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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미혼직원 맞선행사’ 논란 속 급제동, “광주시가 중매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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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두근두근 하트ZOOM’ 만남 행사 추진
40세 이하 공공기관 미혼직원 비대면 만남 목적
“억지 조장” 비난 거세 이틀 만에 ‘취소’ 촌극
‘나이제한’ ‘직급기재’ 등…“조건만남?” 비난도
“저출생 정책? 결혼 힘든 현실부터 바꿔야” 지적

[평범한미디어 김우리 기자]

 

“시대가 어느 땐데, 행정이 나서서 남녀만남을 주선하나? 구시대적 발상”

 

“타 지자체에서도 욕먹고 취소된 사업. 광주시는 무슨 생각으로?”

 

“이게 저출생 정책? 결혼 못하는 현실부터 관심 갖고 효과적인 정책 만들어야”

 

 

최근 광주시가 추진한 ‘공공기관 미혼남녀 만남 행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틀 만에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시가 행사 추진을 위해 각 공공기관에 전달한 공문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며, 각계각층에서 비난 댓글들이 쏟아졌는데요.

 

특히 “행정기관에서 저출생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습니다.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3월30일 ‘공공기관 미혼남녀 두근두근 하트ZOOM 비대면 만남 행사 협조 요청’ 공문을 광주·전남지역 각 공공기관에 전달했습니다.

 

해당 공문에는 ‘코로나19로 만남이 어려운 현실이지만 결혼에 대한 희망은 있으나 바쁜 일상으로 인해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는 공공기관의 미혼남녀를 초대한다’는 행사 취지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행사는 4월24일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진행, 참가자들은 온라인 ZOOM 접속을 통해 남 15명, 여자 15명 총 30명(25세 이상~40세 이하)이 참여할 예정이었습니다. 전문 MC를 초빙해 레크레이션과 매칭토크, 가죽공예 클래스, 커플 매칭이 포함된 행사였죠.

 

그러면서 시는 ‘아이낳아키우기 좋은 광주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간 네트워크 형성 및 청춘남녀간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공문에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공문을 확인한 일부 공무원들은 난색부터 표했습니다.

 

전남지역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A씨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청춘남녀간 자연스러운 만남을 왜 행정기관이 주선하는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뜻의 줄임말)를 선호하는 요즘 세대에게 이런 만남주선 자리는 억지스러운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가 ‘저출생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거셌습니다.

 

광주에 사는 청년 B씨는 “시가 예산을 들여서 한다는 저출생 정책이 특정 계층의 결혼을 장려하는 만남주선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에 씁쓸하다”면서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선 청년들이 왜 결혼을 할 수 없는지 따져보고 일자리나 주거정책 문제에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B씨는 “마치 청년들이 사랑을 할 줄 몰라서, 만남 자체가 어려워서 결혼을 못하고 아이를 못 낳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편협한 인식”이라는 지적도 제기했습니다.

 

광주시의 이번 만남 주선 행사는 인권적인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은 사업입니다.

 

 

광주인권지기 활짝의 인경 활동가는 이번 사업의 문제점으로

①정상가족 이데올로기 강화

②차별적 개인정보 수집

크게 두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는 측면에서 

“남자와 여자의 동수를 맞추고 이성애 중심의 1:1매칭을 추진한 것은 이성 간 결혼을 통해 아이를 낳는 것만이 ‘정상가족’ 요건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결혼 제도를 통하지 않고도 다양한 가족 형태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는 주장입니다.

 

또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40세까지 신청자격을 제한하고, 신청서에 직급 등을 적도록 한 것은 그 자체로 ‘결혼할 자격’에 대한 차별, 차등이 발생할 여지를 가늠케 한다. 개인정보가 어느 정도까지 상대방에게 공개되는지 별도로 명시해두지 않은 점도 문제다.”
고 지적했습니다.

 

공문이 발표된 이후 여론이 들끓고 항의까지 이어지자 광주시는 결국 공문을 보낸지 이틀 만인 3월31일, ‘보류’ 공문을 발송해 사실상 행사 취소 수순을 밟았습니다.

 

이번 사업을 추진한 광주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일단 만나야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해야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겠나”라며 “통계청 실태조사에서 청년들의 결혼 선호도가 45%로 나타난 만큼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사 보류 결정이 나기 직전까지도 이메일로 신청 접수(통화 당시 14명)가 꽤 들어왔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광양이나 대구 등 타 지자체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검증 된 사업인 만큼 이번에 반응이 좋으면 공공기관 직원들뿐 아니라 대상을 시민까지 확대해 운영할 예정이었다”고 행사 취소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습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정식 사업이 아닌 자체 사무비 항목을 변경해서 500만 원을 들여 진행한 것입니다.

 

일단 시는 ‘보류’라는 입장을 취했지만, 앞으로 다시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역 정당들의 비판적 시각이 만만치 않습니다.

 

앞서 해당 사업에 제동을 걸었던 정의당 장연주 광주시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다시는 이런 구시대적 발상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분명히 전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어떻게 보면, 많은 경우에서보다
오히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게 현실적으로 덜 어려운
비교적 안정적 위치의 공직자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공공기관에 다니더라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힘들다면
그것은 단순히 만남이 힘들어서가 아닌,
이들조차도 출산과 육아휴직 등에 따른 부담과 차별 등
구조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광주시는 일과 가정 양립이 불가한 상황을개선하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아이 낳기 힘든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꿔가야 할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청년들의 직장(일자리), 주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
청년들이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3월31일 광주녹색당도 이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고 “광주광역시는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정책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 구성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하라!”며 대안을 촉구했습니다.

 

성명을 통해 녹색당은 “기관 간 네트워크가 기관 직원들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는 기대는 얼마나 순진하며, 공공기관이 나서서 만남을 주선함으로써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2030여성들의 62%가 비혼을 지지하는 이 시대에 얼마나 게으른 생각인가”라며 “우리는 이러한 게으르고 구태의연한 정책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을 안전하게 구성할 권리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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