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죽음의 사업장'이라 불리는 삼표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또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가 무너져 노동자가 매몰돼버린 것이다. 1월말부터 가동된 중대채해처벌법 시행 사흘만에 벌어진 대형 인명 사고라 강력한 처벌이 취해질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여전히 경영자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지난 1월29일 오전 10시8분께 삼표산업 채석장 아래쪽에서 천공 작업을 하던 중 토사가 무너져 내렸다. 천공기 2대, 굴착기 1대 등을 담당하고 있던 노동자 3명은 약 20미터 높이의 토사에 매몰됐으며 이들 가운데 2명이 16시20분께 숨진채 발견됐다. 1명은 아직도 실종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적용하는 중대재해로 판단,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여부에 따라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노동자 50명 이상인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삼표산업의 노동자 수는 약 930명이다. 중대재해의 정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이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삼표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정부가 생산직에 1년 이상 종사한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병에 대해 별도 조사없이 산업재해로 판정하겠다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명확한 기준이 없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 및 직업에 대한 의무감이 사라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당장 이번주(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까지 겹치면서 비판이 더욱 쇄도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근골격계 질병 산재 인정 기준 고시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사업장 생산직 노동자의 최대 80%에 대해 직접 조사로 산재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노동부는 근골격계 질병 추정의 원칙 기준으로 6개 신체부위(목/어깨/허리/팔꿈치/손목/무릎) 상병, 특정 업종(조선/자동차/타이어 등), 직종(용접공/도장공/정비공/조립공 등)에 1~10년 이상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정했다. 같은 부위 유사한 질병에 대해서도 추정의 원칙을 대폭 적용하기로 했다. 가령 목 디스크(경추간판탈출증)와 유사한 경추협착증, 경추증, 후종인대골화증 등 질환들에 대해서도 현장 조사를 진행할 의무가 사라진다. 기업들은 인정 기준에 대한 근거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인 노동자에 비해 중대재해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들은 고인이 된 이후에도 기본적인 시신 수습조차 어렵다.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분석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자 668명 중 이주 노동자가 75명, 11.2%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가 안 된 사례까지 감안하면 재해 비율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국내 전체 임금 노동자(2099만 200여명) 가운데 외국인(81만 1000여명)의 비중이 3.8%인 것을 고려하면 이주 노동자의 사망 비율이 내국인보다 3배 가량 많은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비극적으로 숨을 거두었더라도 돈 때문에 시신 인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카자흐스탄 출신의 노동자 A씨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다. 작년 11월 경기도 안성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A씨는 작업을 하던 도중 기계 끼임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가족을 위해 한국행을 택했는데 기기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회사 때문에 숨진 거다. 그렇게 서글프게 생을 마감했는데 비용 문제 때문에 시신 인수조차 하지 못 했다. 결국 장례식은 커녕 숨진지 5주가 다 지나서야 겨우 화장을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경남 합천군 소재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A씨는 최근 여러 부당한 처사를 견디다 못 해 고용노동부에 손길을 내밀었다. 한국인 동료의 언어폭력 및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문제 때문이다. A씨는 우즈베키스탄 동료와 함께 노동청으로 찾아가 녹음본 및 진정서를 제출했고 담당 직원으로부터 "연락을 줄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들었다. A씨가 원하는 것은 일터를 옮겨달라는 "사업장 변경"이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세 달이 지나고 노동청에 다시 찾아갔지만 A씨는 "사업주의 허락을 받고 오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사업주는 사업장 변경을 거절했다. 사업주는 A씨에게 폭언을 일삼은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그러지 말라"는 충고를 하고 일을 마무리지었다. 얼마전 헌법재판소는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권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에 대해 합헌 판정을 내렸다. 현재 비전문취업(E-9)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허가를 받지 못 하면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하다. 이들이 사업장을 바꾸려면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하지 않으려는 경우 ▲휴업·폐업·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스무 번이든 서른 번이든 계속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23년 운전 경력의 청각 장애인 오태훈(56세)씨는 지난 7일까지 모두 열아홉번의 택시기사 자격시험에서 떨어졌다. 몇 년 전까지는 다른 청각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자격 취득 전 주어지는 3개월 임시 자격으로 일했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몇 년 간 계속해서 택시운전 자격시험에 도전하는데 번번이 떨어진다.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럼 왜 그럴까? 택시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수인 것은 모두가 안다. 여기에 운전 경력이나 적성 정밀검사 등의 자격 요건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면 종사자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높은 문턱이다. 특히나 택시운전 자격시험과 종사자 교육에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등의 편의가 제공되고 있지 않아 도무지 합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꽤 많은 청각 장애인들이 운전을 하고 있으며, 택시기사로도 일하고 있다. 