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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를 ‘성추행범’으로 엮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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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그야말로 어이가 없고 황당한 상황이었다. 20대 여성 승객 A씨가 지속적으로 택시기사에게 신체부위를 만져달라고 요구했다. 누가 봐도 성추행으로 엮어서 돈을 챙기려는 공갈 협박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데 그건 또 아니라고 부인했다.

 

지난 10일 전남 여수경찰서는 50대 택시기사 B씨에게 신체 접촉을 유도하기 위해 손을 덥썩 잡은 혐의로 A씨를 형사 입건했다. 여성이 고의적으로 성추행을 유도하는 사건을 법으로 처벌하는 게 쉽지 않아서 입건 자체를 안 할 수도 있는데, 같은 날 저녁 방송된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의 여파도 있고 입건을 안 하기가 어려웠다.

 

 

A씨는 5월24일 새벽 1시반 즈음 전남 여수시 학동에서 택시에 탑승했는데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쯤 대뜸 “블랙박스를 꺼달라”고 종용했다. 블랙박스를 왜 꺼달라는 것인지 도무지 명분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하도 A씨가 재차 요구하다보니 B씨는 “블랙박스를 끄려면 칩을 빼야 하고 다 도착했다”며 완곡히 거절했다. A씨는 목적지에 도착한 직후 핸드백을 어깨에 매고 여느 손님들처럼 평범하게 하차할 듯 하더니 갑자기 “다리 만지실래요?”라고 제안했다. A씨는 “만져보세요. 바로 내릴게요”라고 내뱉고는 왼손으로 B씨의 오른팔을 잡고 자기 다리쪽으로 갖다대려고 시도했다. 이내 A씨는 두 손으로 B씨의 오른팔을 감싸쥐고 재차 성추행을 유도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괜찮아요. 제가 된다고 하잖아요.

 

강제로 잡아당기는 바람에 B씨는 고통의 신음소리를 냈는데 A씨는 “나 꽃뱀 아니라고 그니까 만져만 달라고”라며 계속해서 B씨의 팔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B씨는 A씨의 무례한 짓에 계속 “안 돼. 하지마”로 일관했다. 포기하지 않는 A씨는 “한 번만 만져줘”라고 애원했고 동시에 “카메라 꺼!”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B씨는 “나 택시 영업해야 된다”면서 한 번 더 거절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A씨는 B씨가 만지고 싶어하지만 꽃뱀 또는 허위 신고를 당할까봐 거절하는 것으로 여겼다.

 

(블랙박스 꺼!) 증거 안 남게! 나는 그냥 당신이 만져줬으면 좋겠어!

 

B씨는 딸을 달래듯 “오늘 마음이 안 좋았구나. 차분히 안 좋았던 일 다 잊어버리고 자면 좋은 거야”라며 끝까지 좋게 설득해서 A씨를 하차시켰다. A씨는 “왜 이러지?”라며 마지막으로 성추행 덫을 한 번 더 쳤지만 결국 “재미없어!”라고 내뱉고는 하차했다. 성추행으로 엮어서 돈을 뜯을 계획이었는데 실패해서 맘이 상한 것이다. 그러나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목적으로 신체 접촉을 한 것은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그날 술을 좀 마셨지만 많이 취하지는 않았다. 온전히 고의와 계획을 갖고 범행을 실행했다.

 

B씨는 어이없는 사건을 겪고 노심초사 성추행 가해자로 몰릴까봐 바로 인근 파출소에 방문해서 블랙박스 증거 영상을 보여주고 아무 문제없다는 확답까지 받아놨다. 일종의 공증이었다. 그런데 B씨는 동료 택시기사들로부터 A씨가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유도했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A씨는 운전 중인 다른 택시기사의 다리를 만지기도 했다. 그래서 A씨는 중도 하차를 당했다고 한다. 아무튼 B씨는 A씨를 경찰에 성추행 혐의로 신고했으며, A씨의 노골적인 추태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언론들에 제보했다. 그렇게 <한블리>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A씨는 성추행을 유도하면서 다른 손으로 스마트폰 촬영을 하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성추행으로 엮기 위해 조작 증거를 남기려고 했던 것이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CCTV 영상 및 다른 택시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해서 A씨를 검거했는데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해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렇게 A씨와 같은 사람들 때문에 진짜로 여성들이 당하는 성범죄 피해들이 수없이 많은데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2차 가해에 노출되는 패턴이 형성되고 있다. 안세훈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성범죄가 한국에선 남자에게 너무 불리하다. 여자의 말만 80% 정도 믿어준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일관된 진술에 힘을 실어주는데) 실제로 내 의뢰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건 누가 봐도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게 맞는데 여성이 고소한 내용을 보면 정말 디테일하게 없었던 내용을 만들어낸다. 그걸 보면 무섭고 또 일관되게 이야기를 한다. 여성들도 고소하는 경우에 다 변호사의 코치를 받고 한다. 성범죄에 있어서 무조건 여성들이 유리하다.

 

안 변호사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긴 한데, 실제로 안티페미 이론에 솔깃한 남성들을 비롯 여타 일반 남성들도 ‘무고의 공포’를 키워가고 있다. A씨의 추태 영상이 확산되면 더욱더 그런 편견이 공고해질 것이다. 그러나 성추행 무고를 당해 구속까지 당한 뮤지컬 배우 강은일씨는 끝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 받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래와 같이 밝혔다.

 

사건의 진실은 뒤로 한 채 성별간의 대립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진짜 성추행범들이 내 사례를 악용하는 일이 있을까봐 겁이 난다.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말라는 것이 절대 아니며 그렇게 해석될까봐 너무 힘들고 무섭다. 법조계는 부디 성별을 떠나 진실을 토대로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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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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