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지난 12월28일 국회에서 진보 4당(정의당/진보당/녹색당/노동당)이 22대 총선에 연대해서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끝내 진보당은 거대 양당의 한쪽으로 편입됐다. 진보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준위성정당 테이블에 들어갔다. 노동당 이백윤 대표는 담화문을 내고 진보당에 대해 “반칙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반칙을 반복하는 민주당의 정치와 그 정치에 몸을 싣는 진보정치는 무엇으로 구별될 수 있을까?”라며 비판했다.
평소 기득권 정치를 비판하던 진보정당들도 결국 의석을 찾아 민주당을 찾아갈 사람들이라 인식할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비례위성정당에서 배출된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위성정당에 참여하여 기득권 정치에 의탁하는 과정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그 생각. 그 목적이 전도된 생각은 단언컨대 항상 틀렸고 앞으로도 틀릴 것이다.
당초 정의당이 진보 4당에게 뭉치자고 제안했던 선거연합정당 테이블에는 녹색당만 호응했다. 그래서 녹색정의당이 탄생했다. 여기에 노동당까지 합류한다면 어느정도 컨벤션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노동당은 녹색당을 통해 “썸친”이란 표현을 썼을 정도로 고심이 깊다.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 하고 있다. 이백윤 대표는 녹색당 김찬휘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노동당에게 녹색당은) 썸친이라고 하고 싶다. 더 알아가고 싶고 더 하고 싶은 얘기들도 많이 있는데 아직은 그렇게 엄청나게 친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찬휘 대표가 “자주 보자”고 화답한 만큼 총선까지 남은 한달 반 동안 어떤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해서 이백윤 대표는 아래와 같이 선거 연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설명했다.
선거 연대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정당은 정치적 진단과 지향을 내세우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소한은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이 최소다. 한국 사회의 복잡한 모든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의 공적 기능을 민간에게 맡기거나 시장에 맡기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회를 좀 더 공공적으로 재편하는 지향과 노선을 갖고 있는 분들 혹은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서도 재벌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놓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공적인 어떤 역할이 기후위기 극복에서 우선시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양당 특히 아닌 듯 하지만 민주당 같은 경우도 시장적 접근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점에서 봤을 때 그런 민주당과 계속 진보정치의 정신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접근법을 지양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김찬휘 대표는 녹색당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것을 전제로 이백윤 대표에게 ‘녹색당·노동당 상설협의기구’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노동당은 14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중앙당사에서 상임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정치적, 사회적 의미에 ‘반윤 vs 반이’라는 정치 프레임을 넘어 국민이 권력의 주인으로 설 수 있는 정치제도의 수립 필요성을 추가로 설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노동당이 총선 공약으로 ‘국민권력 4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명칭 앞에 해당 사업을 잘 설명하는 표현을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역할을 전담할 준비팀도 구성하기로 했다.
앞서 이백윤 대표는 국민권력 4법을 시민권력 3법으로 호명했는데 그 내용은 △대통령 소환제 △국회 해산법 △헌법 발의권 등이다.
정권심판과 정권유지 이 구도를 어떻게 벗어나볼까를 정말 고민하다가 결국 정권을 무너뜨려서 박근혜를 퇴진시켰지만 우리 삶이 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정권 퇴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주권이다. 이런 구도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시민권력 3법이라는 것을 이번에 내보려고 한다. 먼저 대통령 소환제인데 박근혜 퇴진 때도 우리가 경험했지만 국민들이 대통령을 쫓아냈지만 사실 국회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국민 주권이 없다. 그래서 대통령 소환제가 첫 번째고 두 번째가 국회 해산법이다. 국회 해산법이 도입된 나라는 없지만 논의는 많이 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무기력하고 무능한 국회를 국민 손으로 직접 해산하고 다시 한 번 새로운 국회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 2가지를 하기 위해서 헌법 발의권이 있어야 한다.