장애인 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청각 장애인은 34.6%, 실제로 운전하는 경우는 69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못 주니까 그냥 나가든지 계속 일 하든지." 경기도 소재 선교회 소속 이주여성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청소 업무를 하고 있는 김미숙(한국 이름)씨가 센터장으로부터 들은 최후통첩이다. 속내는 이렇다. 11개월씩 무려 12년을 일해온 미숙씨는 최근 같은 방글라데시 출신 찬드라씨가 일하는 인권단체로부터 이주 여성을 위한 통번역 업무를 제안받았다. 크진 않지만 지금 보다는 여윳돈이 생길 정도의 봉급이었고 열심히 모은다면 내년 중학교에 입학할 아이의 교복이나 학원비를 내는 데에도 충분했다. 그래서 이번 계약을 끝으로 이직을 하겠다고 선교회측에 이야기를 했고 퇴직금을 요구했지만 '쪼개기 계약'이었기 때문에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이 센터에서만 일했지만 계약이 끝나고는 항상 한 달 정도를 쉬라고 했어요. 그리고 나면 성당이나 어린이집 등등 11개월씩 일하면서 계속 돌아 다녔어요.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쪼개기 계약'이었다. 근로계약상 단절된 기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실제로 근무했고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했다면 묵시적 근로 계약관계가 성립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1개월 주기로 한 차례의 계약이 끝난 이후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한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열 번의 우주를 거쳐야만 하는 숙명이라고 했다. 인간이란 존재가 그렇다. 태어나서 느끼는 신체적 고통 중에 출산의 고통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막상 끝나면 그만큼 벅찬 것도 없다. 생명의 고귀함이 가장 빛나는 때다. 그런데 여기 그 고통을 맛보기도 전에 태 더 큰 심리적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다. 그 끝이 보이지 않아 아직도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살고 있다. '태아 산업재해'에 대한 이야기다. 기업의 '간접 살인'이라고 칭할 수 있다. 충청권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A씨는 지난 2020년 말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그는 평범한미디어와의 만남에서 입을 뗐다. 기본적으로 간호사 1인당 맡는 환자의 수는 20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30~40명으로 늘었어요. 단축 근무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에 따른 단축근무 가능 일주가 지나버렸고 계속 들어오는 환자들 때문에 계속 일할 수밖에 없었죠. 열악한 노동 실태가 아닐 수 없다. A씨가 품고 있던 새 생명은 한 병실 바닥에 새빨갛게 쏟아져버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 자리에서 주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너무 춥지만 어쩔 수 없어요." 대전에 위치한 한 농장. 농장 한 구석에 컨테이너 창고가 놓여져 있다. 창문이 깨진 곳엔 몇 겹의 얇은 이불이 붙어 있었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A씨는 그곳을 '집'이라 부른다. 난방시설은 오직 두꺼운 이불과 오래된 전기장판 하나. 지난 2020년 12월 경기도 포천의 모 비닐하우스 가건물에서 캄보디아 국적의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사망한지 1년이 지났다. 이로 인해 이주 노동자 숙소에 관한 법령이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차디찬 겨울 한 가운데 집이라고 할 수 없는 곳에 내던져져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1월부터 축산 및 어업 사업장에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단,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 이주 노동자들의 동의를 전제로 숙소 개선 계획을 제출하면 올 9월1일까지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 기숙사를 신축하기로 했다면 2023년 3월까지 유예기간을 더 길게 부여하기로 했다. A씨에게 컨테이너를 제공한 해당 농가 주인 B씨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원래는 된다고 해놓고 갑자기 법을 바꾸는 바람에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 노동자 수가 얼마인지 아는가. 85만명이 넘는다. 그들에게 한국은 머나먼 소망의 땅이지만 막상 와보면 불구덩이 지옥이다. 임금체불과 장시간 노동은 예삿일이고 각종 폭행에 시달리기까지 너무나 가혹한 환경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인권 존중은 커녕 기본적인 산업재해도 인정받기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는 잘 모른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들도 우리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이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보려고 한다. 캄보디아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A씨는 2019년 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충남 천안 소재의 한 플라스틱 가공회사에서 일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본국에 있는 부모에게 번 돈의 90% 이상을 보내주고 있는 A씨였지만 지난주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주가 임금을 적게 주는 대신 공장에서 숙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갑자기 말을 바꿔 지난 3년간 "체불됐다"는 숙식비를 내놓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퇴직금? 당연히 받지 못 했다. 그래도 입도 뻥긋 할 수 없었다. 만에 하나 사업주가 경찰에 신고해버리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거나 추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겨울을 맞은 건설업계 현장 노동자들에게 동장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질식사'다. 특히 건설업은 기초공사를 위해 콘크리트 보온양생 작업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질식 사고가 잦은 편이다. 그러니까 콘크리트 작업을 마치고 굳게 만들기 위해 난로를 이용해서 보온양생을 해야 하는데, 열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천막을 친다고 한다. 탄화도가 낮은 갈탄과, 나무를 태우는 목탄 등은 일산화탄소를 많이 일으키고 천막으로 인해 환기가 안 되기 때문에 위험할 수밖에 없다. 일산화탄소 안전 사고는 비단 산업 현장 외에도 겨울 캠핑에서 난로를 사용할 때 자주 일어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까지 195건의 질식 재해로 316명이 다쳤고, 168명(53.2%)이 목숨을 잃었다. 업종별 재해 건수를 보면 건설업(78건 40%), 제조업(58건 29.7%), 기타 사업(35건 17.9%) 순이었다. 사망자 수는 건설업 68명(40.5%), 제조업 52명(30.9%), 기타 사업 28명(16.7%) 순이었다. 건설업 계절별 질식 재해 사망자 기록을 보면 겨울(12~2월)에 26명이 숨져 전체 대비 38.2%를 차지했고,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