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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에 빠진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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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정의당 내부 논쟁이 시끄럽다. 바깥에선 별 관심이 없지만 내부에선 치열하다. 보잘 것 없는 지지율과 원내 6석의 작은 정당임에도 모두가 단합해서 총선 준비를 하지 못 하고 있다. 방향성을 놓고 절충점으로 도달하지 못 하고 있는데 김준일 수석에디터(뉴스톱)는 거대 양당과 달리 “먹을 것이 없는 정당”이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충분하다면 아니꼬워도 당에 남아 훗날을 도모할 수 있지만 정의당처럼 소수정당에서는 당내 주도권과 방향성을 놓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현상이 흔하다. 실제로 유럽과 남미 여러 국가들에서는 좌우파 연정이 성사됐는데 집권이라는 먹을 게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무튼 정의당이 치열한 노선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5일 정의당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준우 변호사가 취임했다. 김준우 비대위원장은 민변 출신 법률가로 진보진영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무엇보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연대 전선에서 적극적으로 활약했다.

 

전임 이정미 지도부가 5일 전국위원회에서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을 결의했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비대위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김준우 위원장이 역할을 맡게 됐다. 이정미 지도부의 선거연합정당론은 앞선 6월24일 개최된 전국위원회 결정사항의 취지가 구체화된 것인데 “노동정치세력, 녹색정치세력, 제3의 정치세력과 합당 및 통합의 방식으로 신당을 추진한다”라는 문장이 핵심이다. 그 결과 신당추진사업단이 출범한 바 있다. 6.24의 결론이 11.5로 도출됐다는 사실 자체에 비판적인 내부 세력들이 꽤 있다. 정치유니온 세 번째 권력대안신당 당원모임, 전환 등이다. 제3지대를 밀고 있는 세력과, 좌파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세력 모두에게서 비판을 받고 있는 셈이다.

 

김준우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이정미 전 대표가 천명했던 총선 전략과 궤를 같이 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정의당만으로는 어려워서 연대를 하긴 해야 하는데 그 방식과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선거연합정당 추진

②그 대상으로 녹색당, 지역정당 네트워크 또는 기타 세력 거론

③비례대표 1번과 2번 양보

 

①은 총선을 앞두고 외부 정당 인물들이 정의당으로 입당해서 선거를 치르고 끝난 이후 탈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래도 함께 할 세력들을 정하고 합의해서 당명을 바꾸게 되더라도 기존 정의당의 기반이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김준우 위원장은 정의당도 진보진영에서 기득권으로 비판을 받았던 만큼 외부 인사들에게 정의당 비례대표 1번과 2번을 양보하겠다고 공언했다. ①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흐름 자체를 비판하는 정의당 내부 의견그룹들이 있지만, ①으로 가더라도 누구를 포함시킬지에 대한 ② 문제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내부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무척이나 힘든 과정이자 합의가 난망한 일이다.

 

 

김준우 위원장은 당원 설문조사와 총투표를 진행해서 연대 대상을 정하고 당론화(전체 당권자의 30% 이상 동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질문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본인의 권한이 있는 만큼 스스로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김준우 위원장은 원래부터 방송 출연이 잦은 인물이었던 만큼 정의당 비대위원장 신분으로 여러 메시지를 내는 것에 따라 연대의 방향성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단 녹색당과 지역정당 네트워크는 확정이다. 문제는 ‘기타 세력’으로 누구를 포함시키고 어디까지 연대할 수 있느냐다. 김준우 위원장은 당원 여론을 묻겠다는 워딩으로 함구하지 않고 여러 세력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메시지를 내놨다.

 

레디앙의 최초 보도가 타전됐던 10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김준우 위원장은 여러 매체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누구와 연대를 할 것인지 뉘앙스를 달리 해서 속내를 피력했다.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녹색당, 지역정당 네트워크, 민주노총 외에 노동당과 진보당 등 진보정당을 표방했던 세력들이 우선적인 고려 대상

Ⓑ친민주당계 사회민주당과 기본소득당도 가능성 열어둠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에 대해서도 가능성 있음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에 대해서는 부정적

Ⓔ이준석 전 대표의 ‘보수신당’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부정적

 

김준우 위원장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식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할 때 아래와 같이 발언했다.

