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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디퍼의 감상문⑤] 팔 없는 사람이 있는데 왜 “반바지와 달리 반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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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라이트디퍼] 상대방을 배려하고 깊게 소통하기 위한 언어 보다는 단시간에 나를 기억시킬 수 있는 자극적이고 다소 가벼운 표현들이 넘쳐나는 시대인 것 같다.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많은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있고 트렌드를 따른다는 나름의 변명 속에 내가 하는 말에 누군가가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 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가 쓴 <그런 말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읽은 독자들은 불편한 기분을 느꼈을 수 있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명백히 나쁜 의도를 갖고 하는 말도 아니고 모두가 흔히 쓰는 거잖아? 이런 생각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에 대한 기사를 써온 기자로서 저자의 고민과 시각에 많은 부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결손 가정에 대한 사려없음, 잘 아플 권리 보단 “건강해져야 한다”는 압박 등등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이 정상과 온전함을 기본값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름으로 인정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반박하기 어려웠다.

 

“반팔”, “장애 등급”이란 표현도 전혀 문제없이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사용했는데 따지고 보면 문제가 있는 표현이었다. 팔이 없는 사람이 있는데 “반바지”처럼 “반소매”라고 하지 않고 반팔이라고 불러야 할 절대적인 이유는 없다. 장애등급제 폐지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왜 굳이 고귀한 인격체를 등급으로 나누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문제다. 사람을 ‘대상화’하는 각종 표현들은 좋은 언어 사용이 아니라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간다.

 

무엇보다 “소아과”는 아동 뿐만이 아니라 청소년(14세~19세)도 진료 대상이지만 그 이름 때문에 청소년들의 의료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그래서 “소아청소년과”로 바뀌게 된 것은 바람직하다. “정신과”도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나마 “정신건강의학과”로 변경되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찾아가는 분위기가 점차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이외에도 책에는 미혼, 노키즈존, 데이트 폭력으로 불리는 연인간 폭력 등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저자는 차별 표현을 지적하고 이를 대신할 말을 찾는다 해도 차별과 혐오, 증오와 배제가 해결되는 사회는 당장 오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한 명의 기록자로서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차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누구든 SNS를 통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대에 차별을 받거나 의도치 않게 차별하지 않기 위해 이 책을 통해 비판적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다. 차별의 표현이 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모든 면에서 해결 방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언어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좀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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