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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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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26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대학원생] 중간고사 성적(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박사과정 2학기)이 나왔다. 평점 평균 3.67에 최하 학점 C. 지난 학기엔 양측 발목 인대와 연골 손상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 할 만큼 고통스러웠고 수술 전 재활까지 겹치며 결국 최하 학점 B+에 평점 평균 4.0이었다. 내 눈높이가 좀 높다. 4.0도 아쉬운 성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이번 학기엔 이를 악물기로 맘을 먹고 복학을 결정했다. 정말 제대로 해보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3월 말 아버지께서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청천병력이 아닐 수 없다. 관광학 석사과정이었을 때 나 역시 암 투병을 했었고 그때 아버지의 지극 정성 간병을 받았다. 밤낮으로 날 돌봐줬던 고마움이 있는데 이제는 아버지가 생사의 경계에서 투병을 하고 있다. 가족의 삶은 또 다시 무너지고 있다. 휴학을 해서 병간호에만 올인하기에도 이미 타이밍상 어렵다.

 

대학원에는 되도록이면 티를 내지 않으려 했고, 지도 교수와 연구실 박사후 연구원에만 알리고 학업과 간병을 병행했다. 하지만 중간고사 첫날 당일, 아버지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시험 공부를 했던 것들을 도무지 머릿 속에서 꺼낼 수가 없어 결국 15분만에 답안지를 내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병원에서 24시간 상주하며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학점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지만 막상 C라는 결과를 마주하니 심경이 복잡하다. 그동안 숱한 고민의 과정을 통해서 관광학과 법학 두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하겠다는 나의 결정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또 다시 멘붕이 왔다. 나는 왜 평범하게 살지 않고 굳이 이런 선택을 한 걸까? 차라리 석사 마치고 목돈이라도 좀 벌어놨다면 아버지께 들어갈 병원비를 어느정도 내가 충당할 수 있을텐데. 그랬다면 아버지가 더 좋은 치료 환경에서 투병을 할 수 있을텐데. 후회감만 깊어간다. 법학과 관광학을 접목한 박사학위 취득자로서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 나의 꿈인데, 그 꿈을 쫓아가는 것이 요즘은 너무 사치처럼 느껴진다.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인지 나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있다. 평범한미디어 독자들의 응원과 조언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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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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