 

(11.5 전국위원회 결정사항을 보면 선거연합정당의 대상으로) 녹색당 등 진보정당 이렇게 돼 있고 지역정당 네트워크 등 제3지대라고 돼 있다. 그래서 ‘등’이 누구냐라고 했을 때 그것은 천호선 대표의 사회민주당일 수도 있고, 새로운 선택일 수도 있고, 진보당일 수도 있고, 노동당 이런 정당들이 쭉 있는 것 같다. 이준석 전 대표 같은 경우는 아직 1지대에 있다. 그걸 저희가 물어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준우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이준석 전 대표의 보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고 그때마다 일관되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김준우 위원장은 2020년 총선 직전 새로운보수당을 만들었다가 결국 미래통합당으로 흡수된 사실을 거론하며 이준석 비토를 강화하고 있으며, 노란봉투법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란 진보적 명제를 리트머스 시험지로 제시하며 연대의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강령과 규약이 있는 세력 같은 경우는 어느정도 저희 당과의 어떤 정책적 교집합이 확인이 돼야 된다. 그러니까 노란봉투법에 대해서 거부권 행사가 맞다고 얘기하는 분들과는 저희가 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정의당은 노동중심성을 확고히 할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과 관련해서 너무 너르게 가는 것은 너무 정략적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민국당적이라고 생각을 한다.

 

참고로 위 워딩은 기자들이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과도 연대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을 한 것에 대한 김준우 위원장의 답변이다. 존재감이 큰 이준석신당에 대한 질문이 많아서 그렇지 김준우 위원장도 이정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양향자신당에는 회의적이다.

 

사실상 좌우파를 넘나드는 제3지대 신당론을 밀고 있는 세 번째 권력, 조금 결이 다른 대안신당 당원모임의 구상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천명한 것이다. 지금 정의당 내부에서 총선 전략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세력들은 크게 △기존 정의당 지도부 △세 번째 권력 △대안신당 당원모임 △전환 등이 있다. 나아가 △일반 당원 여론 △류호정·장혜영 두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현역의원 4인(강은미·배진교·심상정·이은주)의 입장도 살펴봐야 한다.

 

 

아무래도 세 번째 권력과 대안신당은 기존의 진보 세력들끼리의 연대를 넘어 이준석신당이든 금태섭신당이든 양향자신당과도 연대와 연합 가능성을 닫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김준일 수석에디터는 대안신당 당원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원석 전 의원에게 “이준석(유승민)과 박원석이 신당을 만들어야 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양당 안에서도 주류와 비주류가 정치적 입장차가 지대함에도 함께 하고 있는 것처럼 진보와 보수 이념을 떠나 두 세력이 같이 갈 수 있다는 취지다. 세 번째 권력에 합류해서 활동하다가 최근 정치 은퇴를 선언한 이기중 전 부대표는 “제3지대란 실현가능성도 성공가능성도 낮다. 정치가 가져야 할 직관적 설득력이 없다”면서도 아래와 같이 밝혔다.

 

그러나 나는 양당제가 만들어낸 적대적 질서의 타파가 지금 정치의 첫 과제라고 생각한다. 진보진영의 연합으로, 민주당보다 더 선명하게 정권과 싸울 한 축을 만들어내자는 이야기는 오히려 현실적이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정치는 아니다.

 

세 번째 권력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이병진 전 경기도당위원장도 이기중 전 부대표의 생각처럼 “우리가 진보진영을 비롯해 모든 제3지대와 대화하고 호명하겠다고 아무리 노력한들, 그리고 그로 인해 다른 이들이 정말 우리와 함께 하고 싶다고 한들, 그것이 실제로 실현가능하거나 우리가 그것을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우리가 그런 노력과 과정을 보여준 끝에 선거연합이라도 논쟁한다면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우리를 하나로 묶을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만들어 내고, 실제로 연합을 함께할 세력들이 더 늘어나고, 꼼수 논란에서 조금이라도 해명 가능성을 높이기라도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역시 세 번째 권력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류호정 의원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정의당이란 식당이 있는 거다. 이 식당은 흰 쌀밥을 잘 만드는 식당이었다”며 깁밥론에 비유해서 좌우 연대론을 설파했다.

