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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늑대형’ 테러범들은 왜 사람을 죽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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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조선, 최원종, 최윤종 등 작년 여름 무차별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들은 “외로운 늑대형”이었다. 성폭행이 목적이었던 최윤종 역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짓밟았다는 측면에서 외로운 늑대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또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정유정도 마찬가지다. 이수정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는 “미국에서도 총기 난사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니까 범죄학자들이 집중적으로 연구를 했다”면서 “결론이 뭐냐면 일종의 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근데 이들의 범행 동기가 다 다르다. 범죄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외로운 늑대형 테러다. 그런 타입의 범죄자를 그렇게 부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에 있었던 사건들은 다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의 목록이다. 4명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아마 그전에도 우리나라에 이러한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가 있었는데 크게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 했다. 근데 이상하게 여름에는 2주에 한 번씩 그런 사건이 일어나다 보니까 경계심이 생기면서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11월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회의실에서 개최된 <국립나주병원 정신건강 사회문제 예방 및 대응 심포지엄>에 참석해서 주제 발표(무차별 범죄의 심리와 대응)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의 특성에 대해 의사소통 불능과 관계 단절로 설명했다.

 

일단 의사소통을 잘 못 한다. 의사소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사회적인 관계가 단절되어 고립돼 있고 본인이 분노가 있으면 그 분노를 해소하지 못 하고 쌓아둔다. 일반적인 건강한 사람들은 구두로 화가 왜 났는지를 상대방에게 설명할 수 있고 의사소통을 해서 뭔가 불만을 해소한다. 그런데 이들은 해소를 못 한다.

 

통상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인간관계를 맺지 못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과잉 몰입하게 된다.

 

서현역 살인사건의 범인 최원종은 늘상 사이트(일베와 디시인사이드)를 들락거리면서 거기서 유일하게 액티비티를 했다. 고립된 상태에서 그 사이트가 아마도 최원종의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일베는 혐오주의가 만연된 곳인데 장기간 노출됐고 본인이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다 일기처럼 계속 글을 올렸다. 그런데 글을 올릴 때마다 칭찬하는 댓글이 달리지 않을 수밖에 없는데 최원종은 현실 판단 능력에 이미 손상이 있기 때문에 그 댓글들이 마치 자기를 욕하는 것처럼, 누군가 끊임없이 자기를 욕하는 것 같은 그런 상황이 전개됐다. 누군가 스토킹을 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심화됐고 스토커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흉기(30cm 회칼)를 구매해서 들고다닌다고 게시를 했다.

 

사실 무차별 살인사건 정국으로 진입해서 살인 예고글이 범람하기 이전에는, 인터넷에 칼을 게시해서 위협적인 글을 올렸다는 것만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했고 살인예비죄를 적용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최원종이 칼을 갖고 다닌다는 게시물을 올렸을 때) 개입을 해야 되는 매우 중대한 포인트였다”며 “(그렇게 강제 치료를 못 받고 방치되다보니) 위기에 빠져서 피해 망상이 매우 심해졌고 결국 실행으로 옮겨서 서현역 사건이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반사회적 해소 방법을 부추기는 요소들을 접하기 매우 쉽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에게) 휘발유를 끼얹는 것이 반사회적 사고방식이다. 그러면 어떤 루트로 습득하느냐? 온라인에 넘친다. 온라인을 그대로 놔두면 굉장히 위험하다. 약물 처방만 해서 되겠느냐? 쉽지 않다. 왜냐면 접속만 해도 거기에는 정말 혐오 감정을 극대화시키고 죽여라. 죽이는 방법. 사제 총기와 폭발물 만드는 방법 같은 것들이 널려 있다. 전부 반사회적인 정보들인데 이런 정보를 차단하지 않는 이상 외로운 늑대형 테러를 예방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련의 패턴이 있다. 이 교수는 “위험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정신적인 취약성이 있고, 사회적인 관계가 단절되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고,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니까 분노 관리가 안 되고, 이런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반사회적인 정보에 맨날 노출된다”며 “거기만 들어가면 세상을 혐오하고 세상을 욕하는 그런 정보로 가득차있다. 결국 누군가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정확하게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변화가 일어나면 수만명 중 한 사람이 그런 범죄를 저지른다.

