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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과 ‘직장’ 둘 중 하나 포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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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1번째 글입니다. 김철민씨는 법학과 관광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면서, 회사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인의 삶을 주제로 글을 써볼 계획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나는 1992년생 30대 청년이다. 요즘 너무 바쁘다. 낮에는 웨딩업체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있고, 저녁에는 대학에서 관광학과 법학을 공부하고 있다. 석박사 통합과정 대학원생인데 그야말로 주경야독이다. 사실 몸이 많이 안 좋아서 하나만 제대로 하기에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일과 학업을 병행하게 된 배경이 있다. 생존하기 위해 나의 스펙을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맘을 먹게 된 경험들이 많았다. 평범한미디어 지면에 글을 쓰게 되는 첫 시간이니 만큼 나의 인생 스토리를 좀 길게 풀어보려고 한다.

 

 

나는 해병대에서 군생활을 했다. 부사관으로 복무했는데 전투병과다 보니 부상이 잦았다. 꽤 심각한 수술도 받았다. 왼쪽 무릎 전후방 십자인대와 내측 반월상연골판이 파열됐다. 누구보다 해병대 부사관으로 군복무를 마친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으나 전역해서 사회로 나오니 너무 막막했다. 딱히 내세울 수 있는 기술이나 자격증이 없었고, 대학 타이틀도 지방 사립대에 불과했다.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어차피 다니고 있던 대학에서 졸업장을 받아봤자 그다지 장점이 없다고 생각해서 바로 일을 시작했다. 다행히 고등학교 때 취득해놓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이 있어서 태국 푸켓의 다이빙 리조트에서 보조 강사이자 관광 가이드로 일할 수 있었는데 이때부터 인생의 쓴맛을 봤다.

 

영어와 태국어 실력이 부족했기에 현지에서 근무하는 매순간이 위기였다. 고객들에게 “다이빙만 잘 하면 뭐 하냐? 가이드란 사람이 영어도 못 하고 태국어도 못 하는 게 말이 되냐”는 컴플레인을 숱하게 들었다. 인격 모독이 심했고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은 상수였다. 결국 다이빙 리조트에서 잘렸다. 어쩔 수 없이 귀국했고 많이 방황하면서 다짐을 했다. 무시 받지 않으려면 결국 내 능력을 키워야겠다! 어떤 분야든 업계든 더 많이 노력해서 일 잘 하는 사람으로 유명해져야겠다! 그래서 다시 대학으로 돌아갔다. 군 휴학을 하고 6년만에 학부 2학년으로 복학했는데 정말 악착같이 공부에만 전념했다. 노력이 통했는지 학부를 졸업할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다닐 수 있었다.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잘 돼야 한다.

 

정말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열심히 살다 보니 다른 길이 열리고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원래 법학 전공이었는데, 복학하자마자 듣게 된 관광호텔경영학 수업이 계기가 되어 조주기능사(바텐더 자격증) 자격을 취득했다. 바텐더 대회에도 나갔다. 아예 칵테일바를 창업할까 고민했지만 하필 코로나가 터지면서 창업의 꿈은 잠시 접었다. 언젠간 꼭 도전해보고 싶다. 칵테일바 창업을 시도하지 못 했지만, 관광호텔경영학을 더 공부하고 싶어졌다. 지도 교수님의 권유도 있었기에 용기를 내서 대학원에 진학했고 순탄하게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관광학도가 된 것 같았는데 학부 주전공이었던 법학에 대한 미련이 가시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관광과 법학 둘 다 해보자! 하고 싶다면 둘 다 하면 된다. 법학 전공 대학원에 다니기 위해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갔다. 학비를 벌기 위해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직장 다니면서 대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와 같은 고충이 있을 것이다.

 

관광 기업 부설 연구소 연구원으로 취업이 되긴 했는데 헬게이트가 열리고 말았다. 파벌 나누기와 정치 싸움이 횡행했기 때문이다. 나도 나름 석사까지 마친 연구원인데 학사 출신 보조연구원에도 미치지 못 하는 대우와 직장 내 괴롭힘까지 감내해야 했다. 그래서 내 발로 나왔다. 어쩔 수 없이 퇴사했다는 것이 정확하다. 또 다시 방황의 늪에 빠졌다. 인생 그래프가 널뛰는 것처럼 이런 슬럼프의 굴레는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뭐 별 수 없다. 다시 취업시장을 두드렸다. 돈을 벌지 않으면 학업을 이어갈 수 없다. 학업을 포기하면 부당한 대우가 계속될 것만 같다. 그렇게 지금 근무하고 있는 웨딩업체로 입사하게 됐다.

 

내가 피해의식이 있는 건지? 일을 잘 못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왜 이렇게 어딜 가든 부당한 인격모독을 당하는 일이 빠지지 않고 발생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웨딩업체에서 초반에는 곧 잘 지냈는데 이내 냉대와 무시가 이어졌다. 동기 사원들과 알바생, 하객들이 있는 곳에서 상사로부터 막말을 들었다.

 

나이 서른 넘게 처먹고. 사회 경력도 부사관으로 복무한 거 제외하면 크게 내세울 것 하나도 없고. 일머리도 알바 애들보다도 떨어지고. 너 뭐냐? 학력만 석사이면 뭐 하냐? 혹시 돈 주고 석사된 거 아니냐?

 

너무 치욕적이고 굴욕적이었다. 정말이지 나는 실무적으로나 학업적으로나 둘 다 잘 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가 너무나 어렵고 버겁다. 저런 하대의 말을 들을 때면 의욕이 사라지고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가오는 2024년 가을학기부터 호텔경영학 박사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정말 나 잘 하고 있는 게 맞을까? 깊은 사색에 잠기게 된다. 계속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할지, 하나를 관둬야 할지 고민스럽다. 앞으로 매주 화요일 나의 좌충우돌 분투기를 하나씩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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