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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꼭 “생활방식이나 태도를 평가하고 지적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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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한국 사람들은 결혼에 대한 이상한 환상을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결혼의 본질이 무엇인지 직시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이 함께 동거해서 살아가게 되면 많은 갈등과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박은주 변호사(법무법인 온조)는 결혼을 할 때 “마인드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서 남녀가 모두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13년간 월 4~50건 총 5000여건의 상담을 진행했던 박 변호사는 실제로 1500~2000건 가량 이혼소송(상간소송 포함)을 맡았다. 수많은 커플들의 사례를 접한 박 변호사가 주는 결혼에 대한 어드바이스는 꽤 설득력이 있다. 유튜브 채널 <김작가TV>에 업로드된 박 변호사 출연분은 총 다섯 개의 시리즈가 있는데 마지막 5편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글자로 남기고 싶었다.

 

 

먼저 엄마와 아빠를 찾지 말라는 부분에 대해 박 변호사는 “여자들은 내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을 찾으면 안 된다”며 “남편과 아빠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 그러니까 20대부터 7~8년간 열심히 사회생활을 해서 돈을 벌만큼 벌었고 남자친구와 교제 기간을 거쳐서 결혼을 하기로 했다. 근데 결혼하면 나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까 좀 쉬고 싶어.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풀어냈다.

 

결혼해서 자기 커리어를 계속 유지하지 않고 돈 잘 버는 남편의 소득에 기대려고 하는 심리가 있는 것인데 박 변호사는 “결혼과 자기 일을 쉬는 것이 무슨 상관인데 그걸 연관짓는가”라며 “그건 이제 결혼을 대가로 상대방의 소득에 의존해서 조금 편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무임승차의 마인드”라고 직격했다.

 

아빠는 딸을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남편은 아내를 부양해야 할 의무가 그렇게 크지 않다. 결혼과 일을 인과관계로 해서 뭔가 영향을 서로 미치는 것처럼 여기면 불행해질 수 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내가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된장찌개를 잘 끓여줄 수 있는 여자를 상상하면 안 된다. 박 변호사는 “남자들은 아내에게서 엄마를 찾으면 안 된다”며 “자기가 배고프면 스스로 된장찌개를 끓여먹으면 된다. 전통적으로 가사와 양육은 아내의 전담이라는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하면 돈 문제가 더 중요해진다. 경제권에 대한 이야기다. 당연히 상대와 함께 앞으로 가정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서 계획을 세우고 합의를 해야 한다. 막연하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이라면 곤란하다. 박 변호사는 “사랑만으론 결혼이 유지되지 않는다”면서 “예전에는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작은 소득으로도 꾸준히 저축하면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는 경제적인 상황이 됐다. 지금은 너무너무 힘들다. 그런 것 자체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결혼을 함에 있어서 현실을 직시해서 배우자와 경제공동체가 됐을 때 어떻게 가정경제를 관리해야 할지 서로 까놓고 명백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막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요즘 박 변호사가 보기에도 결혼을 “못 한다기 보다는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은 의무사항이 아니라 선택사항이다. 박 변호사는 “예전에는 일생의 과업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결혼이었다”며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한 가정을 이루는 게 우리 일생에서 최대의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를 나와서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그런 게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결혼은 곧 행복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이제는 결혼은 선택이고 결혼을 하는 게 좋은지 안 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것 자체가 의미없는 질문이 됐다. 본인의 행복을 기준으로 결혼이 추가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기로 했다면 가장 큰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자녀 문제다. 애를 낳을 것인지 말 것인지가 결혼 이후의 가장 큰 결정사항이다. 박 변호사는 “결혼해서 부부가 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녀 부분이 되게 크다”며 “아니라면 동거만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딩크족도 많지만. 결혼을 한다는 것은 자녀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결혼하면 남녀가 가난해질 수 있는데 자녀를 키우는 데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내가 결혼? 어떻게든 하겠는데 자식까지 생각하면 물음표가 되고 두려움이 된다. 내가 한 생명체를 낳아서 보살피고 키워야 하는데 그건 사실 너무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에 결혼 자체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참 많아지는 것 같다. 이런 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코로나 끝나고 결혼식장을 예약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 왜 그러냐면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코로나 기간 때 결혼식장들이 많이 망해서 살아남은 결혼식장에만 예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돈과 자녀가 중요하겠지만 이제부터가 핵심이다. 사실 결혼을 하게 되면 둘이 한 집에서 동거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온갖 갈등을 맞닥뜨리게 된다. 일상을 공유하게 되는 것인데 나의 일상과 상대의 일상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박 변호사는 “일상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는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서로 30년 이상 남남으로 살던 남녀가 갑자기 한 집에서 동거를 하게 됐다는 것 자체가 불편한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박 변호사는 “한 명은 항상 생활방식이나 태도에 대해서 평가하고 지적하기 시작한다”면서 “(반면) 상대는 지적을 받고 쭈구리가 된다. 그러다가 나중에 공격을 하게 된다. 나도 방어기제를 작용해서 그러면 너는! 나는 맘에 들어서 가만히 있는지 아니? 이런 것들이 갈등이 계속 생기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생활방식의 차이는 사실 결혼 이후에 몇 번 시도해서 서로 조율해서 우리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사실 바뀌어지는 경우보다 안 바뀌는 경우가 훨씬 많다. 30년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자신의 생활방식에 대해서 전혀 지적을 받지 않았다. 청소년기에는 엄마가 다 치워줬고, 집을 나와서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혼자 살았기 때문에 벗어놓은 옷을 다시 다음날 입고 가면 됐었다. 그래서 아무런 터치도 받지 않다가 끊임없이 지적을 받고 상대방도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고 이런 생활방식의 차이에서 갈등이 오는 경우가 되게 많다.

