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5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사브리나는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준 첫 오스트리아인 친구였다. 서구 영화에 보면 저녁 식사를 초대하는 것의 의미가 남다르던데 고심 끝에 한국을 대표하는 참이슬 2병과 오스트리아 전통 생강 쿠키 렙쿠헨을 선물로 준비해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처음이지만 이미 몇 번은 와본 것처럼 아늑하고 편안했던 사브리나 가족의 아파트. 한 쪽 벽을 장식한 오스트리아 국기도, 방문에 붙은 커다란 비엔나 지도도, 한국의 차가운 형광등과 다른 따뜻한 오렌지색 조명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편안하게 만든 건 좋은 친구의 환영이었다. 케이팝을 배경음악으로 선곡한 사브리나의 귀여운 배려가 이방인으로 실수를 저지르진 않을까 긴장했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줬다. 오븐에 구운 야채와 연어로 저녁식사를 마친 뒤 사브리나는 보여줄게 있다며 앨범들
[평범한미디어 박다정 기자] 당근마켓 중고거래를 직접 해보지 않았더라도 길에서 짐을 든 사람이 어색하게 인사하며 “혹시 당근?”하며 물어보는 광경을 한번 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존에도 중고나라와 옥션 등을 통해 개인간 중고거래는 가능했지만 당근의 등장은 로컬 거래를 활성화시키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타겟층을 동네주민으로 잡은 역발상이 통했다. 당근에서는 커피 쿠폰, 의류, 주방기구 등 소액 물품부터 고가의 중고차,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품목도 매우 다양하다. 또한 알바, 과외 등 서비스도 거래할 수 있다. 단 의료기기와 식품 등은 판매할 수 없다. 당근을 통한 중고거래는 나에게 쓸모없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 재사용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과잉 생산으로 인한 기후위기 문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추가 운송비가 발생하지 않고 물품을 당일 받아볼 수 있으며 평균 거래가가 새상품의 반값 이하라는 점도 큰 매력이다. 또한 반복적, 계속적 판매가 아닌 일시적 판매인 경우 과세 신고 대상이 아니므로 세금이 없다.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점도 없지 않다. 개인간 거래이므로 사기를 당하기 쉽고 뒤늦게 제품에서 하자가 발생하면 구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신당 ‘한국의 희망’(희망당)을 이끌고 있는 양향자 의원이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정당’(새로운당)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마침 총선이 9개월 남은 시점인데다 같은 시기에 신당을 차리게 된 두 사람이 손을 잡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양 의원은 5일 아침 방송된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서 “가치와 비전과 꿈을 함께 한다면 힘을 합치는 것은 당연하다”며 “금태섭 의원과 가깝다. 그래서 늘 이런 문제의식을 이야기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사회자가 가정법으로 “혹시 같이 하자는 제안이 들어오면 할 의향은 있는가?”라고 물었고 여기에 대고 부정적으로 답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의원은 “신당 창당을 하시겠다고 하는데 내가 같이 하자! 이거는 굉장히 무례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다”면서도 “(두 신당의 궁합이 잘 맞는다면) 국민들께 그런 대한민국 비전을 보여줄 수 있다면 힘을 합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뉘앙스로 봤을 때 양 의원이 금 전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제스처였다. 금 전 의원과 힘을 합치길 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양 의원은 전날 경향신문
2023년 10월30일 광주에서 <팬덤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된 박상훈 박사의 강연과 대담을 정리한 기획 기사 시리즈 3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국회에서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논의를 하는지에 대해 모든 걸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는 명제는 국룰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온갖 유튜브 채널에 라이브로 생중계가 되면 정치인들은 소신있는 정치활동을 하기 보단 “인간의 나약함 때문에 잘 보이려고 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는 것이 정치학자 박상훈 연구위원(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정치적 의사결정이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은 무조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박 위원은 지난 10월30일 19시 광주 서구 서구문화센터에서 개최된 ‘열린 대담’(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주최)에 강연자로 초대됐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은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설파했다. 무슨 행간이 있는 걸까? 정치의 기능을 권위있게 만드는 걸 다 무너뜨리려고 하는 게 다 신자유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들의 삶에서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분배 효과는 시장과 정치다. 시장의 기능이 불평등하다면 그나마 정치는 가난
[평범한미디어 박다정 기자] 다시 중국발 미세먼지가 기승이다. 봄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뉴스를 보며 창문을 열어놔도 되는 것인지 자꾸 뭔가 확인을 하게 된다. 그런데 황사나 실외 미세먼지 말고도 실내 먼지도 은근히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흔히 겨울철 추운 날씨로 인해 창문을 꽁꽁 닫아놓기 마련인데 그럴 때만 실내 공기가 탁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열대야로 더운 여름도 겨울 못지 않다. 대표적인 집안의 오염물질 유발 요인들이 있다. 가스레인지는 화재의 위험성이 클 뿐만이 아니라 가스 연소로 인해 이산화질소,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요즘 가스레인지보다 인덕션을 사용하는 집이 많아졌지만 인덕션을 사용할 때도 주방 후드를 켜놔야 한다. 조리할 때 재료가 익으면서 미세먼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생기기 때문이다. 조리 방법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육류를 익힐 때 삶는 방법보다 굽거사 튀기는 조리 방법이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발생시킨다. 실내에서 사용하는 에어컨도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주범이다. 에어컨 내부는 어둡고 습해 곰팡이가 자라기에 최적화된 조건이다. 에어컨을 켰을 때 퀴퀴한 냄새가 난다면 곰팡이와 세균이 번
