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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역 재개발 비리 파헤쳐야 "불필요한 용역 너무 많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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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에 이어 ‘지장물’ 철거 용역에서도 비리 발생
2개 재개발조합 업무상 배임 고발
13개 재개발조합 수사 의뢰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학동 참사(관련 기사)가 발생한지 약 4개월 정도 지났다. 그런데도 재개발 구역 곳곳에서 주먹구구식 운영과 부정부패는 여전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하는데 차라리 외양간을 고치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러한 실태에 참다 못 한 정의당 광주시당, 광주재개발비리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공직공익비리신고 전국시민운동연합 광주본부(본부) 등이 합심해서 대대적인 고발을 하기로 했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두 단체와 함께 지난 9월30일 오전 11시경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재개발조합 비리 공동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월산 1구역 재개발조합장과 임동 2구역 재개발조합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참사가 일어났던 구역이자 현재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학동 4구역’을 포함한 13개 재개발조합에 대해서는 지장물 철거 용역과 관련하여 광주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동시에 제보를 받아 나름 자체 조사에 나서면서 확보하게 된 관련 자료를 경찰에 넘기는 등 고발 주체로서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황순영 정의당 광주시당위원장은 “13개 재개발 조합원들이 입은 손해 금액은 각각 5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되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꽤 큰 규모의 부패 게이트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앞서 ‘지장물’이라는 용어가 나왔는데 잠깐 설명하자면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2조에 의거해 당해 공익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직접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말하는 것으로 해당 조합 구역 내에 모든 시설물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공공사업시행지구 안의 토지에 정착한 건물, 공작물·시설, 농작물 기타 물건들 중에서 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장물들을 철거하거나 이전해야 한다. 그래서 통상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지장물 철거 용역이 개입되기 마련인데 여기서 온갖 부정부패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당은 “(정의당 소속) 장연주 광주시의원을 통해 입수한 광주지역 재개발업체 지장물 철거 용역 공사비는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당히 많은 금액이 오가는 만큼 이 과정에서 청렴하지 못 한 누군가는 비리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그래서 지장물 철거 및 이설공사비의 경우 도시정비법 11조 4항에 따라 철거에 관한 사항을 시공사의 계약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 84조 3항에 의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법을 지킬리가 없다. 광주시당은 “현재 저희가 조사한 16개 조합은 모두 도시정비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동일 구조물공사 또는 단일공사로서 설계서 등에 따라 전체 사업내용이 확정된 공사는 이를 시기적으로 분할하거나 공사량을 분할하여 계약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원칙적으로는 ‘분할 발주’를 금지하고 있지만 광주 지역 여러 재개발조합들은 끊임없이 지장물 철거 및 석면 철거 용역을 별도로 계약해왔다.

 

2017년 8월9일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29조 9항에 따르면 “철거 공사에는 석면 조사, 해체, 제거를 포함한다”고 돼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석면 관련 별도 계약을 막기 위해서다.

 

 

법이 분할 발주를 막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용역을 세분화해서 계약할 경우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분할 발주의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지장물 철거공사 용역 계약이다.

 

광주시당은 비리 용역에서 언급된 항목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세세히 설명했는데 △전기설비 △정보통신 단자 및 기지국 △도시가스관 △상수도 시설 철거거 △가로등과 보안등 철거 △소방시설 정비 업무 등 총 6가지다.

 

첫 번째, 전기설비는 한국전력공사의 자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전에서 위탁한 협력회사에서 공사를 시행한다. 한전의 자산은 계량기, 인입선, 전주 및 배전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량기 철거는 각 세대의 전기사용 해지를 신청하면 바로 시행된다. 나머지 설비는 조합의 철거 요청으로 한전에서 공사한 후 비용을 조합에 청구하며 부지 외의 공사에 지장이 되는 설비는 동일한 과정을 거쳐 이설공사를 시행한다. 계량기 관리 업무도 한전 고유 업무다. 당연히 한전의 허가를 받지 않는 업체가 수거하거나 관리할 수 없다.

 

두 번째, 정보통신 단자 및 기지국은 각 통신사와 협의 사항이며, 통신사가 관리권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이설 공사 관련 조합과 협의하여 사업을 진행해야 하며 비용은 조합이 각 통신사에게 지불하면 된다.

 

세 번째, 도시가스관을 철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해당 가스 사업자에게 잔존 가치를 보상해주고, 폐관 비용에 대해서는 협의에 의해 조합이 수행할지 가스 사업자가 수행하게 될지를 정하여 만일 해당 가스 사업자가 하게 될 경우에는 그 비용을 가스 사업자에게 지급하면 된다.

 

네 번째, 상수도 시설 철거에 관한 사항은 시공자가 사업 부지 내의 철거를 담당하며, 부지 밖으로의 이설은 조합이 선정한 용역업체에서 하면 된다. 부지 내에 폐관이 필요한 곳은 통상 비용이 소액(개당 수십만 원 정도)이라서 별도로 발주할 필요없이 시공사가 철거 공사에 포함하여 철거를 하면 된다.

