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녹색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임하는 자세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중앙정치권에선 2024년에 치러질 총선의 전초전으로 성격 규정을 마치고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다. 오는 10월11일 치러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한 이야기다. 언론들도 양당의 역학관계로만 바라보고 있다. 강서구청장 선거는 서울 구청장 선거들 중에서도 유독 양당의 한 곳이 우세를 가져가지 못 하는 그야말로 민심의 바로미터와 같은 상징성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 계열 5회, 국민의힘 계열 4회 등 막상막하였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김승현 후보가 48% 12만5408표를 얻어, 국민의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51% 13만2121표)에게 석패한 바 있다.

 

 

김 전 청장이 구청장직을 상실(대법원에서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8.15 특사로 복권됐고 직후 “강서구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만큼, 귀책 사유로 인한 보궐선거라는 점을 개의치 않고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결정한 김 전 구청장의 운명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막을 것 같지도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보들이 넘쳐난다. 총 13명(박상구·이창섭·경만선·한명희·김용연·장상기 전 서울시의원/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정춘생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김양정 전 청와대 행정관/나채용 환경연합 운영위원/문홍선 전 강서구 부구청장/이현주 강서미래포럼대표/윤유선 민주당 전국여성위 부위원장)이나 출마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정치적 네임밸류가 있는 인물은 없지만 치열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는 충분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총선까지 당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전략 공천을 해서라도 중량감있는 후보를 꽂는 카드를 선택할 것 같다. 여기까진 권력 게임에 매몰된 중앙정치권의 스토리에 불과하다.

 

거대 양당 말고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낸 인물이 있다. “삶을 지키는 기후구청장”을 내세우며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현실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냈는데 아직 진보정당들간의 단일화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출마 예정자’ 신분이지만 출마선언문이 남다르다.

 

녹색당은 준비되어 있다. 녹색당 기후구청장 김유리도 준비되어 있다.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은 가장 선명하고 실현가능한 정책으로 주민 여러분과 만나겠다. 김유리가 만들 강서, 녹색당이 만들 강서는 다르다.

 

 

녹색당 서울시당 김유리 공동운영위원장은 14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공공운수노조회관 2층 모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위원장이 준비한 출마선언문에는 솔직한 이야기가 담겼다. 그저 원외정당 정치인이라고 해서 당위와 원칙으로 도배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기후위기 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녹색당 소속인 만큼 유권자들의 실천과 불편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가용을 줄이자고 말하겠다. 대규모 재개발은 안 된다고, 노후주택들을 그린 리모델링으로 해보자고 말하겠다.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현실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하겠다. 기후위기 대응을 외치면서도 뒤돌아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거짓 정치가 아니라 책임지는 정치를 보여드리겠다.

 

김 위원장이 위 발언을 포함시킨 행간을 해석해보자면 이런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국민의힘은 아직도 노골적으로 경제성장 구호를 외치고 있으며, 그에 따른 탄소배출에 무감각하다. 기술력 하나로 모든 것을 퉁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반면 민주당은 겉으로는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척하며 “그린뉴딜”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과된 ‘녹색성장기본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것 보단 경제성장에 천착하고 있다. 기후 문제에 관심이 있는 김성환·이소영 의원 등 개별 정치인들도 민주당의 “그린 워싱”적인 움직임을 바로 잡지 못 하고 있다. 녹색당 김찬휘 대표는 이런 민주당에 대해 “이명박 정부 때 탈탄소녹색성장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고 기후운동계를 격분시키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날 김 위원장이 발언대에 서기 직전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 대표는 아래와 같이 설파했다.

 

대한민국 탄소 배출 1위 기업은 포스코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두 제철소를 통해 대한민국 총 배출량의 11%를 배출한다. 두 제철소의 탄소 배출이 작년에 7019만톤인데 지금 연간 1300만톤의 탄소를 추가로 배출할 석탄화력발전소를 삼척에 짓고 있다. 이 발전소는 문재인 정부 때 첫 삽을 뜨고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렇듯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고 탄소 배출을 늘리는 데 두 거대 정당은 아무런 차이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했고, 윤석열 정부는 제주 제2공항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과 토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처럼 기후 문제에 무감각하지 않으면서도, 민주당처럼 이중적인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공약 3가지를 발표했는데 범주로 나눠보면 4가지다.

