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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야구와 축구’에 빠지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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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사실 호남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야구를 아예 안 좋아한다면 모를까 기아 타이거즈의 팬이 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1985년생 신영배씨도 마찬가지다.

 

어떤 계기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3살 때부터 좋아했었다. 시공간적인 특성이 있었다.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접한 즐길거리 또는 놀거리가 바로 타이거즈의 경기를 보는 것이었다. 지난 9월19일 13시 광주 동구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신씨를 만났다. 오래전부터 신씨와 야구와 축구 등 스포츠를 주제로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고 기아 타이거즈를 연결고리로 추진해봤다.

 

 

전문가에 버금가는 그의 정보력에 감탄했던 만큼 도대체 언제 어떻게 스포츠를 좋아하게 됐는지 물었다.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타이거즈의 팬이었던 걸까? 신씨는 “시간적으로 1980년대 중후반 미디어적으로 즐길만한 것이 없었다”면서 “TV도 지상파만 있었고 인터넷도 없었고 신문으로는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어르신들이 채널 돌리다가 봤던 야구를 같이 좋아하게 됐다”고 입을 뗐다.

 

이어 “공간적으로 보면 내가 나주 출신인데 함평에 가까운 다시면 쪽인데 그러다보니 즐길만한 게 많이 없었다”며 “그 당시 공중파에서 야구 중계를 많이 했었고 몇 번 보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어떤 계기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케이블 채널에서 24시간 애니메이션을 해주던 것만 있었더라도 야구와 스포츠를 이 정도로 좋아하진 않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야구와 축구 매니아다. 요즘 들어 기아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있겠지만 그의 축구적 관심사도 지대하다. 특히 2023년 올시즌 엄청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K리그의 ‘광주FC’에 대한 팬심이 강해졌지만, 신씨는 전통적으로 스페인 라리가의 3강 체제를 만들어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애정하는 찐팬이다. 무엇보다 2011년부터 AT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은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 역량에 매료됐다. 그런 신씨에게 원초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축구와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시기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던 것인지 궁금했다.

 

어렸을 땐 야구에 엄청 관심이 많았었는데 어느 순간 축구가 야구보다 팀워크와 포메이션 등에 따른 고도의 전략이 더 많이 작용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때부터 조금씩 축구에 대한 포션이 올라갔다. 나도 처음엔 해외 축구를, 맨유 박지성 팬으로 시작하는 하나의 라이트팬이었는데 2014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축구를 접하고 축구를 보는 눈이 바뀌었다. AT가 우승할 때였고 2년 전부터 올라오는 시기였다.

 

 

물론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을 맛보게 된 2014년, 신씨는 밤낮이 바뀌는 시절을 1년간 보냈는데 아무래도 고단한 새벽에 AT의 축구를 보며 심신의 피로를 달랬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건 개인적이 성향 차이인데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선택하지 않고 AT를 선택한 것은) 나는 제3의 길을 가는 낭만이 있다는 점이 끌렸다. 거대 양강 클럽에 대항하면서 잘 해낸 AT 마드리드의 축구가 참 좋았다.

 

그는 AT의 축구가 “스타일리시”하다고 말했다.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적 색깔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스타일리시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선수들의 개인기 보단 팀과 감독의 전술에서 더 나온다고 생각한다. 펩 과르디올라의 점유율 축구라거나, 한 때 위르겐 클롭의 게겐프레싱, 시메오네의 두 줄 수비 등등. 이런 것들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지난 7월말 AT가 한국에 왔다. 신씨는 본인의 SNS에 AT 선수단의 공항 입국 영상과 훈련 영상을 공유하며 엄청난 관심을 드러냈다.

 

내가 만약 미혼이었다면 휴가 내고 인천에서부터 다 따라붙었을 것이다. 흔한 기회가 아니니까. (AT의 핵심 앙투안 그리즈만이 엄청 잘 하던데?) 요새는 약간 부진하긴 한데 그래도 그리즈만은 축구 도사다. 그리즈만 같은 선수들이 나이 먹고 신체능력이 떨어져도 잘 한다.

 

 

올 3월 WBC의 악몽이 현실로 다가온 직후 신씨는 이런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어제 얘기와 동어반복일 수 있는데 NPB가 오타니를 필두로 150~60km를 던지는 투수가 많아지니 리그에서 뛰는 타자들도 강속구들에 눈이 익었다. 덕분에 우리 투수들의 공은 그보다 한 수준 낮게 인식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투수들이 세게 던지면 그것대로 컨트롤에 문제가 생기고 볼질이 되며 타자를 출루시키게 된다. (대표적인 게 이의리) 그리고 2000년대 중반 한국의 학원 야구가 나무배트로 전환했을 때 이 모든 역행이 시작했던 것 같다. 나무배트로 인해 타구의 비거리가 줄었고 이로 인해 감독들이 컨택에 의한 연타를 득점의 주 플랜으로 삼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긴 했다. 문제는 한국에 고교 야구팀이 100개도 안 되고 학원 야구가 토너먼트제에 익숙하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한 경기의 의미가 컸고 위닝 플랜이 확 쏠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런 타격 메커니즘에 맞춰서 한동안 학원 야구도 그렇고 프로에서의 육성 기조도 그렇고 투수들의 구속을 줄이더라도, 힘을 빼서 던지며 정확한 제구력으로 볼넷을 안 주는 식의 투구를 추구하게 됐다. 한 마디로 미국과 일본의 야구 흐름에 역행을 한 거고 그 결과가 바로 국제 야구 경쟁력의 저하로 나타났다.

 

‘떨공삼’으로 삼진 잡는 시대는 지나갔다. 제구와 구종은 기본이고, 구속이 받쳐줘야 한다. 150km 후반대를 던지는 투수들이 수두룩한 곳이 미국 MLB와 일본 NPB다. 신씨는 그런 강속구 에이스 투수가 1~2명 뿐힌 한국 야구의 종합적인 문제점을 위와 같이 짚어냈다. 신씨에게 이러한 정보력과 분석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물었다.

 

내가 도파민 중독? 좀 뭔가를 알게 되면 거기에 꽂혀서 그 이상의 너머에 있는 걸 알고 싶어 한다. 올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대해서도 덕질을 좀 많이 했는데 정보 습득도 따라오는 것 같다.

 

 

하는 축구와 보는 축구, 하는 야구와 보는 야구. 둘 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엔 후자에만 해당하는 스포츠 매니아들이 많다. 신씨 역시 “하는 거는 내가 운동신경이 안 좋아서... 아예 좀... 아니면 내가 극한의 I라서 그런 것에 어려워한다. 나도 하고는 싶은데...”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야구와 축구를 1도 모르는 사람이 둘 중 무엇이 됐든 입문해보고 싶다고 조언을 구해온다면 뭐라고 말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했다.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일단 인생에 있어서 술과 담배보다 더 해로운 것이 야구와 축구에 대한 관심이 될 수도 있다. ㅋㅋㅋ 아오 스트레스 받으니까. 되도록 안 빠지면 좋을 것 같아서 안 권하고 싶긴 한데 축구든 야구든 어떤 팀플레이를 하거나 뭔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뭔가 좀 사회성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제 축구 같은 경우 1점차로 역전하는 것도 쉽지가 않기 때문에 리얼리스트의 스포츠라는 얘기가 있다. 근데 반대로 야구는 6~7점차도 바로 뒤집을 수 있어서 이상주의적인 스포츠라고 하더라. 그래서 축구와 야구를 통해서 인생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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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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