 

(흰 쌀밥 잘 만드는 이미지를 밀면서) 밥심으로 일하자. 근데 시간이 흐르면서 흰 쌀밥이 아니어도 더 건강한 음식들이 많아진 거다. 그래서 국민들이 쌀 소비량도 줄었고 다른 맛있는 거. 그러면서도 건강한 거 많으니까 딴 거 먹고 싶어. 하는 거다. 그러다보니 매출이 줄어든다. 내부에서 이거 어떻게 된 거지? 흰 쌀밥 이거 되게 건강하고 좋은 건데 갓 만든 따끈따끈 한 건데. 그러면 우리가 더 열심히 고봉밥처럼 잘 지어서 담아드리면 될 거야. 더 열심히 지은 거다. 근데 흰 쌀밥은 죄가 없다. 하여간 세상이 변해버린 거다. 흰 쌀밥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흰 쌀밥 버리자는 게 아니라 그러면 김밥으로 가자. 단무지, 김치, 참치 이런 거 다 모아서 김에 쌀밥 깔고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김밥론의 핵심은 김밥의 재료들이 다 다르지만 함께 있는 것처럼, 오직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 체제에 균열을 내야 한다는 하나의 생각만 일치한다면 모두가 김밥의 재료가 되어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잘 말아서 새로운 다른 상품을 만들자. 하지만 우리의 가치로 가는 게 아니지 않느냐? 이런 소리를 듣는다. 내가 다른 제3지대와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하면 어디 하던 거 다 내팽개치고 갑자기 변신하자는 거냐? 그런 게 아니다. 나는 공통점을 많이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당제는 만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대한민국 정치인들에게는 양당제는 과분하다. 양당제를 깨고 정치인들이 더 많이 경쟁하게 해야 시민들이 무한 경쟁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양당제에 균열을 내야 다음 스텝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 정책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왜냐면 사실 정의당 안에서도 정책이나 주요한 정치적 의사결정이 달랐던 게 많았다. 조국 사태부터 검수완박, 공수처, 이번에 심지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부까지도 다 달랐다. 우리가 다름에만 집중했다면 정의당은 한 테두리 안에 어떻게 있었을까? 어떤 공통점들에 합의 가능했기 때문에 있었다. 이제 다음 22대로 넘어가는 시대, 세대부터는 양당제를 깨는 거, 정치를 복원하는 거 거기에 좀 더 공통점을 두고 합쳤으면 좋겠다.

 

 

그러나 김준우 위원장은 류호정 의원의 이러한 청사진에 대해 “정의당의 선거연합은 당선을 위한 묻지마 제3지대론과는 철저히 결별하겠다”고 선을 긋는 입장이라 좌우의 만남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묻지마가 아니라 묻고 연대하는 “가치 연합”을 실현하겠다는 것이고 노란봉투법 등 진보적 가치가 맞아야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병진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세 번째 권력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창인 전 청년정의당 대표까지 둘 다 “진보 감별사”를 자처해서 정의당 스스로 연대 대상을 탈락시키는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진보 딱지를 붙이고 활동하지 않았던 세력들에게는, 만나서 대화를 해보기도 전에 사전 차단을 하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라는 취지다. 세 번째 권력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장혜영 의원은 안티 페미적인 이준석 전 대표와 크게 논쟁을 한 바 있지만 세 번째 권력 출범식에서 함께 손을 맞잡았다. 그 직후 정의당 내에서 어떻게 여성 혐오적인 정치인 이준석과 같은 행보를 보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장혜영 의원은 아래와 같이 입장문을 냈다.

 