 

최원종 사례는 안인득 사례와 유사한 지점이 있는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치료가 종료되면서 극단적으로 악화된 측면이 있다. 최원종은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고등학교에서 자퇴했으며 2015년~2020년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스무살이던 2020년에는 조현성 인격장애로 진단을 받았는데 어느 순간 치료가 중단됐고 홀로 아파트에 살며 피해 망상에 빠졌다. 이 교수는 “최원종이 청소년기부터 오랫동안 정신과 진료를 받아왔는데 성인이 되고 스스로 병원에 가서 약을 끊고 싶다는 목적 때문에 다른 진단을 받았고 약물을 복용해야 되는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신림동 공원 강간살인 사건을 저지른 최윤종도 학교 폭력을 당한 은둔형 외톨이였다. 무직 상태로 오랫동안 부모와 함께 살며 PC방을 전전했던 것이 그의 삶이었다. 최윤종은 돌려차기 사건을 보고 성폭행을 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20대 내내 은둔 생활을 했는데 최윤종의 유일한 희망사항은 여자친구를 한 번도 사귄 적이 없어서 성폭행을 해서라도 성관계를 해보는 것이었다. 최윤종이 가장 많이 본 영상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다. 그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쇼츠로 재구성이 돼가지고 수도 없이 많이 확대 재생산됐다. 최윤종은 한방만 여자를 폭행해도 의식을 잃는다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수사과정에서 최윤종의 진술이 뭐냐면 때렸는데 왜 의식을 잃지 않았을까? 이거였다. 때리면 무조건 의식을 잃는줄 알았던 것이다. 그만큼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어 어떤 상식 자체가 붕괴됐고, 돌려차기 사건처럼 굉장히 쉽게 자신이 여성을 제압해서 성폭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범행 동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최윤종은 은둔형 외톨이였지만 정신 병력이 전혀 없었다. 범죄 전력도 군복무 중 군무이탈로 인한 기소유예 처분이 전부다. 이 교수는 “최윤종의 부적응은 굉장히 오래됐지만 교육 시스템이나 보건복지부의 다양한 시스템에서 한 번도 포착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사실 정신질환자는 교도소에 갈 정도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실행 능력이 안 되어서 전체 중범죄자들 중에 많지 않다. 실제로 내가 만나는 교도소 (강력 범죄) 수감자들만 봐도 정신질환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25%~30% 정도다. 제일 많이 발견되는 누범자들은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들이다. 이런 인간들은 안 바뀌더라. 결국 인명 피해를 내서 교도소에서 장기수가 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원한 관계에 의한 목적형 범행 동기 외에, 살인과 강간 등 사람을 해치는 강력 범죄자의 타입을 3가지로 분류했다.

 

①조현병 등 정신질환자 또는 은둔형 외톨이

②과시형 과대망상

③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이 교수는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해야 되냐면 3가지 타입에 대한 대안을 꼭 1가지로만 생각해서 해결하려고 하면 그런 시도는 실패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3가지 이질적인 타입에 대해서 서로 다른 대안들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현병과 은둔형 외톨이 등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전부 강력 범죄자가 되느냐? 결코 아니다. 지난 여름에 우리는 3가지 타입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존재할 수 있는다는 걸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은 열번 넘는 범죄 전력(흉기 상해 포함 전과 3범에 소년부 송치 전력 14건)이 있는데 반사회적인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정유정이나 최원종 같은 경우에는 사회적 관계가 끊긴지 10년이 넘어서 혼자 맨날 가상 공간에서 살았다.

 

