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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이정효 감독의 열정적인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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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축구와 야구를 좋아한다고 스스로 생각해왔는데 작년부터 사실상 야구로 무게추가 옮겨졌다.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를 매일 체크하며 욕하고 기뻐하고 그래왔다. 그래도 유럽 축구와 국가대표 축구는 꾸준히 챙겨봤다. 그러나 K리그에는 관심이 없었다. 2023년 올시즌 광주FC가 잘 해도 너무 잘 한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시즌 막판이 될 때까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는 동생으로부터 축구장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광주FC에 대한 인기로 인해 예매 전쟁이라던데 용케도 예매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딱 두 번 갔던 축구 직관은 모두 이겼다. 야구 직관(기아)은 13전 4승 9패였는데, 축구 직관은 2전 2승이다.

 

 

21일 토요일 14시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경기였는데 이상하게도 2년 전에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비가 내렸다. 축구장 입구 앞에서 일회용 비옷을 무료로 나눠줘서 좋긴 좋았는데 끝나고 관중들이 버려놓은 비옷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광경은 조금 불편했다.

 

자동차에서 내려 축구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위용이 너무 지대해서 자꾸만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을 확정짓던 그 경기장이 어쩌다가 애물단지 신세가 됐는지 모르겠다. 시민구단 광주FC는 이 경기장이 아닌 바로 옆에 간이 형태로 건축된 다른 축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장점이 있다. 일단 축구전용 구장이라서 확실히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가깝다. 꼭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에 육상 레인이 껴있는 여타 한국적인 구장들과 달리, 정말 프리미어리그를 보는 것처럼 현장감있는 경기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너무 초라한 관중 수용 규모, 임시로 쓰는 마감재 등등 언제까지 이 구장을 쓸 수는 없다는 게 다수설이다. 정식 홈구장을 다시 짓든 월드컵경기장을 재활용하든 뭐라도 결판을 내야 한다.

 

 

경기 시작 전후 이벤트 차원으로 김광진 광주광역시 문화경제부시장이 사인볼을 관중석으로 넘겨줬는데 발이 아닌 손으로 드로잉하듯 던져줘서 우리가 있는 곳까진 다다르지 못 해서 너무 아쉬웠다. 발로 차줬으면 잡을 수도 있었는데...

 

이날 광주FC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전반에는 울산의 파상공세로 인해 광주가 밀리는 것 같았지만 광주는 실리적인 축구 스타일을 구사했다. 어쩌다가 찾아온 공격 기회 때마다 꼭 골키퍼에게 전달되는 슛을 쐈다. 울산은 제대로 된 슛 한 번 쏘지 못 했고 후반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앉은 좌석에서는 이정효 감독의 뒷모습이 코앞에 있었다. 그 옆에는 더 가까이 있는 레전드 홍명보 감독도 있었다. 이정효 감독은 새벽 2시까지 프리미어리그를 챙겨보는 공부하는 지도자이자 탁월한 리더임에 틀림 없다. 이정효 감독은 경기 내내 열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광주 선수들을 다독였다. 팔짱에 끼어져 있던 팔이 5초도 안 되어 다시 현란하게 움직이는데 그 모습을 계속 뒤에서 지켜봤다. 경기 결과에도 이정효 감독의 용인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교체 투입된 두 선수가 어시스트와 골을 기록했다. 후반 42분 벼락 같은 광주의 역습 찬스에서 이희균 선수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패스를 찔러넣었고, 이건희 선수가 왼발로 톡 건드려서 방향만 바꾼 슛을 날렸다. 울산의 조현우 골키퍼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완벽한 골이 들어갔다.

 

축구 관람은 거의 대부분 TV로만 봐서 직관의 문화를 잘 몰랐는데, 야구와 달리 인플레이 상황에서 템포가 끊기는 구간이 없는 축구 시합의 특성상 양팀 응원단이 정말 쉴새없이 응원가를 불렀다. 타이밍 맞출 필요가 없이 응원가 끝나면 바로 다음 응원가로 넘어가는 것 같았다. 야구는 한 타자가 아웃되고 다음 타자가 들어오는 순간, 상대팀 투수가 견제를 할 때, 우리팀 투수가 3구 삼진을 잡으려고 할 때 등등 상황에 따른 맞춤형 응원가들이 많다. 그러나 축구는 그런 것들이 없고 오직 순서대로 응원가를 불러대는 것 같더라. 광주팬들은 홈구장이라서 응원 구역에 모여있기도 있었지만 직사각형 곳곳에 퍼져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원정 울산팬들이 응원 구역에 더 많이 모여있는 느낌이었고 응원 볼륨도 더 크게 들렸다. 또 하나 재밌었던 것이 축구 관람의 패턴인 듯 싶은데 이런 거다. 골이 터질만한 결정적인 찬스 상황을 먼저 직감한 누군가 흥분해서 일어나거나 반응을 보이면, 다른 관중들이 따라서 뒤늦게 집중하게 되는 패턴이 있다. 오..오..오.. 오!!!! 아 ㅜㅜㅜ. 반대로 갑자기 골이 들어가서 흥분의 빌드업을 놓치기도 쉽다.

 

 

어찌됐든 이번 축구 직관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내내 흐렸던 날씨도 전반의 중간 즈음 맑아졌다. 이날 승리로 광주는 16승 9무 9패 승점 57점으로 2위 포항스틸러스(승점 59점)를 턱밑까지 추격하게 됐다.

 

K리그 1부 리그에는 12팀이 있다. 한 시즌은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진행되는데 팀별 3게임씩 총 33라운드까지 정규 라운드가 치러지고, 그 이후 1위~6위와 7위~12위까지 각각 A와 B로 나뉘어져 파이널 라운드 5게임씩 하게 된다. 후자는 야구로 치면 일종의 가을야구(포스트 시즌)인 셈이다. 마지막 5게임에 따른 합계 승점으로 최종 순위가 결정되긴 하지만 파이널A는 A 안에서, 파이널B는 B 안에서 순위가 변동된다. 최종 순위 1등 팀은 AFC 챔피언스 리그 본선 진출권을 갖게 되고, 2등 팀은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3등 팀은 챔피언스 리그2에서 뛸 수 있다. 광주가 포항을 넘어선다면 구단 최초로 아챔의 무대에 설 수 있다.

 

광주전남에 살고 있으나 K리그엔 무심했던 사람들이라면 올시즌 광주의 “정효볼” 축구에는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흥미롭고 화끈한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주요 플레이어로는 두현석 선수, 이순민 선수, 정호연 선수 등이 있다. 꼭 유튜브로 검색해서 직접 경기 장면을 보길 바란다. 무엇보다 이정효 감독의 전술에 대해 해설해놓은 영상들이 많으니 꼭 보고 남은 광주 홈 경기 직관을 가본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기아로 인해 뭔가 허전하고 섭섭한 호남시민들이라면 광주의 전술 축구에 주목해보길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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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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