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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가든> 딱 봐도 평론가들이 맹폭할 영화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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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만큼만 읽다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동진 평론가처럼 스포를 확인해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타입이라면 그냥 읽어도 상관없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영화를 보면서도 이 정도면 평론가들이 쌍욕하기 딱 좋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소희(조윤희 배우)가 귀신 들린 남편 창수(허동원 배우)에 의해 팔이 뒤로 젖혀지는 순간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너무 예상이 되는 전개이기도 했지만 연출 자체가 코믹스러웠다. <늘봄가든>에 대한 리뷰는 그 어디에서도 혹평으로 대동단결이다. 나무위키도 그렇고 네이버 주요 블로거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나름 딴생각 없이 집중하며 봤던 긴장감이 있었다. 머릿 속 한켠에는 기존 공포 영화들의 클리셰를 범벅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지만, 한이 맺힌 인물의 복수극과 피바람의 비극으로 결말이 맺어지는 전형적인 한국형 스토리가 납득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인셉션>처럼 본 사람마다 깊은 해석의 두뇌를 써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결론이 선명하다. 아!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그래서 <늘봄가든>은 뻔하긴 해도 100%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별 5개 만점에서 2.5점 정도는 주고 싶다. 나름 영화를 깐깐하게 보는 편이라서 이 정도면 선방한 것이다.

 

스포를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데 <늘봄가든>은 누군가의 복수극이자 이유 있는 원한이 만들어낸 공포극이다. 대한민국 3대 흉가로 악명 높은 ‘늘봄가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심지어 영화에서도 ‘스프링 가든’으로만 나온다.

 

거슬리는 똑딱똑딱 소리에 잠에서 깬 소희는 남편 창수가 목 매달아 죽어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의 시작부터 창수는 자살한 것으로 나온다. 소희는 임신 상태였는데 다짜고짜 자살의 원인을 추궁하는 시댁 식구들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끝내 유산한다. 사실 창수는 애처가다. 창수는 소희 몰래 전원 주택을 직접 지어놨고 아내를 위해 유산으로 남겨놨다. 그 집이 바로 스프링 가든이고 소희는 친언니 혜란(김주령 배우)과 함께 그 집으로 향한다. 뭔가 음침하고 불길한 조짐이 느껴지는 탓에 혜란은 소희에게 “네 형부도 괜찮다고 하는데 우리 집으로 들어와서 같이 살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소희는 마지막으로 남긴 남편의 사랑이라 믿고 홀로 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다.

 

예상가능한 전개는 지금부터다. 스프링 가든에서 온갖 이상한 일들과 공포스러운 사건들이 마구 벌어진다. 노골적인 귀신이나 점프 스케어를 남발하진 않고 줌인과 풀샷을 교차해가며 공포스러운 배경과 음산한 분위기만 유지되는데, 소희는 참다 못 해 직접 나서서 남편이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뭔가 있는 게 확실하다. 결정적인 것은 앳된 여고생 현주(추예진 배우) 사진이다. 뜬금없긴 한데 <늘봄가든>의 핵심 인물이 등장했다. 창수와 현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차피 영화를 안 볼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서 그냥 까본다면 원한의 주체는 현주가 맞다. 창수가 현주에게 악독한 짓을 한 건 아니지만 분명 현주는 상처가 많고 비참한 삶을 살았다.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충분히 원한과 설움을 가질만한 사연이 가득하다. 물론 창수가 범인은 아니다.

 

연출을 맡은 구태진 감독은 <엑소시스트>나 <곡성>과 같은 요소를 억지로 집어넣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즈음 퇴마사 인겸(정인겸 배우)도 등장한다. 인겸은 스프링 가든에 무단으로 들어가서 땅을 파서 무언가를 묻는 등 이상한 언행을 일삼는다. 혜란과도 마주치는데 상스러운 말투로 응수하는 인겸이 수상하다.

 

비중 있는 메인 조연급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인겸과 현주가 매우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 별 연관이 없는 것 같은 인겸과 현주도 한 다리 건너 관계가 있다. 현주의 저주를 막아보려는 게 인겸의 의도인데 역부족이다. 결국 아무 잘못 없는 주인공 소희만이 폭주기관차 현주를 막을 수 있다.

 

<늘봄가든>이 혹평을 받는 요소들 중에는 연기력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전반적으로 별로다. 그러나 혜란을 연기한 김주령 배우는 다르다. 소름끼친 연기를 보여줬다. 딸(송지우 배우)과 아들(김라온 배우)이 귀신을 목격한 건지 너무나 공포스러운데 그에 대응해야 하는 혜란의 패닉 연기, 친동생 소희를 품어주고 싶지만 자신마저 누군가에 빙의돼 무서움을 보여주는 광기어린 연기 등이 일품이다.

 

어쨌든 러닝타임 90분 동안 지루하진 않았다. 딴생각 안 들고 나름의 공포 텐션을 느끼며 스릴감 있게 봤던 것 같다. 다만 <육사오>나 <달짝지근해>와 같은 가성비갑 웰메이드의 품질은 결코 아닌 것 같고 욕을 먹을만한 영화가 맞다. 그럼에도 십중팔구 모두가 욕을 하는 상황에서 이런 의견도 제시하고 싶어서 리뷰를 남겨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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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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