우리 정치는 이미 충분히 분열적이고 그 분열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치인들은 진영으로 나뉘어 대화를 단절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단절과 분열의 책임과 후과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장혜영 지지자가 이준석을 믿고 거르는 동안 이준석 지지자도 장혜영을 믿고 거른다. ‘믿고 거르는 정치’가 난무할 때 이견이 합리적으로 토론될 수 있는 공론장은 들어설 여지가 없다. 나는 한 사람의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 이런 현실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믿고 거르는’ 정치 대신 의미 있는 다름이 논의될 수 있는 정치적 지평을 여는 것은 지금 모든 책임있는 정치인과 정당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러한 과제를 풀고자 하는 시도를 혐오와의 연대라고 과도하게 낙인찍는 것이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적어도 장혜영 의원이 믿고 거르는 정치를 지양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기타 세 번째 권력 소속 정치인들은 좌우를 모두 담을 수 있는 신당을 만들자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김창인 전 대표는 “87년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현 시기 진보정치의 시대적 사명”이라며 “양당 심판을 위한 좌우합작 신당 창당이 그 방법론”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기존의 진보진영 세력들과의 연대연합은 과거의 방식과 다를 게 없고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진단을 밀고 있다. 류호정 의원은 “결국 남는 건 노동과 녹색인데 그걸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그 말인 즉슨 이대로 가자. 근데 이미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안팎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며 “계속 도돌이표처럼 도는 거다. 그럼 딴 걸 해야 하는데 한 번 해보지도 않고 그러면 이대로 가라앉을텐가. 저희는 갑자기 주저앉는 게 아니다.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고 역설했다. 류호정 의원과 같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세 번째 권력 염종운 집행위원장(류호정 의원실 보좌관)은 “상품이 안 팔리는 게 증명됐는데 상품의 포장을 달리하든가 안의 내용물을 바꾸든가. 그렇게 해야 한다. 당원 입장에서 되게 많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니까 지금 제3지대라고 하는 거는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양당제를 넘어서자고 하는 개인 또는 집단이 모여 있는 공간을 제3지대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예를 들면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의원, 정태근 전 의원 등 이런 분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과는 못 하겠다. 이거다. 쉽게 얘기하면. 도저히 안 되는 건가? 진보정당 진성 당원들의 입장에선 도저히 못 받아들이는 걸까?

 

위와 같은 염종운 위원장의 질문을 받은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흔히 페미니즘이나 장애 운동이나 이런 걸 정체성 정치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정체성 정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문제가 되는 정체성 정치는 좌니 우니 진보니 보수니 그런 식의 바탕이 되는 이념 정치가 낡았다고 보는데 거기에 집착을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어찌됐든 “최대 연합 전략으로 나아가자”고 천명한 대안신당과, 좌우 합작으로 구체화된 해법을 제시한 세 번째 권력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가깝게 보면 2021년 연말부터 펼쳐진 2022년 대선 정국에서 당시 심상정 후보가 비양당 중도 후보들에게 적극적으로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과 똑같은 흐름이다. 30년 진보정치 외길을 걸어왔던 심상정 후보가 시장주의자에 가까운 안철수 후보(신국민의당)와 김동연 후보(새로운물결)의 정치관에 동의해서 그렇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비양당 후보 3인이 최대한 공통 분모를 찾고 정책 연대 및 공동 선거운동 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서 양당 후보가 독식한 대선판에 균열을 내보고 싶었던 것이다. 심상정 후보는 당시 진보정당 테두리에서 대선을 뛰고 있던 김재연 후보(진보당), 오준호 후보(기본소득당), 이백윤 후보(노동당) 등에게는 무심했으며 어떻게든 언론과 일반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네임드 3지대 후보 두 사람과 연대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안철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는 각각 윤석열 후보(국민의힘)와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에게 단일화를 당했으며 이끌고 있던 정당마저 갖다바쳤다. 그 대가로 정치적 이익을 보장받았다.

 

어찌보면 2011년 ‘안철수 현상’으로 등장했던 정치인 안철수의 중도 제3지대 실험은 2018~2020년 좌충우돌 바른미래당의 실패로 마침표가 찍혔다. 세 번째 권력과 대안신당이 밀고 있는 좌우 합작 모델이 안철수 모델과는 무엇이 다르며 차별화된 지점이 무엇인지 설득력있는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관련해서 김창인 전 대표는 23일 “진보정치의 길은 복고주의가 아니다. 과거회귀형 진보정당 선거연합 전술이 아닌, 새로운 정당으로의 과감한 도전이라는 저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정의당 탈당을 선언했다.

 

정의당을 탈당하면서 정치유니온 세 번째 권력에 가입했다. 내가 가진 사회주의적 지향과 원칙을 담아내고, 좌파정치 역시 공존과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신당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조성주 위원장의 진심어린 설득에 가입 의사를 밝혔다.

 

 

세 번째권력이나 대안신당과는 달리 전환은 진보좌파 세력의 총결집을 주창하고 있다. 양경규 전 사회연대임금특별위원장, 권수정 전 서울시의원, 나경채 전 공동대표(현 비대위원), 김윤기 전 부대표 등이 소속돼 있는 좌파 의견그룹 전환은 “4개의 진보정당과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운동 세력이 동참하는 진보정치연합 총선 체제로 돌파해야 한다”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미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대표자 연석회의를 통해 총선 공동 대응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적극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지금 정의당이 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단독 선거연대는 연석회의에 함께한 4개 진보정당 중에서 녹색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을 배제하는 것이고 이는 진보진영의 연대와 협동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 안에 새로운 장벽을 세우는 것이다.