 

 

그래서 솔루션이 뭘까. 아주 간단하다. 박 변호사는 “너무나 명확하다. 몇 번 (상대를 바꾸려고) 해봤는데 안 되면 포기해야 한다. 답답한 사람이 치워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그래도 그렇지 퇴근하고 양말과 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지 않고 그대로 두는 사람에게 잔소리도 하면 안 되는 걸까? 박 변호사는 “깔끔한 사람이 치워야 하는 이유는 그 지저분한 사람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라며 “바꿀 수 없는데 끊임없이 20~30년간 잔소리만 하게 된다. 그러면 부부관계는 악화되고 갈등이 생길 뿐이지 그게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결혼했을 때 상대에게) 기대하지 말라는 많은 조언은 이런 부분에서 유효한 게 아닐까 싶다. 그냥 상대의 성향이 그런 거구나. 답답하면 내가 치워야 하는구나. 예를 들어 또 양말 그냥 벗어놨는데 너무 너무 싫고 화가 나는데 이게 벌써 2~3년째 있는 일이다. 상대는 변하지 않는데 그러면 내가 이걸 갖고 이혼할까 말까 생각해야 한다. 이혼할 사정까지 아니면 그러면 내가 치워야 된다. 다른 것들이 괜찮다면. 그게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고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들을 줄이는 방법이지 저 사람을 계도시켜서 나의 생활방식으로 변경시킬 수 있다는 것은 서로가 너무 피곤해진다.

 

아마도 상대는 양말을 그냥 벗어두는 것 자체가 뭐가 문제인지? 그렇게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박 변호사는 “(잘 안 치우는) 그런 분들은 이게 지저분하다는 인식 자체를 못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냥 양말 여기에다 벗어 놓는 것. 항상 나중에 보면 치워져 있다. 언제 치우는지 보자고 초반에 버티지만 한 달이 지나도 그대로다. 결국 자기가 답답해서 하게 된다”고 상정했다. 그래서 박 변호사는 “이런 부분을 인지하는 것이 가정을 평화롭게 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결혼은 자기수양이자 고행이다. 우리가 항상 결혼에 대한 환상들이 있는데 동화부터 시작한다. 드라마나 영화나 노래 가사에서 봐도 결혼에 대해서는 꿈 같은 이야기를 써놓기도 한다. 그래서 환상을 갖고 있는데 이런 것 좀 깨야 한다.