 

①관내 노후 건축물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 적극 추진

②폭염 속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작업중지체계 마련

③공공교통을 강화하고 자전거 교통과 보행 환경 개선(올림픽대로 등에 버스전용차로 설치 위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와 협의/버스와 지하철 요금 지원하는 녹색교통패스를 선제 도입/자가용보다 공공교통, 자전거, 보행 중심의 정책 설계)

④전세사기특별법 사각지대 해소하는 입법 촉구 및 정부 대책에서 배제된 강서구민의 거처 마련(강서구 차원에서 깡통 주택 공공매입을 먼저 적극 추진)

 

사실 김 위원장의 출마선언을 다룬 곳은 진보언론 ‘레디앙’과 ‘민중의소리’ 딱 둘 뿐이었다. 너무나 척박한 현실인데 사실상 당선되는 것을 바라보기 보단 타 진보 후보들과 단일화를 모색해서 의미있는 득표율을 달성,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날 진행된 기자회견의 타이틀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 및 진보정당 후보 단일화 제안”이다. 양당 위주의 선거판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려면 정의당을 필두로 한 진보정당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김 대표는 “기후위기에 나몰라라 하는 부패한 보수 양당 정치를 대신할 새로운 기후정치를 위해, 녹색당은 강서구청장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며 “진보정당들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등 4당의 연대를 구상하고 있다. 관련해서 진보당은 이미 6월에 권혜인 위원장(서울시당 강서양천지역위원회)을 강서구청장 후보로 확정했고 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당은 기후 비전이 일치하는 모든 세력들과 “공동선거”를 치르겠다는 당론을 공식화하며 녹색당의 지지를 받는 당내 후보를 선정하려고 했으나, 이날 녹색당이 별도의 후보를 먼저 내기로 하면서 스텝이 좀 꼬였다. 정치에 관심이 크지 않은 시민들이 보기에는 비양당 작은 정당들이 그냥 다 합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쉽게 볼지 모르지만 진보정당들의 선거 연대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일찌감치 후보를 띄운 진보당과 녹색당, 원내 6석의 정의당은 모두 자당 후보가 진보 단일 후보로 우뚝서길 기대하고 있다. 나름대로 정치적 셈법을 갖고 있긴 한데 모두 단일화 여론조사까지 가지 않고 그전에 상대당이 양보해주길 바라고 있다.

 

정의당 내 의견그룹 ‘전환’‘세 번째 권력’은 이례적으로 비양당 정당들이 합심해서 단일 후보를 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정의당이 판을 깔아야 한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전환은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정당’과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세 번째 권력은 이들도 연대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다시 녹색당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김 대표는 김 위원장을 통해 녹색당이 출마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녹색당은 지구를 지키는 일과, 삶을 구하는 일과, 세상을 바꾸는 일이, 서로 다른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강서구의 현안이 고도 제한을 푸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고층아파트가 지어지면 지금 살고 있는 주민들 상당수는 이곳을 떠나야 할 것이다. 새 아파트가 아니라, 기존 노후 주택을 개량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먼저 세워야 한다. 자가용 업체의 이윤 추구와 도로 중심의 교통체계, 그리고 대중교통체계의 혼잡은 연결되어 있다. 강서구민을 위한 대중교통체계의 확충은 자동차 사용을 줄이게 되고 결국 탄소배출을 줄이게 된다. 녹색당은 이렇게 기후 정의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꾸어 갈 것이다. 기후 정의의 관점에서 강서구를 바꾸어 갈 것이다.

 

한편, 녹색당은 김 위원장의 선거를 진두지휘할 캠프(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렸고, 박제민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