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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양주 들이미는 ‘삥술 사기단’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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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가짜 양주를 고급 양주병에 넣어서 고가에 판매하려는 사기범 A씨는 그야말로 양아치였다. 술 취한 손님에게 삐끼짓을 해서 업소에 데려온 다음 가짜 양주를 과음하게 유도해서 완전히 만취하면 술값을 과다 청구했다. 원래 먹다 남은 양주를 새 양주에 일부 섞어서 파는 것을 은어로 ‘삥술’이라고 하는데 아예 저가 양주를 속여 파는 것도 삥술로 불러도 될 것 같다. 삥술 사기업자 A씨는 과음해서 완전히 뻗은 손님이 깨어났을 때 양주병과 안주를 가득 깔아놓은 테이블을 보여주며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 그날따라 40대 남성 손님 B씨가 깨어나지 않았다. B씨는 혈중알콜농도 0.342%였는데 생명에 지장이 올 정도로 술에 취해있었다. 쉽게 생각해서 홀로 소주 10병을 깡소주로 들이부었을 때 나오는 음주 수치다. 이 정도로 취하면 호흡 근육이 굳어 숨을 못 쉬게 되고 뇌 중추가 마비되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B씨는 업소에서 새벽까지 방치되어 그대로 숨졌다. 2021년 7월 한 여름이었다. A씨는 예상치 못 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자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달아났고 이내 검거되어 유기치사와 준사기,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춘천지법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는 8일 A씨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더불어 벌금 100만원도 추가했다. 앞선 5월 A씨의 공범 C씨 역시 같은 혐의(식품위생법 별도)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A씨와 C씨의 공범들이 더 있긴 한데 유흥주점 소속 주방장, 웨이터, 여성 접대부 등이다. 이들은 주범 A씨와 C씨에 비해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소극적인 편이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로써 혼자 살겠다고 도주한 A씨까지 삥술 사기단을 전부 검거해서 처벌한 셈이 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영진 판사는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만취한 피해자들의 돈을 계획적·조직적·반복적으로 가로채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 사건 직후 웨이터에게 주점 내 CCTV 해체를 지시하거나 주점 장부를 직접 폐기하고, 공범들에게 허위 진술을 지시하는 등 범행 후 정황 또한 매우 불량하다. 특히 의식 불명 피해자를 아무 조치없이 장시간 내버려둬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 가짜 양주부터 호객행위, 금전 편취와 피해자 사망까지 피고인의 귀책이 매우 크다.

 

그동안 삥술 사기는 전국적으로 유흥업소 밀집 지역에서 횡행하던 수법이었다. 한 손님당 삥뜯는 액수가 500~1000만원에 달했는데 매우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호객꾼, 폭탄주를 만들어 과음을 유도하는 접대부, 대신 현금을 인출해오겠다는 심부름을 빌미로 비번을 알아내는 종업원, 양주와 음식을 제조하는 주방장, 범죄를 총괄하고 기획하는 업주 등등인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사기죄로 의율된다. 상대를 조직적으로, 적극적으로 기망해서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으므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나아가 삥술은 그 자체로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먹다 남은 음식물의 재사용과 재조리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A씨와 C씨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삥술 사기단은 경우에 따라서 특수강도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 특수강도죄는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해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의 재물을 빼앗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했을 때 성립되는 중범죄다. 양형 범위는 징역 5년에서 무기징역에 달한다. 판례(서울동부지법 2019고합136)에 따르면 “주류 또는 약물을 사용해 사람을 졸음이나 혼취상태에 빠뜨리는 행위” 역시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한다.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는 준강간과 같다. 치밀한 삥술 사기단의 경우 술이 깬 손님이 항의했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고급 양주병을 연거푸 따라주는 모습을 동의없이 촬영해놓고 그걸 뒤늦게 제시하기도 한다.

 

서울동부지법 손주철 판사는 관련 사건에서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피고인들은 수익금을 정산하고 주점 사장에게 경과를 보고하는 등으로 치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손님들로 하여금 생리적·화학적 효과를 수반한 알콜 물질을 섭취하게 하여 혼취상태에 빠뜨리는 행위는 단순히 피해자에 대한 기망을 수단으로 하는 사기 범행이나 피해자의 임의 의사를 제한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수단으로 하는 공갈 범행과 달리, 상대방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여 정신을 잃게 하여 반항을 억압하거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강도죄에서의 폭행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해자의 신용카드 등을 이용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할 의사를 가지고 주류를 연속하여 마시게 해서 피해자들을 혼취상태에 빠뜨린 것으로서 특수강도죄에서의 폭행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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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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