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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의당 “파멸의 길” 민주당발 위성정당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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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녹색당계’와 ‘전환’이 일찌감치 절대 참여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배진교 의원이 원내대표직까지 내던지며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들어가야 한다고 배수진을 쳤지만 녹색정의당의 내부 여론은 압도적이었다.

 

17일 녹색정의당은 전국위원회 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준위성정당(통합형 비례정당)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견은 없었다.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녹색정의당 김민정 대변인은 이날 “이번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 및 중단 없는 정치개혁을 위해 힘차게 달리겠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지만 흔들리지 않고 원칙과 상식의 길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의 변화와 3지대 통합 정당 출현 같은 다양한 세력들의 연대와 연합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녹색정의당은 준연동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성정당을 반대해왔고 중단없는 정치개혁을 요구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민주당이 녹색정의당에게 제안한 비례연합정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에 위성정당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표적인 진보정당으로서 녹색당과 정의당은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을 주창해왔던 만큼 민주당발 위성정당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순 없다고 재확인한 셈이다. 물론 민주당과의 모든 연대를 보이콧하는 것은 아니다. 김 대변인은 “녹색정의당 중앙당의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정책연합 및 지역구 후보 연대 등을 폭넓게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민주당 외에 다른 소수정당들과 “정세의 변화와 필요에 따라서 비례연합 추진을 검토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알렸다. 녹색정의당은 민주당과는 △지역구 후보 단일화 협상 △22대 국회에서의 정치개혁 의제 관련 협력 등 2가지로 연대의 범위를 분명히 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연대·연합의 정치개혁 과제로 대통령 및 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 교섭단체 구성요건과 봉쇄조항 완화, 선거연합정당의 제도화 등 다당제 연합정치를 위한 정치개혁과 제7공화국 개헌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추진하겠다.

 

일각에선 정의당도 녹색당과 임시 합당했다가 총선 이후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으면서 민주당발 위성정당에 대해서만 비판하는 것은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에서 사표를 흡수해서 과도한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의석마저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그래서 정의당과 녹색당이 손을 잡고 만든 선거연합정당 녹색정의당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과 결이 다르다. 정의당과 녹색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위성정당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녹색정의당 김찬휘 공동대표는 2020년 총선 직전에도 본지 기자와 만나 “아무 기득권도 누리지 못 하는 원외정당들의 결합은 명분도 있고 그나마 3%의 문턱을 넘을 수도 있는 묘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미 지역구에서 초과 의석을 점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에 타 정당이 들어가서 구색을 맞춰주는 것과 달리, 작은 정당들끼리 임시로 합당해서 총선을 치른 뒤 헤어지는 모델을 오래 전부터 내세웠던 것이다. 나아가 김찬휘 대표는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당계 정당의 합당 사례만 보더라도 영구 합당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환기하며, 차라리 선거연합정당 모델로 일시적인 연합 정치를 추구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역설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합당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적이 없다. 민주당만 봐도 새정치민주연합, 민주통합당, 신민주연합, 국민회의 등 수도 없이 통합을 했는데 그 통합된 세력이 상호 침투해서 발전한 경우가 있느냐? 없지 않은가? 그래서 오히려 그냥 합당하는 것보다 선거연합정당을 통해서 다음에 원이 구성되면 따로따로 행동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또 주시하고 주의하면서 이렇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사실 녹색정의당의 앞날은 결코 쉽지 않다. 가시밭길이 자명하다. 이번 총선에서 원외정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직전까지 정의당 경기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세 번째 권력’을 통해 개혁신당 구성원이 된 이병진씨는 15일 페이스북에서 “(녹색정의당이) 쉽게 민주당발 위성정당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녹색정의당은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가불기에 걸렸고, 어떤 결정을 하든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 가령 위성정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한다면 정의당은 그야말로 공중분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지역구는커녕 3% 봉쇄조항을 넘어서지 못 해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의석을 얻지 못 한 정의당이 소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십억의 빚을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의당은 태생부터 진보당이나 녹색당처럼 의석이 없더라도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 가치 기반과 지지 기반이 명확한 진보정당이 아닌, 원내 정당화된 대중정당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녹색정의당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봤는데 이씨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싶다던 노회찬 의원의 유지를 지킬 것인가, 영혼을 팔아서라도 개혁된 선거제도를 망치는데 함께 하며 생존이라도 할 것인가. 어려운 결정이 되겠다”고 밝혔다.

 

전태일재단 한석호 사무총장도 14일 페이스북에서 “녹색정의당 독자적으로는 (정당 득표율 봉쇄조항) 3%를 넘기지 못 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이 없으면 지역구 1석도 건지지 못 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감한다”면서도 위성정당에 참여하면 더욱더 곤란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외정당이 될 위기보다) 더 우선해서 살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녹색당에 대한 신의다. 정의당이 녹색당을 설득해서 녹색정의당 전략을 채택했다. 그 과정에서 녹색당은 내부 논란까지 있었다. 그렇게 해서 함께하게 된 녹색당이다. 정의당이 위성정당에 참여하면 녹색당은 철수할 수밖에 없다. 예의가 아니다. 뒷골목 조폭 세계에서도 그런 일은 없다. 조폭 세계에서는 자신들을 건달과 양아치로 나눈다. 신의를 지키는 조폭을 건달이라 하면서 자랑스러워하고, 신의를 배반하는 조폭을 양아치라고 하면서 인간 이하로 취급한다. 녹색당에 대한 신의를 깨고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순간, 정의당은 대한민국 대표 양아치가 된다.

 

 

결과적으로 녹색정의당은 양아치의 길을 가지 않기로 했다. 원외정당이 되더라도 진보 정치의 파멸을 야기하는 길을 갈 수 없었던 것으로 읽혀진다. 정의당 의견그룹 전환은 8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발 비례위성정당 참여는 진보 정치의 파멸을 가져올 뿐”이라고 설파했다.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여 반윤석열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역사의 퇴행을 막는 것이라 주장하며, 시민사회 일각에서조차 역시 동일한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 누구보다도 대놓고 역사를 퇴행시키고 있는 것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통해 정치개혁을 완수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병립형 카드를 만지다가 결국 거악 척결이라는 똑같은 핑계로 4년 전과 동일한 꼼수를 정당화하는 민주당이다. 데자뷰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의당 내 일부 인사들은 여전히 모든 교훈과 평가를 망각하고 민주당과의 연합과 위성정당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전환은 명분 있는 독자적인 진보 정치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년 전 총선에서 정의당은 9.7%라는 창당 이래 최고의 득표율을 올렸다. 이는 원칙을 지킨다는 슬로건 아래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을 비판하며 좌고우면하지 않는 당당함이 만든 성과였다. 2년 전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는 완주를 선택했고 이 역시도 양당 보수 정치로부터의 독자성을 명확히 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지금 민주당발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것은 독자적 진보 정치의 길을 지켜왔던 우리의 지난 4년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민주노동당 이래로 20여년간 이어져 온 진보 정치의 역사와 경로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 길을 부정한다면 보수 양당의 공모와 정치 독점에 반대해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응원해 왔던 핵심 지지층, 활동가와 당원들의 이탈을 막을 명분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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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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