 

물론 전환 역시 “제3지대 정치가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짜장면도 싫고, 짬뽕도 질린 사람에게 짬짜면을 대접할 수는 없다. 과감하게 양지탕 먹자고 말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기득권 양당의 일부였던 사람들과 손잡는 정치는 3지대 정치가 아니라 양당 정치의 파편일 뿐이다.

 

사실 주류 언론들이 신당론을 다루는 포션의 대부분이 이준석신당으로 채워지고 있는데,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준석 전 대표는 3지대나 다당제에는 뜻이 없고 혁신하지 않는 거대 양당 중 한 곳인 보수정당을 개혁해서 주도권을 잡는 것에 관심이 많다. 이미 수 차례 “집권을 바라보는 신당 창당”을 피력한 바 있다. 결국 전환이 지적했던 것처럼 기득권 양당의 계파 갈등에서 밀려난 비윤석열계 정치인이 주도하는 신당론이라는 것에 호응할 소위 유승민계 개혁보수 정치인들도 양당제 타파가 아닌 양당 중 한 곳에서 다시 권력을 잡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준우 위원장도 비슷한 취지로 제3지대론에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1990년대의 제3지대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 2000년대는 진보정당, 지금은 반국힘 반민주당도 아니고 비명 비윤 모여라는 인물 중심의 제3지대로 너무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거기에 동참하기에는 저희 지지자들이 많지 않지만 (이준석 신당과 선거연합정당 함께 하면) 날 용서하지 않을 거고 통과되지도 않을 것 같다.

 

2004년과 2012년 총선에서, 진보 정파들이 최대치로 모여 출마한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이 각각 10석과 13석을 확보했다. 전환과 김준우 위원장은 적어도 6석도 지키기 어려운 정의당의 처지보다는 이런 방향으로 다시 시도해보는 것이 낫다는 입장인 걸로 해석된다. 적어도 김준우 위원장은 보수와 중도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전환의 지침대로 진보좌파 세력들과는 최대한 열어놓고 있고 언제든지 러브콜을 보낼 수 있는 분위기다. 전환은 세 번째 권력이나 대안신당의 제3지대론에 대해 “정의당의 진보정치노선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허구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종국적으로는 “이에 대항하여 앞서 주장한 진보 정치의 협동을 통한 부상 전략이 우리의 자강 전략이자 정의당의 혁신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키는 김준우 위원장이 쥐고 있다. 김준우 위원장은 전환의 구상과 공통분모가 있는데 270만 진보 지지자들의 지지 회복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2020년 총선에서) 적어도 정의당에 표를 주셨던 270만 정도의 유권자들이 계셨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저희에게 광역의회 비례 기준으로는 95만명이 표를 주셨다. 270만 혹은 범 진보정당으로 따졌을 때 300만까지 표가 왔었던 총선이나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그분들의 지지를 다시 회복하는 게 1차적 목표다. 교섭단체가 되겠다. 두 자리 숫자가 되겠다. 그런 입에 발린 말을 내가 지금 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시적으로 당장 주목해봐야 할 것은 당원 여론조사다. 김준우 위원장이 약속한 만큼 당원 여론조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어떤 세력과 함께 할지에 대해) 최소한 창준위 수준은 돼 있는 상태여야 비대위원회가 당원들한테 의사를 물어볼 근거가 있을 것 같다. 나는 당원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그 의견이 구속될 거라고 생각한다. 각자 지금 진보당이랑 하는 게 옳다. 새로운 선택이랑 하는 게 옳다. 기존에 저희 당 안에 있던 정치적 리더들이 그런 의견들을 개진했는데 당원의 의사는 확인된 적이 없다. 그리고 전국위원회 결정사항은 대의제의 한계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 비판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바로 다음주에 한다는 식으로 할 경우에 당원들이 충분히 숙고할 시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2주나 3주 정도 미리 우리는 설문조사를 할 것이라고 당원들에게 국민들에게 얘기를 하고 당원들이 최소 당권자들 30% 이상 참여를 하면 당론이 거기에 구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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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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