한국 노동당은 영국 노동당과 달리 당헌당규상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의제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으며 총선과 대선 이후에도 국민 주권론에 입각해서 국민이 직접 나서서 권한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상 개헌은 국회, 대통령, 국민 3주체가 모두 동의해야 가능하지만 헌법 발의권은 대통령과 국회(국회의원 150명 이상 동의)에만 부여돼 있다. 아직 노동당이 구체적으로 국민권력 4법의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현행 국민투표 의결 원칙(전체 유권자 과반 이상 투표해서 과반 이상 찬성으로 의결)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를 교체할 수 있는 모델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찌감치 이백윤 대표는 구 사회주의와는 다른 21세기 사회주의를 천명한 바 있다. 이백윤 대표가 말하는 21세기 사회주의는 한 마디로 “민주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시스템”으로서 국가 책임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
구 사회주의와는 좀 차이점이 있다. 구 사회주의가 민주주의가 채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주의 실험이 시도되다 보니 그것이 인간의 민주적 권리가 충분히 옹호되고 그걸 중심으로 사회의 변화 동력이 생겨나기 보다는 오히려 시스템과 체제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민주적 권리를 탄압하는 방식으로 역작용을 했던 과거의 문제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방식의 시스템이, 좀 더 과거와는 다른 21세기 새로운 사회주의라고 생각한다. 특히 광폭한 신자유주의가 휩쓸고 있고 사람들의 머릿 속에는 내 삶은 나 이외에는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는다는 생각 뿐이다. 근데 사회주의 공동체는 개인의 삶을 혼자 스스로 책임지는 게 아니라 사회가 직접 함께 책임지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더더욱 의미가 있고 필요하다. 개개인에게 맡겨지고 무한 경쟁 사회로 진입해버린 지금의 조건에서 그게 아니라 우리의 삶을 우리와 함께 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사회주의라고 생각한다.
김찬휘 대표는 이백윤 대표로부터 21세기 사회주의 모델을 듣고 “탈성장이라는 구호가 좋을 것 같다”고 호응했는데 녹색당과 노동당의 지향을 포괄할 수 있는 것이 탈성장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백윤 대표의 공공성 강화 이론은 이미 노동당 차원에서 주요 캠페인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2월초 노동당 정책위원회에서 발행한 <2024 정세전망>에 따르면 노동당은 2024년 주요 과제로 “시장주의에 맞선 국가 책임 공공성 강화 운동”을 제시했다. 정책위는 “윤석열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인 시장주의에 맞서, 국가 책임 공공성 강화로 대립 전선을 구축해 나간다”고 밝혔는데 △민영화에 맞서 재공영화와 공공성 강화 △복지 축소 및 복지(돌봄)의 시장화에 맞서 공공이 책임지는 보편적 복지 확대 △긴축 재정에 맞서 민중(민생)을 위한 확장 재정 제기 △부자 및 불로소득 중과세와 재벌 독점이윤 환수의 필요성 제기 △세수 펑크 문제 해결 △확장 재정의 여력 확보 △공공의료, 공공주택, 공공교통, 공공에너지, 공공돌봄체계 구축 등을 나열했다.
한편,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장우 울산시당위원장을 지역구 후보(울산 동구)로 공천했다. 이장우 위원장은 작년 8월 출마선언을 했으며 민주노총 울산동구지역 노동조합 대표들(현대중공업 등 울산 동구 지역 20개 노조)의 단일 후보로 인정을 받았다. 울산 동구에는 현재 민주당 김태선 예비후보,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울산 동구는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이 위치해 있는 만큼 진보적 노동자 벨트로 불리고 있으며 2020년 총선 때도 권명호 의원이 최저 득표율(3만3845표 / 38.36%)로 겨우 당선된 곳이다. 전통적인 보수세와 노동자 표심이 혼재된 지역인데 이장우 위원장이 김태선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승산이 없지 않다. 이장우 위원장은 총선 공약으로 “고질적인 하청노동자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내세웠다.
사내 하청업체의 임금체불과 폐업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생활고를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는 임금체불 문제는 너무나 심각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체불에 대해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해 임금체불 당사자가 처벌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처벌할 수 없게 돼 있다. 임금체불 반의사불벌죄부터 반드시 폐지할 것이다. 또한 불합리한 임금 삭감이나 각종 수당 미지급 등 임금체불이 발생해도 최대 3년까지의 체불임금 밖에 청구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사업주는 각종 수당 등을 교묘하게 체불하고 걸리면 주고 안 걸리면 좋고 식이다. 그래서 임금 채권 소멸시효를 최소 5년으로 연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