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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가 된 20대 아들 “아버지는 나무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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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3번째 글입니다. 김철민씨는 법학과 관광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면서, 회사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인의 삶을 주제로 글을 써볼 계획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예고했듯이 이번에는 신용불량 상태에서 어떻게 다시 신용회복으로 도약할 수 있었는지 그 파란만장한 일련의 사건들을 짧게 회고해보고자 한다.

 

때는 바야흐로 2016년 3월이었다. 해병대 중사로 갓 전역했던 시점이었다. 거의 전역과 동시에 매끄럽게 군인 특별채용으로 롯데그룹에 지원해서 합격했다. 그런데 그때 도무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롯데 입사를 포기하고 스쿠버다이빙 강사를 하겠다고 갑자기 태국 푸켓으로 향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만악의 근원은 푸켓이었다. 여기서부터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4년 3개월의 군복무를 버텨내며 악착같이 7000만원을 모았는데 그 돈을 푸켓에서 날렸다. 푸켓 호텔에 취업됐지만 너무 일찍 해고됐고 쉽사리 귀국할 수 없어서 체류비로 너무 많은 돈을 썼다. 월세와 보증금이 뼈아팠다. 그렇게 무일푼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그만둬야 했다. 멈췄어야 했다. 그러나 그땐 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필리핀 세부를 오가면서 다이빙 기술들을 습득했고 마침내 정식 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되었다. 욕망은 끝이 없다. 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된 만큼 이젠 일해서 돈을 벌었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스쿠버다이빙 전문 리조트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허황된 욕심이었다. 역시 동업이 문제다. 공동 투자자들 중 1명이 투자금을 먹고 튀었다. 사기꾼이 맞다. 사업에 무지했던 만큼 누군가의 감언이설에 휘둘리기 쉬웠다. 나는 어떻게든 잡기 위해 경찰과 검찰에 정식으로 고소장을 냈지만 아직까지도 범인을 잡지 못 했다. 어쨌든 사기꾼한테 당해서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1억 3000만원의 빚더미에 빠지고 말았다. 직업 군인이었던 만큼 신용등급이 1~2등급이었는데 한 순간에 9~10등급으로 곤두박질쳤다. 영락없는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모든 금융활동이 마비됐다. 내 명의로 된 스마트폰, 통장, 카드 등등 모든 걸 맘편히 사용할 수 없었다. 잠시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곧바로 채권 은행들이 돈을 빼 가기 일쑤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채무 상환 독촉 전화와 경고장이 내 목을 옥죄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빨간딱지까지 붙었다. 죽고 싶었다. 실제로 자살하려고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나의 손을 잡아준 구원자는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바보처럼 왜 사기를 당했냐고 나무라지 않았다.

 

괜찮다. 너 아직 젊다. 기회는 많다.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네가 결혼해서 자식 있는 처지라면 지금보다 더 절망적이고 힘들었겠지만 이제 겨우 20대다. 충분히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아버지께서 3000만원을 대신 갚아줬다. 남은 1억원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파산 신청을 해볼까? 아니다. 아버지의 격려와 지원에 힘을 내야 했다. 히키코모리처럼 은둔 생활만 할 수 없었다.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래 허드렛일과 막노동 뭐든지 해서 내 손으로 갚자. 택배상하차, 편의점, 대리기사, 공장 용접 등등 잠을 줄여가며 쓰리잡, 포잡을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원양어선까지 탔다. 너무 혹사했던 탓일까? 몸이 망가졌다. 소장암이 발병해서 수술을 받았고 온몸이 종합병원이었다. 밭을 갈기 위해 앞만 보고 걸어가는 소처럼 밑바닥에서 굴렀던 기간이 2년이다. 그렇게 7000만원을 상환했다. 남은 빚은 대학에 복학해서 알바하며 조금씩 갚아나갔고 마침내 2022년 연초에 채무자 신분에서 벗어났다. 최근 신용점수를 확인했더니 평균 점수가 990점이었다. 원래 잘 울지 않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서글프게 울었다. 아버지께 전화해서 고맙다고 말씀드렸다.

 

믿고, 격려해주고, 지원해주셔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태어났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과거의 아픔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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