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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에 열사병 걱정? '전단지 알바'하던 청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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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얼마전 평범한미디어는 20대 청년이 8월초 땡볕에서 전단지 알바를 하다 열사병으로 쓰러져 목숨을 잃은 사연을 보도(관련 기사)한 바 있다. 안전 문제를 주요 취재 분야로 삼고 있는 평범한미디어 입장에서는 여름철 온열질환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30.2도까지 치솟았던 무더운 날임에도 그 청년이 전단지 알바를 중단할 수 없는 사회적 배경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과 운동보다 건강과 생명이 우선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몸 건강을 경시하고 무언가에 초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위험한 과몰입에 관심을 기울여야 이와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아래 사회 실험 영상을 보면 땡볕에 전단지 알바를 하는 청년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지 않고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한국의 복지 시스템은 21세 청년 성민씨(가명)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외면했다. 

 

 

정 기자가 지난 18일 출고한 기사에 따르면 성민씨(가명)는 다리가 불편한 부친 A씨와 단둘이 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성민씨는 8월3일 16시19분 인천 서구 가좌1동 산업용품유통센터 안에 있는 한 버스정류장에서 쓰러진채로 발견됐다. 성민씨는 이미 열사병으로 인해 경련과 심한 고열 증상을 보였고 다음날(4일) 아침 목숨을 잃었다.

 

너무 더운 날씨였다.

 

이날 대낮의 날씨에 대해 정 기자는 “전국엔 폭염특보가 내렸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혔다. 이마에 맺힌 땀은 쉴 새 없이 목을 타고 흘렀다”고 묘사했다. 그렇지만 성민씨는 인천 거리를 누비며 헬스장 개업 전단지를 뿌릴 수밖에 없었다.

 

단순 용돈벌이 차원이 아니었다. 하루 이틀 전단지 알바를 한 것이 아니었다. 폭염 속 야외 노동은 그가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올 여름 내내 지속됐다. 성민씨는 경기도 부천에 살고 있지만 그동안 경기, 인천, 서울 등을 가리지 않고 전단지 알바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현장으로 갔다. 교통비를 쓰기도 아까워서 자전거를 타고 먼거리를 이동했다. A씨는 그런 아들에게 얼음물이 담긴 생수병을 건네곤 했지만 그날따라 성민씨는 그 생수병을 챙기지 않고 일터로 향했다.

 

성민씨는 일당으로 최대 7만원를 받았다고 한다. 상주하는 다른 알바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부친과 함께 받고 있는 기초급여(주거급여 13만원+생계급여 92만원)로만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서 알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②그러나 소득이 잡히면 기초급여가 끊길 수 있어서 정식 상주 알바를 하기 어렵고 일당으로 지급받는 전단지 알바 등 ‘몰래’ 알바를 해야 하는 처지

 

수급비가 끊기더라도 성민씨는 번듯한 일자리를 갖고 싶었다. 그러나 중학교 시절 당한 학교 폭력으로 인해 극심한 대인기피증을 앓게 되어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 한 채로 성인이 됐고 이는 성민씨의 구직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상주 알바직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할 수 있는 것이 전단지 알바 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많이 뛰어야 1만원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 성민씨가 처한 삶의 무게였다.

 

 

일사병은 땀을 너무 많이 배출해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질 때 일어나는 것이고, 열사병은 훨씬 더 심각한 단계로 체내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 해 몸이 극단적으로 뜨거워지는 상태가 장시간 지속될 때 나타날 수 있다. 열사병 단계로 가면 매우 위험하다. 중추신경계 장애를 일으켜 기절과 경련을 유발하고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보통 너무 더우면 진행하고 있던 신체활동을 멈춘다. 열사병에 이를 정도면 몸이 위험신호를 수없이 많이 보낸다. 그러나 성민씨는 멈출 수 없었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버티며 살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성민이가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있어서 새것을 건네준 일이 생각나요.”

-성민씨의 친구 부모-

 

“늘 밥은 먹었을까. 집에 반찬은 있을까. 그런 게 신경 쓰이던 아이.”

-성민씨를 지켜봤던 교회 목사-

 

A씨는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싶었나 봐요. 저한테 돈 달라고 하기 미안해서 일을 나간 것 같아요. 최근에 일이 없다고 걱정을 하더라고요. 제가 날도 더우니까 일단 쉬라고 했는데. 하루 나갔다가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성민씨는 180cm가 넘는 건장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물도 제대로 못 마신채 땡볕 노동을 장시간 매일 매일 하다 숨졌다. A씨는 아들의 부재를 슬퍼할 겨를이 없다. 아들의 죽음을 주민센터에 신고하니 기초급여가 “30만원 정도” 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소득층에게 지원되는 각종 수당들은 1인 가구 최대 월 54만원이 상한액이다. A씨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A씨는 54만원으로 더 쪼들리게 살든지 위험을 무릅쓰고 노동시장으로 나가든지 둘 중 하나를 강요받고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작년 6월23일 출고된 <오마이뉴스> 칼럼을 통해서 한국의 복지정책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지금 복지제도의 핵심적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태도에 있다. 말도 안 되는 지원금을 받고 가난하게 계속 살든가, 지원금을 포기하고 일을 하라는 선택지만 있다. 그런데 이들을 위해 진행하는 취업교육이라는 것은 대부분 저임금 일자리들이다. 아프면 쉬라는 정부의 방역지침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물류센터로 콜센터로 출근하고, 하루에 6명씩 일하다 죽는 산업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임금 일자리나 위험한 일자리를 거부할 권리는 '불쌍한 사람들'에겐 없을 뿐만 아니라 배부른 소리로 취급받기 쉽다. 주권자들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것이야말로 가난한 사람들만 도와주자는 주장의 문제다. 사회의 짐이라는 부채의식, 나도 모르는 사이 부정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신청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인간의 영혼을 갉아 먹는다. 우리 사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감정과 존엄을 계산하지도 고려하지도 않은 채, 그들을 어쩔 수 없이 떠안아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기껏해야 도와줘야 할 시혜적 존재로 분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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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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