학교폭력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들은 주로 학생들과 학교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됐는데 이 영화는 학부모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기간제 교사 송정욱(천우희 배우)과 건우 엄마(문소리 배우)를 제외하면 전부 악역들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피카레스크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건우 엄마는 시종일관 얻어맞기만 한다. 그 현실적인 무력감을 느낄 수 있어 굉장히 와닿았다. 건우 엄마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친 송정욱과 함께 가해자들과 맞서보지만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누군가 잘못했겠지. 하지만 내 아들은 절대 아니야.

 

가해자 부모들은 자기 아들을 아들이 아닌 자기 자신의 분신이자 신분 증표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병적으로 집착한다. 

 

 

사실 학교가 가장 문제다. 한음국제중학교의 교장(강신일 배우)은 학교 명예가 떨어질 것이 두려워 사건을 은폐하기 급급한 전형적인 빌런이다. 그러나 잠시 돌이켜보면 학교를 넘어 대한민국 교육체제 자체가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끝없이 평가하고 줄세우기를 하기 때문에 그것 외에는 다른 것들을 생각하고 배울 여유가 없다. 모든 것을 줄세우기 하게 되는 환경에서 아주 가끔 가난한 학생이 명문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이내 슈퍼 금수저 아이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하기 마련이다. 이번 영화처럼. 공부 열심히 한 개천의 용은 더 이상 없다. 아이들은 출신 배경까지 완벽하게 살펴보고 자기보다 밑이면 철저히 짓밟게 되는데 꼭 한국의 초상류층은 통상 그렇게 묘사된다. 교과 성적이 좋다고 명문 중학교에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출신 배경이 상위 5% 안에 들어야 된다.

 

너네 아빠 공사장에서 떨어져 죽었다며? 너도 아빠 곁으로 가고 싶지?

 

가해 학생들은 건우를 짓밟으며 이런 몰상식한 말을 내뱉는다.

 

 

부모와 아이들의 잘못을 교육 시스템 탓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그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뒷짐지고 숨어버린 한국 교육의 야만을 잠깐 짚어주고 싶었다. 어찌됐든 영화는 부모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홍유진 박사(진술분석센터 트루바움)는 4월19일 업로드된 유튜브 채널 <사건의뢰>에서 영화 속 가해자들의 태도에 대해 “전혀 뉘우치지 않고 우리 엄마 아빠가 알아서 다 해줄 거야. 이런 뻔뻔스러운 태도가 어디에서 왔겠느냐”라며 “결국은, 물론 개개인의 인성일 수도 있지만 아직 얘네는 인성이 자라나는 시기이고 완성이 되지 않았다. 그러면 결국 부모들의 태도와 가르침 이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끈하고 통쾌한 영화를 원한다면 비추다. 그러나 한국 교육의 문제점, 그릇된 학부모의 태도, 아이들이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지 등등 묵직한 주제들로 깊게 사색해보고 싶다면 한 번쯤은 감상할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연기력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포인트인데 병원 이사장 도지열(오달수 배우)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다른 학부모들의 악랄함을 뛰어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함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위악적인 메시지를 굳이 구사하는 그런 악랄함이 돋보인다.

 

핵심 주연으로 나오는 변호사 강호창(설경구 배우)은 도지열과 달리 개미 오줌만큼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그래서 가해자로 지목된 아들 강한결(성유빈 배우)을 질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강호창은 법률 지식을 동원해서 가해 학부모들의 은폐 작전을 주도해나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맛보기 스포일러지만 강호창은 나중에 뒤통수를 맞고 살짝 각성한 듯 싶었지만 결국 한결이를 감옥에서 빼내기 위한 거짓 연기에 불과하다. 정말 박쥐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자 셋이 각자 느낀 영화 감상평을 남겼다. 청소년 인권,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은 박효영 기자와, 또 다른 선배는 아래와 같은 취지로 영화를 해석했다. 

 

대한민국 교육과 사회 자체는 승자독식 구조다. 남을 짖밟아야 내가 올라가고 생존한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이 그런 쪽으로 맞춰졌고 학생들은 그런 숨막히고 억압적인 구조 속에서 핍박을 받아왔다. 이런 식의 교육과 사회 분위기가 뭐가 문제냐면, 줄세우기 계급에서 높게 올라가지 못 한 약자들을 짓밟아도 정당화되는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다는 데에 있다. 영화에 나오는 학교는 국제중이다. 당연히 교육열도 높고 그런 풍토가 만연할 것이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은 학생들은 괴물이 되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성장한다. 영화처럼 극단적으로 악마가 되기도 한다.

 

 

영화의 유일한 선역이자 평범한 히어로 송정욱은 홀로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다. 송정욱은 한결이의 집에 찾아가 “(너 건우랑 친했잖아. 건우에게) 사죄를 표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내 강호창이 나타나 송정욱을 문전박대 하고 돌아간다. 이때 엘리베이터에서 송정욱은 강호창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이 아이들보다 더해요. 자식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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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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