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내가 너의 사연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는 것부터 이야기해둘게. 그 이유는 어이가 없어서야. 어이가 없어서. 너 영화 ‘베테랑’에서 조태오가 “나 참 어이가 없네”라고 하는 거 본 적 있어? 그래, 그 말을 내가 너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싶더라. 그런데 너는 그 한 마디로 끝내야할 새끼가 아닌 것 같아서 내가 너에게 조언이나 충고나 상담이 아니라 욕을 좀 해주려고 해. 그런데 왜 다른 내담자들과는 다르게 호칭이 당신이 아니라 너냐고 할지도 모르는데 솔직히 말해서 너에게는 ‘당신’이라는 호칭조차 아까워. 그럼 우선은 욕부터 박고 시작할게. 야이 느자구없는 자식아. 이 호랭이가 열두 번 물어갈 놈아. 이게 먼 지랄이다냐? 시방 이걸 먼 자랑단지가 불났다고 쳐올리고 자빠져 있는 것이여 으이? 장난없이 진지하게 물어보는 건데 나 인생 망한 백수인데 여친이 직장 잡으라고 난리쳐서 직장은 잡았는데 너무 다니기 싫어서 잡은 직장 그만뒀거든. 근데 여친이랑 집에서 저녁 밥먹는데 내가 탕수육 먹고 싶다고 해서 여친이 탕수육 시켜줬는데 같이 탕수육이랑 볶음밥 먹다가 여친이 잘도 먹네 맛있어? 물어보길래 이래서 응 탕수육 맛있어! 하니까 한숨을 쉬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당신의 사연은 잘 읽었어. 우선, 내가 당신에게 답변을 들려주기 위해 지금 상당히 취한 상태로 상담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시작할게. 나 역시 어떤 형태로든 몇 번의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니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하기가 힘들다는 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는 바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상담을 개판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니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무리 술에 취해도 집은 찾아갈 정도의 정신으로 사는 나니까 말야. 서로 장거리였고 만난지는 200일 정도였어요. 제 시험 때문에 차였고 그 시험도 해결된 상황인데 다시 연락하면 안 되겠죠? 작년 9월에 헤어졌는데 너무 늦은 거겠죠? 다른 사람을 만나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잊겠다 다짐해서 차단해도 SNS 들락날락거리고. 잊어야겠죠. 너무 늦은 거겠죠?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19년 3월16일> 당신, 혹시 ‘올림사니’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서 나왔지. 죽은 이의 혼을 하늘로 돌려보내는 의식이고, 우리를 아무 까닭없이, 이름없이 내지 않는 세상의 모든 신들과 정령들, 영혼들에게 이 사람의 혼을 받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솔직히 말해서 이 사연을 읽는 내내 좀 놀랐어. 나는 분명히 당신의 사연을 처음 듣는데 듣는 내내 “내가 대체 이런 얘기를 어디서 들었더라?” 했다니까. 아니, 분명히 처음 듣는 얘기인데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거야.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당신과 당신의 여자친구의 관계를 나와 우리 큰아버지의 사이와 대조해보고는 아, 하고 웃었지만. 자취 중인 대학생인데 여친이 얼마 전 놀러와서 라면이라도 끓여달래요. 요리 재능 없어서 진짜 라면도 잘 못 끓인다. 그럴 바에 배달이나 나가서 먹자고 몇 번 말했는데 괜찮다고 했어요. 그런데 끓여주니까 물이 많다? 봉지에 써진대로 하면 되는데 이해 안 돼? 계속 그러는 거에요. 15분~20분 동안 그러길래 저도 그만하라고 내가 못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배달시켜먹자고 했지 않느냐? 그랬더니 자기가 짜증내야 하는데 오빠가 왜 짜증내냐며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그러고는 아직도 제가 사과 안 한다고 화나 있는데 이게 진짜 제가 사과해야 하는 건가요? 제가 잘못된 놈인가 해서 물어봅니다.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1년 4월16일> 무슨 얘기인지 궁금하지? 당신의 고민을 들어주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전남 여수 화양면의 한 도로에서 할머니가 1톤 트럭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 70대 할머니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A씨의 황망한 죽음은 딱 4줄짜리 기사 3개로 소개됐고 평범한미디어의 레이더에 들어왔다. 이 정도로 기본 정보가 부실한 사망 교통사고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취재에 들어갔다. 평범한미디어가 직접 여수경찰서에 전화해서 물어본 결과 1톤 트럭이 아니라 승합차에 치인 것이었다. 사고 장소도 도로가 아니라 선착장에 있는 방파제 부근이었다. 