문제는 갈수록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만큼 가족 해체 현상에 따른 특정 가족 구성원의 고립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만 경험하는 건 아니”라며 “갈수록 가족들이 해체되는 그런 과정이 있고 결국에는 가족이 해체되면 여러 부작용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가족 구성원 중에 나머지 가족에 의해서 전혀 관리감독이 안 되는, 어떻게 보면 좀 떨어져 나가서 혼자서 살 수밖에 없는 고립 구성원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살더라도 방에 틀어박혀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다가 부모를 폭행하는 패턴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여기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교수는 “지금 일본에서 은둔형 외토리들의 가장 위험한 타입은 존속 폭행”이라며 “어느 날 갑자기 흉기 난동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고 많은 경우에 약 먹어라. 치료 받자. 나가지 마라. 병원 가자. 이렇게 타이르지만 그때부터 존속 폭행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가와 지자체가 어떤 정책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수많은 범죄자들과 면담을 해본 이 교수는 “우리가 대안을 마련하려면 범죄자들에 대한 특성을 면밀히 알아야 한다”면서 “정신보건 시스템만 타이트하게 해서 되는 문제인지, 아니면 형벌을 현저하게 높여야 되는 문제인지, 이들이 상습범이라면 출소 이후에도 보안처분 등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되는 것인지 등 대책을 세우려면 그런 범죄자들을 잘 알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나는 어떻게 보면 일반 예방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심각한 강력 범죄자들이 연구 대상인데 조선이나 정유정 같은 사람들을 25년 동안 연구해왔다. 지금 이러한 무차별 공격 행위의 배경과 이유를 놓고 수사기관에서 다들 일종의 박탈감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박탈감이나 사회적 고립 이런 것들을 미리 예방적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무지하게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일반 예방 정책은 꼭 필요하고 그 속에서 정신건강의 취약함 여부를 빠른 시간 안에 간별하는 정책도 매우 매우 필요하다.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작년에 예고하고 올초 발표한 ‘정신건강대책 혁신방안’을 살짝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2025년부터 20~34세 청년층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는 “대한민국 정신보건센터의 현재 역량은 좀 너무 제한돼 있다. 국민들의 수요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며 “센터 현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웨이팅 리스트가 너무 길더라”고 밝혔다.

 

검진을 받고 싶어도 두 달 기다려야지 세 달 기다려야지 이러다 보니까 사실은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때 제공되지 못 하는 문제들이 도시일수록 더 심하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단순히 은둔형 외톨이 타입은 고립되어 있긴 하지만 “정말 중증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게 이 교수의 판단이다. 그래서 이 교수는 지자체 차원에서 “아주 마일드한 지원으로도 얼마든지 그 어려운 상태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사람들을 지역사회 내에서 미리 발굴해가지고 멘탈헬스 서비스를 제공하면 아마 충분히 현재로서도 예방할 수 있는 그런 역량은 아마 있을 거다. 어느정도까지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다.

 

 

다만 이 교수는 조선 사례처럼 누적된 전과들이 있음에도 끝내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 하고 파국을 맞이할 수 있는 유형이 있다는 점을 환기하며 ‘제시카법’을 거론했다.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범죄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출소 이후에도 공공이 운영하는 시설에 거주하도록 법원이 ‘거주지 지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인데,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정부 입법으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이런 제시카법을 성범죄를 넘어 강력 범죄들 중 필요한 경우 제한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을 열어놓자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제 전과가 아주 많이 누적된 출소자들이 어느 순간 인간의 존엄성을 아예 상실해버려서 조선 같은 지경이 된다. 게임하듯이 목을 찔러가지고 다 죽일 만큼 그 정도로 타인의 생명 존엄성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런 상습범들에 대해서는 약물로 막을 수도 없다. 지금 보안처분이 좀 더 타이트하게, 출소해도 보호관찰관이 이들을 자유롭게 내팽개쳐놓지 말고 지속적인 관리를 해서 재범을 억제시키도록 보안처분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제시카법에 대해, 거주지를 지정해서 어떤 특정한 장소에다가 생활을 하도록 야간 외출 제한을 걸고 그러는 법이 논의되고 있다.

 

이 교수는 조선 사례처럼 “인터넷 접속 제한 등 계속 생활관리를 받아야 하는 타입들이 존재한다”며 “만약에 조선이 출소자를 관리하는 그런 시설에서 야간에 폭력적인 게임을 하지 않도록 생활관리를 받았다면 아마 신림역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그런 범죄자들을 한 곳에 모아놓으니까 직업 훈련도 시킬 수 있고 직업 알선도 가능할 것”이라며 “뭔가 지속적으로 베이비시터 같이 사법기관 종사자들이 사회에 어떻게든 연착륙할 수 있게 관리와 통제를 하지만 동시에 지원도 하는 것이 그게 바로 제시카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수원시 일대에서 원룸에 혼자 거주하는 20대 여성 10명을 연쇄 성폭행했다가 징역 15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박병화 사례가 있는데 이 교수는 “박병화는 주거지를 구할 수가 없다”며 “(어느 지역이든 못 오게만 하면) 그러면 재범을 안 할까? 노숙하고 증발해버리는 게 제일 위험하다. 어디서 사는지 모르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그런 범죄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등장한 제도가 제시카법이다.