 

다섯 번째, 일부 조합에서는 최근 가로등과 보안등을 철거하고 반납한다고 하는데 사업지구 내 가로등, 보안등 철거 후 반납 업무의 경우 ‘광주시 가로등 및 보안등 설치 관리 조례’에 의해 ‘공공사업의 시행 또는 주변 여건의 변화로 가로등 이설이 필요한 경우’ 시장의 승인을 얻어 이설할 수 있다. 이설 비용은 사업 주체의 부담으로 하되, 광주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시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공사는 광주시가 하고, 조합은 사업자 부담금으로 비용만 지급하므로 용역회사가 수행할 공사가 없다.

 

여섯 번째, 사업지구 내 소방시설물 정비 업무는 도시정비법 97조에 따라 사업자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은 그 시설을 관리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귀속된다.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은 사업자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해당되는 범위에서 무상으로 양도된다는 규정에 의해 대부분 철거된다. 이럴 경우 시행사가 철거 공사를 할 때 수행하면 되므로 따로 용역 업무를 줄 것이 없다.

 

이처럼 하나하나 세세히 따져보면 대부분 불필요한 용역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비용이 발생할만한 공사 내용이 있더라도 앞서 말한 내용처럼 조합이나 시행사가 직접 처리하면 되는 사안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용역 계약들로 비용은 널뛰기가 되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 그리고 그 건물에 사는 사람 또는 해당 건물 주변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부패를 주도한 관계자들은 부당 이득을 얻는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재개발 조합원 최진순씨는 “추진하지 않아도 될 용역을 추진했다. 하지만 더욱더 기가 막힌 것은 시행해서는 안 될 용역을 추진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외에도 기자회견 참여 단체들은 석면 용역 계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평범한미디어는 학동 참사 현장에서 석면이 검출되는 문제를 보도(관련 기사)한 바 있다. 석면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석면 철거는 전문 업체에 맡겨야 한다.

 

그러나 단체들은 “석면 용역 계약도 조사 시간이나 횟수, 철거 수량 등을 특정하지 않고 금액만 제시되어 있어서 수억원의 용역 계약이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통 1000만원짜리 용역 계약도 설계서나 근거가 없으면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 일례로 신가동 재개발조합에서의 석면 감리용역 계약은 19억9000만원 상당이었다. 석면 감리 비용은 1일 50만원+알파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비용인데, 이렇게 역으로 계산을 하면 3980일(대략 11년) 동안 감리할 수 있는 비용이다.

 

지장물 철거 용역 계약, 석면 철거 용역 계약 등 재개발조합에서 직접 계약하는 용역의 문제점들 중 하나는 공사가 이루어지기 몇 년 전에 계약을 한다는 것이다. 마치 아파트의 선분양 제도와 같다.

 

그리고 대부분 계약 당시 계약금의 10~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실제 공사 착수 훨씬 이전부터 용역 금액이 대부분 지급되게끔 계약서가 작성된다. 학동 4구역의 경우 계약 체결 후 30일 이내에 20%, 주민이주 90% 완료 시에 90% 비용이 지급되도록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단체들은 “지난 6월29일 광주경찰청은 학동4구역 조합장 등을 철거비 등을 부풀린 혐의로 업무상 배임으로 구속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 광주 전역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도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오히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구속되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말처럼 정말 황당하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사건을 수사해야 할 담당 경찰관이 역으로 구속되는 상황(관련 기사)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광주 경찰에까지 비리의 손길이 뻗쳐친 걸까? 당연히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경찰이 수사해서 검찰에 송치해도 검찰 서랍 속에 잠자고 있다가 6개월 뒤에 혐의 없음으로 반려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공대위는 “도시정비업법에 따르면 정보공개가 되어야 하는 자료도 조합이 거절하면 받아볼 방법이 없다. 모 조합에서는 2년에 걸친 정보공개 요구를 하다가 국민신문고에 신고하고서야 비로소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덧붙여서 “검찰과 경찰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행정의 견제와 관리 감독 역할은 제 기능을 하지 못 하면서 재개발을 둘러싼 비리는 지역에 곰팡이처럼 재개발조합을 점령하고 독을 품어내고 있다”며 “결국 그 피해는 재개발 조합원들과 집 없는 서민들을 더 힘들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광주시당과 단체들은 “우리 속담에 눈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있다”는 격언을 인용하여 “지금 재개발조합에서 하는 용역 계약을 보면 그 속담이 떠오른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불법과 탈법이 백주대낮에 벌어지고 있는데 검찰도 경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처벌하지 않는다. 행정도 제제를 못 하고 있다”고 환기했다.

 

 

회견에 참석한 이흥철 재개발조합원은 “오늘 저희가 말씀드린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재차 피력했다.

 

물론 반박 의견도 있다.

 

9월30일 방송된 KBC 광주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재가발 조합측은 “사업 과정 전반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입장을 밝히며 즉각 반발했다.

 

한 조합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무혐의가 나왔다”고 말하며 왜 자꾸 비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태 추이를 보면 이들의 의견이 변명으로 들리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 앞으로의 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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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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