지난 11월24일 낮 4시14분쯤에 벌어진 비극이었는데 A씨는 고동을 채취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방파제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별안간 갑자기 승합차가 A씨를 그대로 덮치고 말았다. 처음에는 음주운전이 의심되었으나 조사 결과 음주운전은 아니었다. 여수경찰서 관계자는 “한 화물차 운전자의 부탁으로 승합차가 차를 빼려고 후진하다가 앉아 있는 A씨를 미처 보지 못 하고 들이받았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 A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곧바로 심정지 상태가 됐고 이내 목숨을 잃었는데 이처럼 트럭이나 승합차처럼 차체가 높고 중량 있는 차량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노승일씨와의 인터뷰 날짜 이틀 전 그의 음주운전 전력을 알게 됐습니다. 윤창호법 체제가 시작된 2019년 이후의 일이었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스러웠습니다. 평범한미디어는 음주운전 피해 유족들과 함께 관련 법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고 음주운전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보도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일단 만나보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기로 했는데 승일씨는 음주운전 적발 직후 스스로 “국민 여러분 깊은 사죄드립니다”라며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 사실을 환기했고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음주운전 대목은 인터뷰 기사 말미에 나옵니다. <편집자 주> 독고다이 인터뷰 기획 시리즈도 어느덧 1년이 됐고 지금까지 15명의 인생을 조명했다. 독자들에게 소개할 새해 첫 독고다이 인생의 주인공은 노승일씨다.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정농단 내부고발자 그 사람이 맞다. 승일씨는 2016년 하반기 jtbc의 태블릿PC 보도 이후 촉발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당시 인생을 걸고 내부고발을 감행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최순실의 음성과 영상은 모두 그가 제공한 것이었다. 국정농단 그 이후의 삶이 궁금했다. 승일씨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내가 당신이나 당신 아버지가 그토록 안 좋은 집안 자식이라고 여기는 이혼 가정 자식이라는 것부터 밝혀두고 시작하지. 나 역시 어머니, 아버지가 어릴 때 이혼했고 현재 내 부모님은 아버지만 계셔. 나에게 사실상 어머니 역할을 해준 사람은 할머니였고 말야. 당신의 사연을 보니 화가 나면서 동시에 배우 김수미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김수미씨는 “옛날에 사귀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 어머니가 반대를 했다. 반대하는 이유 세 가지를 대는데 첫째는 대학을 안 나왔다는 것이고, 둘째는 연예인이라는 것이고, 셋째는 조실 부모라는 거였다. 그래서 내가 대학은 다시 가면 되고, 연예인은 그만두면 되지만 내 부모님 일찍 돌아가신 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당신 같은 아들과는 결혼 안 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래 차라리 당신 아버지가 남친의 학벌이나 경제력, 외모를 문제 삼았다면 어떻게든 고쳐볼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부모님 이혼한 건 당신 남친이 아니라 옥황상제, 아니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이 와도 어쩔 수 없는 문제지. 안 그래? 최근 알게 되었는데 제 남친 부모님이 남친 어릴 적 이혼을 하셔서 외동으로 어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조대원 센터장(리서치한국 여론조사연구센터)과의 대화는 항상 깊이가 있다. 언론인과 정치인의 대화는 의례 정치적 헤게모니를 누가 잡느냐와 같은 주제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조 센터장은 요즘 들어 부쩍 ‘정책 의제’에 관심이 많아졌다. 지난 11월21일 19시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조 센터장을 만났다. 조 센터장은 평범한미디어 기자들과 만나기 하루 전 페이스북에서 흑인을 대놓고 차별했던 미국의 사례를 거론하며 “거대 양당이 서로 파멸시키려고 하지 않고 공통과제를 정해서 상호 협력해보자”고 제안했다. 50년 전만 하더라도 흑인 차별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미국 사회에서 지금은 인종차별주의를 배격하는 흐름이 주류가 됐듯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일들이 편견과 기득권에 의해 가로막혀 있으면 안 된다”는 취지다. 