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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모두가 압사 대비 안전팁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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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온국민을 슬픔에 빠트린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지도 벌써 보름이 넘었다. 국가애도기간(10월30일~11월5일)은 끝났지만, 유가족의 비통함은 현재진행형이자 평생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의 대한민국 수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황망하게 죽었다.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임에도 주최자가 없다는 이유로 책임있는 주체들(용산구/서울시/경찰/행정안전부)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평범한미디어는 그동안 안전 보도에 심혈을 기울여왔지만 교통과 화재에 비해 일반적이지 않은 압사 사고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도 보도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현직 소방관(인천남동소방서 재난대응과장)이자 대학에서 소방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성제 교수(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에게 직접 연락해서 압사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전팁을 들어봤다.

 

 

김 교수는 밀집 군중 압사 사고에 대해 “(건물 붕괴 압사 사고와 달리) 대개 공연이나 축제, 행사 등에서 수많은 군중들이 밀집해 있을 때 여러 원인에 의해 넘어지고 깔리면서 고압에 눌려 사망하게 되는 사고”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눌려 죽는 것은 의학적으로 “외상성 질식사”라고 덧붙였다.

 

압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6가지가 중요하다.

 

①제한된 공간에 밀도가 높은 군중 집단에 들어가지 않기

②최대한 상호 질서를 지키며 가방이나 푹신한 도구를 이용해 가슴 보호하기

③양팔을 끼고 ㄷ자 빔을 만들어 반지름 15cm 이상 호흡 통로 확보하기

④도미노처럼 겹겹이 넘어질 위험이 있으면 대각선 방향으로 움직여 작은 공간이라도 확보하기

⑤불가피하게 군중에 밀려 넘어졌을 때 늑골 골절에 의한 질식사를 방지하기 위해 몸을 옆으로 뉘어 새우 또는 태아 자세를 취해 내장을 보호하고 지형지물 활용해서 호흡 공간 확보하기

⑥무의식 상태의 심정지로 쓰러진 사람에게는 3~4분 내 골든타임에 CPR 실시하기

 

밀집 군중이라는 것은 1제곱미터(약 신문지 5장)에 5명 이상이 들어있는 위험임계밀도를 말하는데 ①에 대해 김 교수는 “순식간에 밀집 군중 속에 있는 상태라면 재빨리 빠져나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②과 관련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곳을 갈 때 백팩이나 방석 같은 걸 챙겨가면 좋을까? 그걸로 유사시에 가슴을 보호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분명 어느 정도 가슴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여성의 경우는 작은 백이라도 들고 다니지만 남성은 직장을 가는 게 아닌 이상 맨몸으로 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 점은 좀 주의해야 한다”며 “앞으로 사람이 많은 공연장이나 행사장을 갈 때는 반드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③에 대해 말만으로는 ㄷ자 빔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위 자료 사진을 보면 되는데 팔짱을 끼고 어깨 높이와 일직선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김 교수는 “ㄷ자 빔을 만들어 반지름 15cm 이상 호흡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양손은 양 팔꿈치를 잡고 사정이 어렵다면 권투의 방어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④에 대해 김 교수는 “넘어지기 전의 이야기”라고 전제했다. 넘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넘어졌을 경우 새우 자세나 태아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건데 사실 꽉 끼어 옴짝달싹 못 하는 순간 재빠르게 그런 자세를 취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순간적으로 내가 말한 자세를 재빨리 취하면 좋다. 그러나 평소 이러한 상황에 대비가 안 되어 있으면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자세를 빨리 취하지 못 할 수가 있다. 그래서 평소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압사 상황에 대한 대비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이런 위급 상황에서는 머리보다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교육과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김 교수도 꽉 끼는 상황에서 그런 자세를 빠르게 취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인정했다. 사실상 개인이 평소 재난을 대비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학교나 회사에서 압사 대비 안전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지형지물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대목에 대해 김 교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형지물을 말하기에는 상황이나 장소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어디 기댈 기둥이라든지 공간이 있으면 그걸 활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거기 옆에 조그마한 모서리나 어떤 난간 이런 게 있다면 그걸 이용해야 된다. 다만 그나마 가장자리에 있을 때의 이야기이고 아예 군중 한가운데 있다면 이마저도 활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앞서 말한대로 대각선 방향으로 몸을 비틀고 가장자리 쪽으로 빠져나와 조그마한 지형지물이라도 의지해서 호흡을 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CPR 심폐소생술인데 CPR 자체는 많이 알려졌고 기본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태원 참사 이후 전국민이 정확한 방법을 알고 있는 시대로 가야 할 것 같다. 학교나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교육과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 김 교수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옛날부터 전국민 대상 안전 교육을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재난과학 박사학위 논문으로도 쓴 부분이다.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기관에 이런 안전 교육이 기본 커리큘럼으로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배워놓으면 유사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근데 CPR을 시도하고 싶어도 환자의 갈비뼈가 부러져 나중에 책임질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야 하는지에 대해 은근히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내가 구조, 구호 활동을 하다가 과실로 피구조자에게 피해를 입혀도 면책이 된다. 그러니 전국민이 안전 교육을 커리큘럼에 따라 받고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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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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