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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문’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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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부진도 지적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많이 망설였다. 영화를 보고 리뷰 형식으로 써볼까?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반드시 봐야겠다고 벼르고 있던 애니메이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스즈메의 문단속>에 대한 프리뷰를 먼저 써보고 바로 영화를 봐도 재밌을 것 같단 결론에 도달했다. 얼마 전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감상하고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올초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기록은 경이로웠다. 이렇게 대단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기록을 깬 애니메이션이 등장했다. 바로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거장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신카이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더불어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국내에서도 신카이 감독의 매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을 정도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아도 신카이 감독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날씨의 아이>이후 약 4년만에 돌아온 작품이다. 다들 신카이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과 <언어의 정원>을 감명 깊게 봤을 것이다. 두 작품을 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작화가 끝내준다”는 것이었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작화에 민감하다. 단막이 아닌 시리즈물의 경우 그림체가 처음과 달라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이를 ‘작붕’(작화붕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작화는 해당 작품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언어의 정원>의 작화는 정말 일품이다. <언어의 정원>은 도쿄의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특히 도쿄 한 가운데 있는 정원의 비 오는 모습은 특유의 운치까지 느껴졌다. 마치 내가 비오는 날 정원에 앉아 주인공과 같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 같다.

 

<너의 이름은>은 말할 것도 없다. 신카이 감독의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데 좀 부정적이지만 “혼모노(일반인 눈치 안 보고 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오타쿠)”라는 밈까지 생겼을 정도다. “그것은 무스비”라는 대사도 유행이 됐다. 특히 운석이 떨어지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졌으며 멍하니 바라보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VOD로 봤는데 왜 극장에서 보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들었다. 큰 스크린으로 봤으면 정말 압도되었을 것 같다. 그래서 <스즈메의 문단속>은 반드시 극장에서 볼 생각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한국에서 지난 3월8일 개봉했으며 현재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제치고 역대 일본 영화 흥행 1위에 등극했다. 19일 기준 누적 관객수 472만명에 이른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어떤 작품일까? 왜 제목에 “문단속”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걸까? ‘스즈메’라는 소녀가 재난이 들어오는 문을 닫아 희생을 막는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 스즈메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을 열자 마을에 재난의 위기가 닥쳐오고 가문 대대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소타를 도와 간신히 문을 닫는다. “닫아야만 하잖아요, 여기를!” 재난을 막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 일본 각지의 폐허에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꿈이 아니었어”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며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던 중 어릴 적 고향에 닿은 스즈메는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네이버에 올라온 줄거리다.

 

 

사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어벤저스> 시리즈를 통해 마블의 세계관을 드러낸 것처럼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에 이은 동일본 대지진 3부작으로서 신카이 감독 특유의 재난 세계관을 드러낸 작품이다. 신카이 감독은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힌트를 얻어 열고 닫는 문의 소재를 활용했다고 밝혔는데 “문은 일상의 상징이다.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 또 문을 닫고서 다녀왔습니다라고 하며 일상은 반복된다. 재해는 이런 일상의 단절이다.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와 드라마 리뷰를 전문적으로 쓰고 있는 ‘킴지’는 본인의 브런치 계정에서 일본인들에게 닥친 대재난의 의미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재난의 피해자와 희생자가 된 여러분은 결코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다. 신은 그저 변덕스러운 아이와 같은 존재로, 여러분을 미워하거나 여러분의 잘못을 벌하기 위해 재난을 내린 게 아니다. 우리 인간들은 불안하고 불완전하지만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일상이야말로 우리가 누리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자 모든 것이다. 열린 문을 닫는 것은 종결이 아니라 안정과 나아감의 시작이다.

 

신카이 감독은 한국에 와서 왜 이렇게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이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오히려 한국 관객들에게 묻고 싶을 정도로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아마도 일본과 한국이 문화와 풍경에서 닮아서가 아닐까”라고 답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일본이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잘 만들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튼 얼른 집 근처 극장의 <스즈메의 문단속>을 예매해서 보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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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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