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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의 '결혼 장려책'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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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요즘 2030세대는 결혼하고 애를 낳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냥 혼자 사는 것도 가치있는 삶의 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헬조선 대한민국이라 혼자 굳건히 버티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결혼하고 애를 낳는가? 그러나 공직자들은 공동체의 존속을 위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남 장흥군은 합계 출산율 전국 2위를 기록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결이 뭘까. 여러 비결들 중 하나는 2017년부터 전국 최초로 도입한 ‘청년부부 결혼장려금’이다.

 

 

결혼장려금 정책은 청년 인구의 유입, 정착과 결혼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도입됐다. 장려금을 받으려면 부부 모두 만 49세 이하(재혼 포함)여야 하고, 혼인신고 전부터 부부 모두가 장흥군에 주민등록을 두고 계속 거주해야 한다. 장려금은 세 차례(1년 단위)에 걸쳐 최대 700만원까지 지급된다.

 

만약 조건이 맞지 않아 장려금을 받지 못 하게 된 장흥군 거주 신혼 부부가 있다면 전라남도의 ‘청년부부 결혼축하금’을 알아볼 수도 있다. 장려금과 축하금을 중복으로 수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축하금의 지급 대상은 내년 1월1일 이후 혼인신고를 한 만 49세 이하의 부부로, 혼인신고일 기준으로 부부 중 1명이 전남에 1년(장흥군 6개월) 이상 주소를 두고 있어야 하며 1명은 초혼이어야 한다.

 

전남은 초재혼 여부를 차별하는 게 아니라 악용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제한을 뒀다고 한다. 신청 기한은 혼인신고일 기준 6개월 경과 후부터 12개월까지다. 조건을 충족한 대상자는 구비 서류를 준비해서 주소지 읍면사무소에 제출하면 된다.

 

이밖에도 장흥군은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혼 남녀에게 동아리 활동, 교육 프로그램, 코칭 상담 등을 제공하는 일명 “청바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 시행되는 청년 동아리 활동은 젊은세대들의 선호도가 높은 스크린골프, 쿠킹클래스, 등산 등이 포함돼 있어 참여자들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밟아갈 수 있다고 한다. 실제 동아리 커뮤니티를 통해 사귀거나 결혼에 골인한 경우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어찌됐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장흥군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효과는 있을까? 평범한미디어 취재 결과 장흥군에 따르면 이 사업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물론 국가가 굳이 젊은 남녀들의 만남을 주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이 강하다. 얼마전 광주광역시에서도 공공기관 소속 미혼 직원들의 맞선 행사를 기획했다가 욕만 먹고 사업을 접은 적이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개인들이 알아서 할 문제를 공공기관이 나서서 장려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장흥군에서도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를 열린 자세로 들을 필요가 있다. 

 

다만 광주의 맞선 주선과 달리 장흥군의 커뮤니티 제공은 발상 자체가 덜 노골적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출산을 정답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개인을 옭아매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

 

 

유튜브 채널 <둥지언니>를 운영하고 있는 둥지언니는 작년 10월15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근데 사실 아이를 낳고 사는 사람들한테 왜 아이를 낳는 삶을 선택했는가? 아이를 낳고 사는 이유가 뭔가?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은 있는가? 없다”며 “근데 왜 아이를 안 낳고 사는 부부한테는 질문을 하는지. 그것도 거꾸로 한 번 생각해보면 되게 재밌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딩크 부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변명 한 번 해볼래? 너희 왜 그렇게 사는지? 왜 다른 가족의 형태와 다르게 사는지? 뭔가 들어볼까 한 번?“이라고 발언했다.

 

남편 젠틀정은 “아이를 왜 안 낳으셨는지? 이런 질문의 전제가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는 정상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라는 게 전제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좀 피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논쟁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대답을 해드리자면 저희끼리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아이를 안 낳는 것”이라고 호응했다.

 

이런 입장에 그 누가 반박을 할 수 있을까. 100% 옳은 주장이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 심화에 따라 지방의 군 단위가 갈수록 소멸되어 가는 상황에서 시골의 기초단체들은 이런 종류의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장흥군의 고민은 가볍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거부감이 들지 않고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결혼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결혼을 압박하는 것, 신혼부부 또는 출산 지원 정책에만 전체 복지의 상당 부분을 집중하는 것 등은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최소한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여러 정책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정종순 장흥군수는 “앞으로도 청년층에게 실질적인 정책을 발굴하여 건강한 결혼 문화를 조성하고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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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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