※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22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1482. 수백대의 중고차가 전시된 드넓은 공터에 이런 번호판이 붙어있는 것은 운명이 내게 보내는 강력한 신호였다. 그와 나의 핸드폰 번호 맨 뒷자리인 14와 82가 나란히 적힌 차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남색이었고 그가 원하던 내비게이션 옵션도 달려있었다. 이 차를 만났을 때 나는 한정된 예산과 뭔가 애매한 중고차들 사이를 돌아다니느라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이 차를 보았다. 그리고 이 우연의 의미를 해석하려 애썼다. 상상 속으로 써내려가던 그와 내가 천생연분라는 소설에 꼭 필요한 아름다운 사건. 나는 강력하게 이 차를 추천했다. 그리고 우리는 운명의 1482차를 타고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엄청 많은 우연의 일치를 경험했다. 그래서 그가 나를 떠났을 때 신비로운 우연들로 써내려간 내 상상 속 소설이 정말 ‘소설’이 되어버렸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요즘 금속공예 수업을 듣고 있다. 학생들의 연령대는 다양한데 어느날 중년의 동료가 쉬는 시간에 ‘점’을 보고 왔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점쟁이가 그녀의 음력 생일이 남편의 양력 생일과 똑같아서 그녀의 말년운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딱 요즘이 감기에 걸리기 쉬운 타이밍이다. 기후위기 시대라서 9월까진 너무 덥고 여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10월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낮엔 여전히 덥지만 아침과 저녁이 되면 좀 쌀쌀하다. 그렇다. 일교차가 커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내내 덥다가 추위를 느끼기 시작할 때는 신체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게 되고 면역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면역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에 성공하면 감기 환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10월달에 만나는 사람들 중 십중팔구는 콜록콜록, 훌쩍훌쩍 또는 목소리가 변해 있다. 코로나 시기 3년을 겪은 만큼 감기쯤이야 별 것 아니라고 여기게 되지만 그렇게 감기 환자는 또 다른 감기 환자를 양산한다. 사실 매년 환절기마다 감기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략적인 예방법에 대해서도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옷차림, 날씨 체크 등을 신경쓰지 않고 매번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살다가 또 감기에 걸린다. 감기는 온갖 병원체들(세균과 바이러스)이 호흡기를 통해 점막으로 침투해서 생기는 것인데, 급하게 날씨가 추워져서 면역력을 약하게 만들어서 그렇게 되는 거다. 물론 여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부도덕함의 끝판왕 SPC에서 또 다시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났다. 당초 SPC 핵심 계열사 ‘샤니’의 제빵공장(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서 반죽기에 배쪽이 끼어서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던 56세 여성 노동자 A씨는 호흡과 맥박을 되찾았지만 끝내 이틀 뒤 사망 판정(분당차병원 중환자실)을 받았다. 당시 A씨는 2인 1조로 근무하긴 했는데 반죽기 리프트 기계의 노즐 교체를 위해 볼트를 조이다가 변을 당했다. 위험천만한 수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리프트가 내려가고 올라갈 때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 작업 편의상 일부러 꺼놨던 건지, 안전조치가 불량이었던 건지 앞으로 이 문제를 진상규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이 성남 제빵공장에 시찰차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박인수 샤니 노조위원장은 “반죽 볼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기계는 노동자들 요청으로 경보음이 울리게 하는 장치가 설치됐다는데 사고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환기했다. 케이크 반죽 배합 기계의 볼 리프트가 상승하고 하강할 때 경보음이 울려야 그 아래쪽에서 작업하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몸을 피할 수가 있다. (사고를 일으킨
[평범한미디어 박다정 기자] "스트레스 때문에 요새 잠이 안 와", "스트레스 때문에 진짜 아무 것도 하기가 싫다", "스트레스 받아서 죽을 거 같애." 한국인들의 삶에서 스트레스란 단어를 빼고 대화가 가능할까? 도대체 그게 뭐길래 이렇게 우리를 괴롭히는 걸까. 스트레스란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를 말한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심장박동, 혈압, 혈당량이 증가한다. 교감신경이 활성화 된 상태에서 우리는 더 잘 달리고 잘 보며 잘 판단할 수 있다. 즉, 위협을 받았을 때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게 바로 교감신경의 활성화다. 그러나 장기간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자율신경계를 파괴하여 면역력이 약화되어 각종 질병에 노출된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정신과 의사이자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던 빅터 프랭클은 긴장이 전혀 없는 상태는 인간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마음의 안정 혹은 생물학에서 말하는 항상성, 즉 긴장없는 상태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나는 정신건강에 대해 이것처럼 위험천만한 오해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평범한미디어 박다정 기자] 백종원의 시대가 끝나지 않고 있다. 2015년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이후로 도래한 황금기는 지나갔을지 몰라도, 여전히 백종원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이 제작될 정도로 어느정도 시청률을 이끌어가는 보증 수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백종원이 청중을 좌지우지 할 만큼 유창한 말솜씨를 뽐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길래 백종원이 10여년 가까이 방송인으로서 장수하고 있는 걸까. <마리텔>에서 백종원은 콩없이 만드는 콩국수를 선보이며 젊은 층으로부터 반향을 이끌어냈다. 일반적으로 콩국수는 건강식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백종원은 콩을 사용하지 않고 콩국수 맛을 내기 위해 고칼로리에 쌀찌는 재료인 땅콩버터나 설탕 등을 망설임없이 사용했다. 예상치 못 한 방식으로 엉뚱하고 재밌게 요리를 잘 하는 이상한 아저씨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골목식당>을 계기로 서서히 변하게 된다. 시장 골목에 위치한 식당들의 문제점을 재료, 위생상태, 레시피, 서비스 등 다각도로 분석해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요식업계 사업가로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