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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33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크루] 새학기가 시작된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과제는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학기 내게 더 절박한 문제는 학업 자체보다 ‘돈’이다. 요즘 나는 생활비 마련, 장학금 반환, 대출 상환, 건강 문제까지 여러 악재를 한 꺼번에 겪고 있다.

 

하나씩 정리해보고 싶은데 우선 가장 급한 것은 생활비다. 2025년 1학기부터 세종대 프로젝트 과제(융합 전공 강의)에 참여하며 인건비를 받았고 그 돈으로 생활비를 가까스로 충당해왔는데 이번 학기부터는 끊겼다. 융합 전공 참여 학과들 가운데 인공지능 관련 학과(AI데이터사이언스학과) 학생들만 프로젝트 과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속해 있는 관광학과(호텔관광조리외식경영학)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다만 방식이 바뀌었다. 관광학도들은 프로젝트 과제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첫 달에만 60만원을 받고, 이후에는 매주 강의를 듣고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해서 게재가 확정되어야 나머지 인건비를 소급받는 구조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나에겐 너무 비현실적이다. 첫 달 60만원으로는 학기 전체를 버틸 수 없다. 논문을 투고하더라도 심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고, 게재가 확정되지 않으면 나머지 인건비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필요한 것은 매월 생활비인데 이러한 제도 변경은 이를 전혀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장학금 반환(한국장학재단 중소기업 취업 연계형)이다. 나는 이 장학금의 혜택을 받아 학부 1년여간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 200만원을 충당했다. 그러나 졸업 후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수혜 기간 만큼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 두 대학원을 오가며 직장에 다니는 주경야독 생활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건강이 악화됐다. 양쪽 발목인대에 이상이 생겼고 연골 파열 수술을 받아 재활을 해야 했다. 어떻게든 의무 근무 일수를 채우기 위해 버텨봤지만 일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재활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해서 다시 주경야독을 재개했지만 이번에는 아버지의 폐암 간병 및 부친상을 당해 끝내 의무 근무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그 결과 재단으로부터 미이행 기간에 해당하는 장학금 액수를 반환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사실 목을 조여오는 이러한 통보가 처음이 아니었다. 2023년에도 내용증명을 받았는데 재단에 연락해서 사정 설명을 했다. 그 당시에 나는 소장암 수술 이후 추적 관찰 기간을 거쳤음에도 어떻게든 무리해서 근무 일수를 채우려고 했다. 꾸준히 근무 유예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차가운 반환 결정이었다. 현재로선 반환 금액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번 학기 성대(성균관대 법학과 대학원) 등록금을 분할 납부로 겨우 해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을 도저히 한 번에 반환할 수가 없다. 지원 제도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개개인마다 처해 있는 사정을 1도 고려하지 않고 일률 적용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게 아닐까? 과연 대학에서 분투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원망스럽다.

 

세 번째는 대출 상환이다. 작년에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폐암 말기 선고를 받은 뒤로 나는 더 이상 아버지께 생활비의 일부를 지원 받을 수 없게 됐다. 더구나 당장 서울대병원 입원에 필요한 간병 물품까지 마련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KB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총알처럼 시간이 흘러 최근 대출 만기가 도래했는데 원금과 이자를 하루빨리 갚아야 한다. 하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대학원생이라 너무나 막막하다. 어머니와 상의를 해봤는데 아버지가 주신 유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1톤 화물차를 팔아서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존경하고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화물차를 처분한다는 것은 나를 무너져내리게 했다. 차량 판매 대금 500만원으로 급한 불부터 껐는데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화물차가 없어졌다는 상실감이 나를 짓눌렀다.

 

네 번째는 건강 문제다. 석달 전부터 팔꿈치와 손목, 손가락 등에서 저리고 감각 이상이 느껴졌다. 병원에 가봤더니 척골신경 포착 증후군이 의심된다고 한다. 또 다시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고로 또 다른 큰돈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현실이 들이닥친 것인데 이단 진통제를 포함 약물치료부터 시작했다. 조만간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인데 이번만큼은 수술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산전수전 지난 글들에서도 나열했지만 인생의 시련들을 만날 때마다 건강 문제가 빠지지 않고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이처럼 어려움과 위기들은 매번 겹쳐서 동시에 오더라. 서로 다른 두 대학원에서 두 전공(성대 법학과와 세종대 관광학과)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교수가 되고 싶은 나의 꿈을 빨리 이루고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들로 인해 휴학을 했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이번에 복학을 했지만 복학하자마자 감당하기 버거운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가도 멈출 수가 없어서 계속 부딪쳐보고 있다. 돈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논문 1편을 완성해내서 학술지에 투고했다. 수술 없이 상지 통증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집중 관리를 하고 있기도 하다. 거센 파도가 일더라도 내게 주어진 일상의 매듭들을 차분하게 하나씩 풀어나가고 싶다. 그동안 큰힘이 되어준 평범한미디어 독자 여러분들께 매번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리고 있는데 이번에도 염치 불구하고 또 다시 부탁을 드리고 싶다. 다음 글에서는 좋은 소식으로 보답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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