조 센터장은 그 3대 공통과제로 기본소득, 공공주택, 남북 교류 등을 제시했다. 적어도 이 3가지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가 상호 협력해서 건설적으로 논의를 해야 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 시스템을 구축해보자고 설파했다. 사실상 한국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잘 나오지 않았던 의제들인데 조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석 달만에 또 만났다. 지난번에는 광주에서 만났는데 이번엔 서울로 직접 올라갔다. 마침 조대원 전 위원장(국민의힘)이 드디어 전직 당협위원장이란 타이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조 전 위원장은 12월 초 리서치한국 여론조사연구센터의 센터장으로 스카웃됐다. 지난 11월21일 19시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조 센터장을 만났다. 그때 이미 조 센터장은 여론조사 업체로부터 자리를 제안받아서 가기로 했다고 귀띔을 해줬다. 3년 반 전에 조 센터장은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자리로 추천을 받아서 갈 수 있었으나 당시 자유한국당 당권을 쥐고 있던 황교안 전 대표의 비토로 꿈을 이루지 못 했다. 스스로도 무척 아쉬운 기억이었는데 이번에 민간업체이지만 나름대로 사회 문제를 연구하고 조사해볼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되어 들뜬 분위기였다. 1차로 칼국수를 먹고, 2차로 새로 오픈한 실내 포차에 들어가서 본격 토크를 이어갔는데 사실 지난 인터뷰 때 “이제는 신당 창당을 할 때가 됐다”고 한 발언을 타이틀로 뽑아서 보도했던 만큼 가장 먼저 그 이야기부터 꺼냈다. 조 센터장은 “(그날 이후로) 아니 조대원 정도가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이번 독고다이 인터뷰의 주인공은 비영리단체 ‘틈사이’의 대표 안효준씨다. 효준씨는 단체를 운영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고 있고 정치활동까지 하는 등 아주 바쁜 삶을 살고 있다. 효준씨는 과거 국민의당(민주평화당→민생당)에 몸담은 바 있으며 비록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을 옮겼지만, 여전히 양당체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1996년생 청년 정치인이다. 틈사이 외에도 한국청년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청년 문제와 자기 지역구(서울 영등포구)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단 틈사이라는 이름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한데 효준씨는 “각종 세대나 지역 내에서 벌어지는 간극, 즉 틈의 간격을 채워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월22일 낮 3시 국회 근처의 한 카페에서 효준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일단 언제나 그랬듯이 근황을 물어보았다. 효준씨는 “지금 대학생이고 틈사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고다이 인터뷰에 나왔던 많은 사람들처럼 효준씨도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었다. 효준씨는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간’을 꼽았다. 아무래도 시간인 것 같다. 나랑 같이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개월 반 전에 좋은 강연을 들었던 게 떠올랐다. 깜빡 잊고 기사로 전달하지 못 했는데 꼭 쓰고 싶었다. 프로레슬러이자 격투기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김남훈씨가 전설의 격투기 선수였던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의 싸움 전략을 통해 인사이트를 뽑아냈는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평범한미디어 지면으로 소개하고 싶은데 너무 오래 지나서 망설여졌고 검색을 해보니 김씨는 10년 전부터 효도르 철학을 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접을까 고민을 했으나 이내 쓰기로 했다. 김씨는 지난 10월20일 19시 광주 북구에 위치한 광주청년드림은행 공간에서 강연을 열고 “미국에 내리는 비가 뭘까? USB....ㅋ 가장 가난한 왕은? 최저임금...ㅋ”라고 아재 개그를 시전했다. 효도르에 대한 메시지를 모두 이야기하고 2부로 넘어가기 전 분위기 전환용으로 던진 농담이었는데 다들 능숙한 그의 강연 진행에 웃음을 보였다. 효도르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60억분의 1’의 사나이였다. 2010년 이후 조금씩 쇠락기를 맞이하긴 했으나 전적 40승 6패를 거뒀던 전무후무한 파이터였고 여전히 격투기업계에서는 현역이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