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살인마 조선이 ‘게임’ 때문에 그랬다고?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검찰(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김수민 부장검사)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신림동 살인마 조선은 작년 연말부터 300만원을 대출 받아서 인천 이모 집에 쳐박혀서 게임만 했고, 게임 유튜브만 봤다. 결국 게임 중독자로서 폐인이 되어가고 있는 와중에 모욕죄 고소를 당해서 경찰 출석을 요구받자 열등감이 폭발했고 그렇게 살인극을 벌이게 됐다? 심지어 검찰은 조선이 범행 당시 보였던 “특이한 움직임”이 “게임 캐릭터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조선은 8개월간 4개의 FPS 게임(1인칭 슈팅 게임)에 빠져서 살인에 이르게 된 게임 중독자였다는 거다. 이러한 결론이 합리적일까?

 

 

프로파일러 출신 배상훈 교수(우석대 경찰행정학과)는 11일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실 너무 부실한 수사의 결론에 끼워맞췄고 복잡한 형태의 재범 관리 부재라든지, 조선이 왜 범죄 경력을 쌓는 동안 재범 관리에 실패했는지 등등 이런 부분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면서 검찰의 수사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오랫동안 게임을 했고 게임 유튜브를 시청해왔기 때문이라는 하나 마나 한 얘기를 갖다 붙였다”고 덧붙였다.

 

조선이 게임 중독이 맞긴 한 건가? 어떤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는가? 한국에서 게임 중독을 판단하는 평균 게임 시간이나 게임 유튜브 보는 시간이 있을텐데 그걸 왜 제공하지 않는가? 게임 중독의 지표와 행동들이 있을 것인데 왜 제시하지 않는가? 그리고 범행 이전에 모방했거나 자극을 받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왜 조사하지 않았는가? 왜 하필 신림동이었는지? 흉기 2개를 왜 구입했는지?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을 하기 위해 조선의 트리거나 트라우마가 뭔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다 게임 중독으로 몰아갔다. 결국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울 수가 없다. 게임회사만 욕 먹다가 말겠네?

 

직장이 없는 무직 상태가 오래 지속되며, 사회적으로 인간관계가 단절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반드시 게임 중독인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조선이 밑바닥의 위치에서 좌절감을 되풀이하게 되는 사회적 요인을 특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단순히 누구나 쉽게 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취미생활로서의 게임에 탐닉한 피상적인 사실만 지나치게 부각한 검찰의 결정이 무척 아쉽다.

 

특히 배 교수는 “조선이 다른 젊은 남성들에 비해 공격성을 갖게 된 이유가 뭔지에 대한 것은 전혀 안 나왔다”면서 “그냥 본인이 열등감을 갖게 됐다. 열등감 때문에 그랬다? 게임 중독에 따른 젊은 남성 공격으로 맞추기 위해서 열등감을 갖고 온 건데 열등감이라는 것은 본인 얘기인데 그게 어디서 왔는지?”라고 재차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 수사기관은 소셜 크라임에 대해서는 아예 무지하거나 수사 방법 자체를 모르거나, 어제(9일) 경찰의 최원종 수사 결과에 대한 것도 허접하고 한심한데 검찰도 뭐 더 나을지 알았는데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이러니까 이런 종류의 범죄에 대한 대응력이 없다.

 

결국 배 교수는 이번에 검경의 함량 미달 수사력 또는 사안 판단력을 접하면서 다시 한 번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러니 어떻게 치안 정책을 짜고 범죄 예방책을 세울 것인지 제대로 나올 수가 없다. 그냥 게임업체 없애면 다 해결되는 것 아닌가? 단순하다. 잔인한 게임 못 하게 차단하면 그만이다. 안 그런가?

 

사실 게임 탓을 일삼는 패턴은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게임 전문 매체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는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접하고 한국의 게임 수난사를 정리하는 기사를 작성했다. 한 번씩 읽어보길 바란다. 해당 기사에도 언급됐는데 2001년 3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친동생 도끼 살인사건’의 범인 A군(당시 16세)은 동생 B군(당시 10세)을 잔인하게 살해했는데 그때도 언론들이 게임을 융단폭격했다. 생활이 너무 바쁜 상황 속에서 악의없는 부모의 방치와 무관심이 핵심 키워드였는데 그 당시 언론들은 게임 탓을 하기 바빴다.

 

2022년 5월 방송된 <알쓸범잡2>에서는 해당 사건이 소개됐는데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은 “당시에 언론에서 답을 찾으려고 게임에 몰입했다고 몰아갔고 게임에서 하는 것을 현실에서 하려고 했다고 섣불리 진단했는데, 사실 학술적 의학적 근거는 없다. 어느 한 가지에서 답을 찾으려는 것이 섣부르고 위험하다”고 지적했고, 권일용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는 “부모가 경제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 그것이 방임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며 게임에 과몰입할 수 없는 배경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어냈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