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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에 무지했는데 "직관해야만 느낄 수 있는 파워와 현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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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최은혜 기자] 작년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이 4강에 진출해 브라질과 경기를 치르던 장면이 스친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가슴에 깊이 각인됐을 정도로 감동적인 경기의 연속이었다. 김연경 선수만 알고 있던 사람들이 양효진·김수지·김희진 선수 등을 알게 됐다.무엇보다 다들 배구라는 스포츠 자체에 큰 재미를 느끼게 됐던 것 같다. 원래도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리그였지만 이제는 명백히 인기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여자 배구가 남자 배구보다 더 인기가 많다.

 

이미 작년 10월부터 2021-2022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가 한창이다.

 

 

지난 3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페퍼스타디움(염주체육관)에 다녀왔다. 생전 처음으로 배구장에 가봤는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AI 페퍼스(페퍼저축은행 배구단) 대 KGC인삼공사의 경기였다. 결과는 세트 스코어 1대 3으로 아쉽게도 페퍼스의 패배였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의 제안으로 가게 됐는데 사실 배구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래서 디데이가 다가오기 전 나름 열공을 했다. 광주 홈팀은 페퍼스였고, 페퍼스는 작년 9월 창단된 신생팀이다. 페퍼스는 이번 시즌 꼴지(7위)를 달리고 있다. 그래도 광주시민으로서 페퍼스의 승리를 기원하며 열심히 응원했다.

 


처음 가본 넓은 경기장이라서 그런지 자리를 못 찾고 살짝 헤맸는데 동행했던 윤 기자 덕에 지정 좌석을 찾을 수 있었다. 경기장에 입장하자마자 든 생각은 "관중이 꽤 많다"는 점이었다. 평일 저녁이고 위드 코로나가 철회된지 석달 째라 한산할줄 알았는데 손수 만든 피켓과 현장에서 나눠준 응원 부채를 들고 응원하는 홈팬들이 아주 많았다.

 

선수들은 경기장을 가로지르며 런닝을 하고 있었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사실 날이 몹시 춥고 배가 고픈 상태라 조금 지쳐있었는데 활력이 도는 현장 분위기에 덩달아 흥이 오르고 힘이 났다. 응원을 유도하는 치어리더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경기 내내 틈틈이 이어지는 각종 이벤트들도 눈길을 끌었다.

직관했기 때문에 알게 된 게 있는데 상대팀 네트로 공을 넘기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블로킹의 벽이 높았다. 페퍼스 선수가 점프해서 힘껏 내려친 공을 보고 "오! 넘어갔다"고 생각하자마자 상대팀 선수가 블로킹으로 되받아치는 일이 잦았다. 그리고 서브를 위해 공을 튕길 때 공을 "패대기친다"는 표현 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있는 힘껏 공을 내려치는 모습을 보며 저 공에 맞으면 정말 죽겠구나 싶었다.
 


선수마다 각기 다른 응원가가 있는 것도 재밌었다. 가장 많이 들려온 응원가는 페퍼스의 용병 '엘리자벳'이었다. 그만큼 엘리자벳 선수는 누가 봐도 명실상부 페퍼스의 에이스다. 이날 경기에서 엘리자벳 선수는 26득점을 기록했다. 엄청난 피지컬과 실력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올시즌 엘리자벳 선수는 라이트(우측 공격) 포지션으로 공격 성공률 41.78%로 3위를 차지할 만큼 맹활약하고 있다.

 

페퍼스는 인삼공사의 서브 미스로 꽤 많은 득점을 얻었다. 페퍼스가 2세트를 가져갔던 만큼 역전승을 조금 기대했지만 3세트와 4세트에서 연달아 지면서 싱겁게 끝이 났다. 1세트 25대 16(인삼공사), 2세트 25대 23(페퍼스), 3세트 25대 13(인삼공사), 4세트 25대 17(인삼공사)의 결과였다.

 

배구에 무지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알고 있는 지인 중에 배구선수가 있다. 직관을 가기 전에 각자 맡은 포지션이 베구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물어봤다. 

 

배구 경기에서 어떤 포지션도 필요하지 않은 포지션은 없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꼴지팀에서 라이트 포지션을 맡고 있는 엘리자벳 선수가 "가장 잘하는 에이스이고 팀의 멱살을 끌고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경기가 끝났다. 바로 집으로 향하는 관중들도 있었지만 부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굿즈를 구경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윤 기자와 나도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던 중 현장에서 나눠준 응원 부채들이, 쓰레기통이 토할 정도로 버려져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코로나 때문에 육성 응원이 금지되었던 터라 응원에 힘을 더해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였지만 돌아가는 길에 쓰레기로 변해버린 ‘응원템’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좀 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실용적인 응원 도구는 없었을까? 기후위기 시대인데?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나도 윤 기자도 "이왕 시간 내서 보러 온 경기니까 이기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처음 직관한 배구 경기는 직관을 해야만 느낄 수 있는 '파워'와 '현장감'이 있었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반복되는 일상 루틴이 지겹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스포츠 직관을 추천해주고 싶다. 꼭 배구가 아니라도 좋다. 축구, 야구, 농구 등 무엇이든 괜찮다. 꼭 한 번 가보시라. 예전에 야구장을 갔을 때도 느껴본 감정이지만 다 함께 구호에 맞춰 박수를 치고 응원을 하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스스로 응원을 받는 기분이 만끽할 수 있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이벤트가 하나 더해지는 것만으로도 삶이 리프레시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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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평범한미디어 최은혜 기자입니다.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담아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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