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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디퍼의 감상문⑨] 누가 샤론 박사를 살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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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라이트디퍼] 아마추어 탐정 스파이크 트레이시는 늦은 밤 외딴 버몬트 언덕에서 자동차 고장으로 매력적인 묘령의 여인 질 제프리를 만난다. 당당하고 아름답지만 꽤 교활해 보이는 악녀 같은 질, 그녀는 난관에 빠진 스파이크를 절벽에 위치한 샤론 박사의 저택으로 초대한다. 


저택의 별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스파이크는 단검에 꽂힌 채 살해당한 샤론 박사의 시체를 목격하게 된다. 샤론 박사는 동네에서 알려진 목사님이다. 사건 당일 저택에는 스파이크, 질과 쌍둥이 여동생 메리 제프리, 간호사 미스 윌슨, 하인인 헨리 욘슨과, 그의 아내, 별채에서 지내는 제롬 페더스톤 등 7명이 있었다. 그리고 폐쇄적인 샤론 박사의 저택에 출입하는 외부인은 메리의 주치의 카맥 박사 밖에 없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샤론 박사가 남긴 것은 버려진 종이 속 몇 가지 글귀 뿐이다. 그가 남긴 증거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는 왜 살해당했을까. 스파이크와 마을 보안관 에브라임 실콕스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점점 숨겨진 저택의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신께서 말씀하시니 나는 신의 도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기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본문 중>

 

해리에트 에쉬브룩이 집필한 추리 소설 <샤론 저택의 비밀>은 1933년 출간되었다. 헤리에트는 미국의 여성 작가로 1930년 <세실리 테인 살인 사건>으로 추리 소설가로 데뷔하였고 이후 스파이크를 주인공으로한 일곱 편의 소설을 출간하였는데 해당 작품은 세 번째 소설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당대 크게 주목 받지 못 했으나 시대를 앞서간 획기적 소재와 줄거리로 한 세기를 지나 스릴러 매니아들로부터 클래식 추리 소설로 재평가되어 호평을 받고 있다. 


<샤론 저택의 비밀>은 전형적인 밀실 살인 사건으로 비교적 가볍게 시작한 초반부에 비해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초반부엔 좀 루즈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면 금세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 증거를 감추는 등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경찰에 둘러쌓인 저택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스파이크의 추리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용의선상에서 지웠던 인물들이 마지막까지 수상한 행보를 보이는데 그래서 끝까지 누가 범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전반부의 스토리가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가가 의도한 섬세한 여러 복선들이 더해져 90여년이 지난 지금 봐도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범인은 예상치 못 한 인물이다. 소설 말미에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원래 살해의 동기는 자신을 곤란하게 하는 사람을 제거하는 것에 있기 마련이다. 즉 샤론 박사가 누군가를 압박하고 곤란하게 했다는 뜻이다.

 

스포를 할 순 없지만 입이 근질근질하다. 영화 <식스센스> 급의 반전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대목들이 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았으나 샤론 박사는 질의 후견인이다. 질이 맘에 들진 않지만 그녀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 질이 범인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질과 관련있는 인물이 범인이다. 소설을 읽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끼 차원에서 여기까지만 단서를 주고 싶다.

 

추리 소설을 꽤 오랜만에 읽어봤는데 마치 셜록홈즈를 처음 접했을 때와 같은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샤론 저택의 비밀>을 읽게 된 당신이 중반부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또 살인의 이유를 눈치 챘다면 셜록홈즈급 추리 소설 덕후라고 할 수 있다. 후반부에 밝혀냈다면 나름 방구석 탐정이고, 마지막까지 추리에 실패했다면 레벨업이 필요한 그냥 애독자다. 지금 당장 스스로 어디에 해당하는지 테스트해보길 바란다. 소설 읽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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