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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이스’는 어떻게 자동차 47대를 집어삼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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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지난 15일 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들이 뒤엉켰다. 다중 추돌이 벌어졌는데 무려 44중이었다. 사망자까지 나왔다.

 

15일 21시10분 즈음 경기 포천시 구리포천고속도로 포천 방향 축석령 터널 앞 500미터 지점(3차로 일방통행)에서 SUV A차량이 갑자기 스핀 걸린 볼링공처럼 미끄러졌다. 1차로에서 3차로로 빙글빙글 돌았는데 목격자는 “브레이크 자체가 작동이 안 되고 완전 스케이트 탄 것처럼 S자로 갈지자로 돌았다”고 표현했다. 3차로에서 A차량을 맞이했던 다른 차량들이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 하고 미끌어져서 연쇄 추돌했고 그렇게 모든 차로가 차량들로 막혀버렸다.

 

 

가장 먼저 미끄러진 A차량을 코앞에서 목격하고 급정거를 시도하다 가드레일 등을 들이받은 차량 2대가 있었는데, 그 이후로 44대의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추돌하게 됐다. 사실 47중 추돌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충북 충주에서 시댁 식구의 49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차량(승합차로 추정)에 동승했던 43세 여성 문모씨는 끝내 눈을 감았다. 운전대를 잡았던 문씨 남편은 혼수상태로 알려졌고, 뒷좌석에 타고 있던 시어머니는 다리를 크게 다쳤다고 한다. 문씨 가족들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을 맞았다. 두 딸과 막내아들도 타박상을 입었다. 이밖에도 다른 차량들에 타고 있던 44명이 경상을 입었고 다치지 않은 60명은 당국이 마련한 버스로 귀가했다.

 

사고 직후 3시간 반 동안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는데 버스로 임시 의료공간을 만들어서 응급처치를 실시할 정도였다.

 

한국도로공사와 국토교통부는 이날 17시반까지 총 3회 가량 염화칼슘을 뿌렸다고 했지만 2시간 뒤 포천의 한 도로(이동교리 부인터사거리 인근)에서 이미 14중 추돌이 일어났을 만큼 무용지물이었다. 해질녘이 되자 너무 추워져서 도로에 남아있던 수증기가 그대로 얇게 얼어버렸던 것이다. 블랙아이스는 말 그대로 도로 색깔을 그대로 노출할 만큼 얇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눈이 많이 내려서 도로에 수북이 쌓이면 운전자들이 타이어에 체인을 채우는 등 방어 운전을 할 수 있지만 블랙아이스가 깔리면 그럴 수가 없다. 특히 블랙아이스는 그늘진 터널 입출구, 야산 인근, 강가 도로, 지하도, 교량, 고가도로 등의 특정 구간에만 형성되기 때문에 운전자가 멀쩡한 도로를 주행하다 그 구간에 진입했을 때만 극강의 미끄러움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어서 배로 위험하다.

 

눈이 녹아서 물이 되고 그렇게 잘 건조만 된다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급격히 추워지거나, 잘 안 마르는 도로 환경이라면 블랙아이스가 등장하기 쉽다. 도로교통공단은 블랙아이스가 만들어내는 미끄러움이 일반 도로의 14배, 눈길의 6배라고 밝혔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블랙아이스가 영향을 미친 교통사고는 약 5000건이었고, 매년 1000건씩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연간 사망자는 100여명 규모다.

 

요즘 겨울철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블랙아이스가 자주 발생하는 도로”라는 경고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대설주의보가 예보됐을 때 아예 도로를 통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간단치 않은 일이겠지만 이번 47중 추돌 이전에도, 41중 추돌45중 추돌이 일어났던 적이 있던 만큼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야 할 타이밍이다.

 

일단 눈이 많이 내리면 전국의 도로에 블랙아이스 경보를 내릴 수 있는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들이 훨씬 중요하겠지만 운전자 개개인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팁도 중요하다. 교통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는 ‘블랙아이스 사고 예방법’은 아래와 같다. 무엇보다 눈이 많이 내렸을 때는 운전을 자제하는 게 좋은데 반드시 해야 한다면 날씨를 수시로 체크해서 기온 급감에 따른 블랙아이스의 위험성을 인지하는 것이 대전제라는 점을 기억하자. 그래서 블랙아이스가 우려된다면 아래의 팁들을 떠올려야 한다.

 

①차량간 거리 평소보다 2배 이상 유지

②평소 대비 속도 60% 감속(쉽게 생각해서 시속 3~40km 권장)

③앞차가 지나간 바퀴 자국을 따라 운행

④결빙이 많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시간대(17시~8시)에는 운전 지양

⑤다리 위, 고가도로, 터널 등 햇빛이 차단된 도로는 완전 서행하거나 피하기

⑥미끄러지기 시작할 때는 핸들을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꺾기

⑦급정거와 급가속은 피하는 대신 브레이크 나눠서 밟기

⑧동계 맞춤형 차량 점검(뿌리는 체인이나 채우는 체인/겨울용 타이어 사용/타이어 공기압 체크/냉각수와 배터리 체크)

 

 

김필수 교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는 “블랙아이스로 생기는 다중 추돌 사고가 많은데 이탈리아에서는 300중 추돌 사고도 있었다. 1시간 동안 박았다고 한다. 300대가 누적될 때까지 계속 와서 부딪치고 와서 부딪치고 이걸 수습하는 데에도 보통이 아니었다”면서 “이른 새벽처럼 전날 눈 오고 날씨가 따듯해서 녹았다가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서 빙판길이 될 때 이때 가장 조심해야 된다. 블랙아이스는 습도가 높고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서 살짝 어는 것도 있지만 요즘 생기는 얼음판은 눈이 와서 녹았다가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어는 얼음이다. 이것 역시 눈에 잘 안 보인다”고 강조했다.

 

(겨울철에는) 블랙아이스가 항상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녹지 않는 영역이 있다. 산비탈이 있는 그늘진 곳, 이면 골목 주택가에는 눈이 그대로 있다. 이런 데는 시속 10km 갓넘게 해야 한다. 다리 위나 밑에 찬바람이 지나가는 곳은 (얼음이) 녹지 않는다. 터널 입출구 등 이런 데가 모두 얼음이 녹지 않고 블랙아이스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터널 들어갈 때 속도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는 실내니까 눈이 안 왔으니 입구도 아님에도 속도를 내서 사고나는 경우도 있다. 터널 명암이 달라져서 순간적으로 눈이 안 보이는 쪽이 생긴다. 선팅 너무 짙게 해서 지하주차장에 진입할 때 안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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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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