 

현재 박병화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원룸 건물에 거주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 화성시, 시민단체 등의 거센 항의 집회에 직면해 있다.

 

 

이 교수는 제시카법과 더불어 ‘사법 입원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사람을 죽인 살인범이나 중상해를 입힌 범죄자들에게는 사법적으로 강제 조치를 취할 수가 있는데 아직 사람을 다치게는 안 했지만 흉기를 들고 백화점 로비에서 흔들고 다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최원종은 범죄를 실행했지만 다른 사람이 칼을 들고 공공장소에 나타나서 어슬렁거린다면?

 

(반사회적 행위를 해서) 일부는 응급입원 제도로 병원으로 넘어가기도 하는데 문제는 응급입원 이후 전혀 관리가 안 된다. 경찰은 어떻게든 입원을 시켜야 되겠는데 이 사람들은 중한 범죄를 아직 저지른 게 아니다. 사람을 다치게 한 건 아니니까. 그러니까 아직 징역살이 나올 형량이 주어지지 않을 만한 비행인데 곧 있으면 진짜 사람 다칠 수도 있겠다 싶은 경우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응급입원 밖에 없다.

 

그래서 사법 입원제가 도입되면 법원에서 흉기 난동 및 시위 등의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단을 해서 강제로 입원을 시키고 약물 치료를 받게 할 수 있다. 사후적으로 위험 행동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판정이 내려지면 퇴원시킬 수 있으며 기초단체별로 존재하는 정신보건센터에 해당 인물의 인적사항을 이관할 수도 있다. 지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관리감독이 이뤄질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지금 논쟁이 붙어가지고 인권 침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꼭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현장 경찰들에게 물어보면 제발 좀 하게 해달라고 한다. 지구대에는 우리 동네에 누가 주로 입건되는지 다 알고 있고 리스트가 있다. (반대 논리들이 있을텐데 국가에서 위험 인물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벌어진 안인득 사건에서 야기된) 5명 희생자의 생명권은 국가가 보호해주지 않아도 되는 거냐? 그게 문제인 것이다. 피해자의 인권이 사실은 가해자의 인권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각성들이 이뤄지고 있다.

 

 

사법 입원제와 제시카법 모두 지역 사회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의 흐름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에 형사 사법적인 철학으로다가 해외에서는 이미 회복적 사법을 구현하는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며 “내가 볼 때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고 이미 폭력행위를 한 전과도 있으면 지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흉기 난동 등 정말 민원 발생이 많은 이런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제재는 불가피하게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제재가 엄벌하라가 아니라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그런 조치들이, 옛날에는 너무 과도하게 입원을 시켰기 때문에 인권 침해 논쟁이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입원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못 이뤄지면 계속 누군가가 희생될 수밖에 없다. 모든 환자한테 다 사법 입원을 시키라는 게 아니라 경찰이 갖고 있는 리스트에서 누구에겐가 해코지를 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큰 사건 저지르기 전에 경범을 하기만 해도 병원에다 입원을 시키고 약물 복용을 할 수 있게 만든다면 좋을 것이다. 이런 게 있었다면 어쩌면 서현역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편, 이 교수는 주제 발표를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에 “혼자가 아닌 유대감 형성”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젊은 학생들은 열심히 해도 내 미래가 불투명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사회경제적인 어려움과 복합적인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나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고 적응을 잘하는 내 제자들을 생각해보면 어려움과 혼란을 극복하게 만드는 건 동료들과의 관계인 것 같다. 저희 대학원생들도 일이 안 풀려서 뒤늦게 진학한 사람들이 많고 연령층도, 직군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에게 처음에는 그냥 개인이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고 내버려뒀다. 그랬더니 도태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혼자서는 어려운 난관을 극복할 수가 없다. 본인의 능력도 생업이 있어서 여러 이유들 때문에 극복을 해야 되는 그 대목마다 탈락률이 되게 높다. 그래서 이제 선택한 방법은 팀으로 구성해서 집단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회적인 유대를 만들어줬는데 사실 개인의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데에 점점 더 중요한 요건이 바로 이 유대감이다.생존을 한 학생들을 보면 그런 유대에서 굉장히 헌신적이었다. 젊은 사람들에게 혼자 하려고 하지 마라. 주변을 둘러보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도와주는 사람들을 찾으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제공하라고 그렇게 조언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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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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