 

바뀌지 않는 상대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이 결혼이다. 이게 결혼의 본질이다. 그래서 결혼에 대한 이상한 환상을 깨야 한다. 특히 박 변호사는 “프로포즈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긴 하다”면서 좋아하는 노래 중에 마크툽의 <Marry me>란 곡의 가사를 읊었다.

 

잠이 들 때까지 머리를 만져줄게. 갑작스런 맘에 문득 떠나고 싶으면 내일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떠나줄게. 다 거짓말이다. 별도 달도 따줄게. 물에 손 한 방울도 안 묻히게 해줄게. 다 거짓말이다. 근데 사실 프로포즈가 짐승의 역사에서 시작된 것인데 구애를 하는 과정에서 수컷이 암컷한테 선택 받기 위해서인데. 두 사람이 우리 결혼하자고 이벤트조로 프로포즈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여자는 남자의 프로포즈를 기다리고 있고, 남자는 내가 프로포즈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 그런 사회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결혼 자체에 대한 결정권에서 남자가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메리 미’라고 했을 때 상대방이 받아줄게. 이런 거다.

 

그래서 제안을 받는 여성이 “결혼에 대해서 대가적인 부분”을 바라게 된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생각이다. 박 변호사는 “제안해서 내가 받아줬으니 상대방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의무가 있다. 왜냐면 별도 달도 따준다고 했고 잠들 때까지 팔베게를 해준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혼에 대한 잘못된 환상은 ‘도피성’과 ‘기대성’이 있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피성으로 결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고, 상대가 무언가를 해줘야 결혼생활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여기는 기대성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 변호사는 도피성 결혼을 하게 되면 “오히려 결혼해도 똑같이 그 전의 감정을 느끼고 배우자로부터 상처 받고 힘든 결혼생활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고 “그런 생각을 버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기대성 결혼이 있는데 상대방이 어떻게 해줄 것이고 별도 달도 따준다고 했는데 왜 다 거짓말인가. 주말에는 나랑만 있어야 하는데 왜 개인활동을 하는 것인가. 또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가 날 사랑해서 결혼했으니 내가 하는 모든 것들에 동의를 해줘야 해. 그래서 나는 본가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가야 해. 근데 너는 왜 싫어하니. 내가 좋다는데. 이런 기대 심리로 결혼하면 불행할 수 있다. 근본적인 관계성의 문제인데 내가 행복한 것은 너에게 달렸어. 결혼했으니 너는 나를 행복하게 해줄 의무가 있어. 근데 왜 그게 안 되지? 이런 관계성의 문제에서 기대 심리에 의존하면 불행하다.

 

결국 박 변호사는 “결혼한다고 해서 좋은 짝꿍이 생기는 것은 맞지만 나 스스로가 자존감이 있고 독립된 상태에서 결혼하지 않으면 힘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요즘 결혼 컨텐츠들이 무지 많다. <결혼과 이혼 사이> <결혼 말고 동거> <동상이몽>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 <속풀이쇼 동치미>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등등. 그런데 박 변호사는 “(이런 컨텐츠들에 달리는) 댓글들에서 주로 보이는 씁쓸한 것들은 이런 결혼과 부부 사이에서 있는 갈등을 남녀 갈등으로 치부해서 남자편과 여자편으로 갈라서 서로 젠더 갈등으로 여겨서 날선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며 “결국 부부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은 인간 대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들”이라고 정의했다.

 

부모자식, 형제자매, 지인, 친구, 직장동료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들 중 하나의 일종인 거지 남자 대 여자로 편을 나눠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속상하다.

 

한편, 박 변호사는 이혼 전문 변호사라고 했을 때 타인의 불행으로 먹고 사는 것이라는 비아냥 또는 이혼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들을 때가 많은데 사실 상담을 하러 오면 많이 돌려보낸다고 전했다. 결혼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결하기에는 아직 미숙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조언을 해주고 돌려보내곤 하는데 그 대신 박 변호사는 결혼이든 이혼이든 온전히 자기 판단에 따라서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 당연한데 한국 사회에서는 유독 주변 사람들의 개입과 관여가 심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이기 때문에 결혼과 이혼에 있어서 그 누구의 말도 들을 필요가 없다. 그들은 내 선택에 책임을 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많이 관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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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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