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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음주운전 살인마에게 징역 7년? “공탁금 3억5천 의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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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또 다시 음주운전 사망 사건에 대해 어이없는 판결이 나왔다. 그냥 음주치사가 아니다.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자행하다 어린이를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그런데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최경서 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지난 5월31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 스쿨존 음주운전으로 초등학교 3학년 故 이동원군의 목숨을 앗아간 운수회사 대표 40세 남성 A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상 도주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최 판사는 “A씨가 전방주시 의무와 안전운전 의무를 다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던 사고였다. 음주 상태에서 부주의하게 운전을 한 탓에 (사고를) 회피하지 못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도 “이전까지 피고가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가족과 지인이 선처를 구하고 있고 종합보험에 가입됐고 3억5000만원을 공탁한 점, 암 투병 중인 점 등을 피고에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강변했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있는 유족들은 공탁금을 받지 않고 거부했다.

 

 

A씨는 2022년 12월2일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언북초등학교 후문 스쿨존 교차로에서 혈중알콜농도 0.128%의 만취 상태로 본인의 SUV 차량을 몰고 불법 좌회전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동원군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당시 A씨는 집에서 과음을 하고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 930미터 가량 음주운전을 했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언북초에서 자택까지는 50미터도 안 될 만큼 매우 가까웠다. A씨는 동원군을 친 뒤에 바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차를 몰고 자택 주차장으로 이탈했다. 물론 1분만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서 인근 꽃집 주인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그러나 의식이 없는 동원군 옆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안절부절하던 모습을 보였다. 강남경찰서 수사관들은 최초 수사에서 뺑소니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가 유족과 시민들의 거센 목소리를 반영해서 뺑소니를 적용했고 검찰도 그대로 인정해서 법원에 넘겼고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과연 법원이 뺑소니 부분을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이 된다”고 했는데 결국 무죄로 결론났다.

 

40분간 판결문을 낭독한 최 판사는 “(A씨가) 교통사고를 냈다는 사실에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차량을 주차장에 두고 이 사건 현장으로 달려나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영상을 살펴보면 주차한 직후 (A씨가) 달려 나와 스스로 사고 현장에 돌아왔고 그 후 현장을 떠나거나 떠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직후 주변인에게 자신이 사고를 낸 운전자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 앞에 선 동원군의 부친은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형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검찰의) 항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살해 흉기를 휘두른 것과 마찬가지인 사람에게 참작이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형량이 음주운전을 살인 행위로 인정해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않게 할 만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호소했다.

 

너무나 안타깝게 수많은 어린이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하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가 하늘에서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거 같기에 어른들이 바뀌어야 한다.

 

이에 부응해서 검찰도 “운전으로 어린이를 다치게 한 경우 더욱 즉각적인 구호조치가 필요함에도 A씨가 이러한 조치를 곧바로 취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해 동원군이 사망에 이르게 된 점, 최근 어린이보호구역 내 음주운전으로 인한 어린이 사망 사고에 대해 보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항소장을 제출했다.

 

 

중요한 것은 뺑소니 혐의가 무죄라고 하더라도 스쿨존 음주치사 사건을 낸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게 상식적으로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최 판사는 이례적으로 40분간 판결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만큼 음주운전 사망사건에 징역 7년을 선고한 것 자체를 꽤 부담스럽게 여겼던 것 같다. 실제로 정 변호사도 음주운전 사망사건들에서 평균적으로 판사들이 징역 3~4년을 선고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고 환기했다. 故 쩡이린씨 사건햄버거집 사건에서만 아주 예외적으로 징역 8년이 선고됐을 뿐 대다수 사건들에서는 징역 3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정 변호사는 A씨에게 유리하게 참작해준 사유들 중 유족이 거부한 3억5000만원 공탁 부분에 대해 “일반적인 다른 형사 사건과 음주운전 포함 교통사고 문제와는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폭행 사건처럼) 보통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돈을 줬음에도 안 받을 때 공탁을 걸면 그래도 그 액수 만큼 일부 피해가 회복됐다고 봐서 유리한 양형 요소로 적용하는 게 맞는데 교통사고는 가해자한테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보험회사한테 돈을 받는다. 어차피 피해자 유족들은 보험사로부터 사망 보험금을 받게 된다. 가해자가 공탁 건다고 해서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의 성의를 보인 것도 아니다. 왜냐면 가해자도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을 때 (형사 합의용 비용으로 보고) 해당 금액 만큼 수령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변호사는 “이미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된 사실을 유리한 요소로 고려했다면 공탁한 사실을 또 유리한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나아가 정 변호사는 검찰이 이런 지점을 항소심에서 부각해서 절대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되지 않도록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A씨가) 일찍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은 다음에 공탁을 걸었다면 그것은 플러스 알파이기 때문에 유리한 양형 요소로 적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A씨는) 아직 자동차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은 게 아니다. 또 유족측 보험사는 유족이 공탁금을 받으면 공탁금 받았으니까 그 액수 만큼 빼고 보험금을 주겠다고 하기 마련이다. (A씨가 공탁금을 내서 그걸 받았다고 해도) 유족이 가해자를 통해서 피해 회복이 된 게 하나도 없다.

 

다시 말해서 A씨가 3억5000만원을 공탁금으로 걸어봤자 사후적으로 보험사에 그 액수를 청구할 수 있고 보험사는 그걸 거부하지 못 하고 지급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A씨가 피해 회복을 위해 성의를 보인 것이라고 여길 수 있는 걸까? 진정성있는 사죄와 행동으로 동원군의 부모와 형사 합의를 이뤄내지 못 한 채, 그저 거액의 공탁금을 냈다고 해서 유리한 양형 요소로 반영해준 최 판사는 이런 대목을 간과한 것이다.

 

징역 7년이 적절한 형량인지에 대해 정 변호사는 “문제를 삼으려면 사실 최 판사만이 아니라 음주운전 사망사건에 평균 3~4년을 판결하는 법원의 시각과 태도 자체가 문제”라며 “(법원의 전체적인 인식이) 그러다 보니까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도 7년 선고하고 판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 변호사는 A씨의 뺑소니 혐의가 무죄라고 하더라도 ‘사고후미조치죄’에 대해서는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소심에서 뺑소니 혐의가 인정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한 즉시 정차해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정차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면서 “(A씨가) 사실상 도망갔다가 돌아왔다고 본다”고 밝혔다.

 

판결문에도 보면 (A씨가) 경황이 없었다고 하고 당황한 나머지 주차장으로 이동했다고 그러는데 이 말은 주차장으로 이동했다는 걸 인정한다는 말인데 그게 뺑소니 아닌가?

 

정 변호사는 2020년 6월에 일어난 ‘평택파주고속도로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을 거론했다. 가해자 B씨는 사고 직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차를 몰고 도주했다가 차를 버려두고 사고 장소로 돌아왔다. 경찰은 CCTV도 확인하지 않고 단순 음주치사 사건으로 규정했다가 피해자의 아들이 블랙박스와 주변 CCTV를 확보해서 제시하자 그제서야 뺑소니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B씨의 고속도로 음주 뺑소니로 인해 아내가 죽고, 남편은 하반신 마비를 당했는데 최종적으로 B씨는 음주뺑소니 혐의를 적용받았음에도 징역 7년에 그쳤다. 정 변호사는 “사실 (최 판사의 해석대로라면 B씨도) 뺑소니로 봐서는 안 되는데 뺑소니로 인정됐다”며 “뺑소니에서 어디까지 도주로 볼지에 대해서는 검찰도 항소를 했으니까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봐야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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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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