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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셀럽이 ‘베스트셀러 작가’ 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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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30일 광주에서 <팬덤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된 박상훈 박사의 강연과 대담을 정리한 기획 기사 시리즈 2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19년 가을 ‘조국 사태’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당사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공직에서 물러나고 연일 책을 내고 있다. 조국의 시간(2021), 가불 선진국(2022), 조국의 법고전 산책(2022), 디케의 눈물(2023) 등 본인 전공과 관련된 법학 서적도 있지만 자신을 피해자화하며 강성 정치 팬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책들이 2권이나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미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태로 인해 사퇴한 송영길 전 대표 역시 최근 ‘송영길의 선전포고’라는 책을 내고 용산으로 거주지를 옮기며 다음 총선 때 출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관련해서 정치학자 박상훈 연구위원(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이른바 출판계에서는 좋은 메시지를 가진 사람이 책을 파는 시대가 아니”라며 “정치 팬덤을 가진 인플루언서가, 메시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메신저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책을 판다. 옛날에는 없었던 현상이다. 지금은 그 독자를 만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지난 10월30일 19시 광주 서구 서구문화센터에서 개최된 ‘열린 대담’(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주최)에 강연자로 초대됐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은 팬덤 정치의 문제점을 피력하며 팬덤에 기대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요즘 팬덤 정치의 양상이 있다.

 

과거의 대중 운동은 지지자들이 있고,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 팬덤 정치는 대변인도 없고, 사무실도 없고, 급여를 받고 활동하는 활동가들도 없다. 사무실도 없는데 돈을 모으는 데는 대단하다. 이들이 움직이면 정치 자금은 금방 걷히고,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 활동을 잘 하느냐와 상관없이 가장 빠르게 후원금을 채울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 랭킹을 살펴봐도 여야 친윤계와 친명계적 색채가 뚜렷한 정치인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2017년 대선 정국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소위 “양념”이라고 말했던 것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18원 후원금, 문자폭탄, 상대 후보 비방 댓글 등 문재인 후보 지지자 쪽에서 조직적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런 일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우리 경쟁을 더 이렇게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박 위원은 “누구나 다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특별한 사람들이, 길들이는 방법도 욕설이다. 한 번 생각해보겠는가? 인간이 아무리 내면이 강하더라도 욕먹고 살기 어렵다”면서 아래와 같이 풀어냈다.

 

내가 요즘 만나본 국회의원들 가운데 관두고 싶어하는 경우가 꽤 된다. 정말 정치가 인간의 나약함을 마치 시험대에 올려놓는 것처럼 너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회의원들 중 스스로 출마 안 한 사람들이 있다. 양심적인 사람들인데 그들 정치 관두고 너무 홀가분하고 좋아했다. 물론 그러고 한 달 후에 갈 데가 없다. 우리 정치가 지금 오염되고 있어서 욕설을 계속하는 것 때문에 이제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들도 많이 없어지고 있고 정말 그들은 멘탈이 강철 같지만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

 

사실 정치판과 시민들은 상호 영향을 주며 닮아간다. 박 위원은 “우리 국회에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난입하는 현상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정치는 최고의 시민 교육이다. 정치가 나빠지면 시민들이 거울 보듯 따라한다는 걸 꼭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싸움의 본능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보다 더 싸우거나 더 심하면 사람들은 더욱 폭력에 대해서 둔감해진다. 최근 이유를 알 수 없이 자꾸 벌어지는 무차별 범죄도 정치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뽑은 대표자들에게 일정 기간 통치권을 위임하는 것이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다. 그런데 그저 싫어하는 정치인에게 쌍욕을 하거나, 한국 정치 전체를 싸잡아 “쓰레기”로 치부하는 정치 혐오 현상은 그들에게 표를 준 우리에게 모욕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박 위원은 “정치는 맘대로 욕해도 되는 대상”이 된지 오래라며 “물론 그것도 민주주의의 일부이긴 하다”고 운을 뗐다. 물론 미국에서도 비슷한 배경이 있었다. 그러나 숙고하지 않고 정치권에 내뱉는 배설의 언어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미국 민주주의를 운영했던 미국 정치인들도, 유럽 정치 풍경과 달리 정치인들을 숭배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 아니라 우리보다 못 한 사람들을 뽑아놓고 우리 마음대로 하는 게 미국식 민주주의의 원칙이라고 여겼다. 근데 민주주의는 뭘까? 민주주의는 세습이나 계급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선출한 사람들에 의해서 일정 기간 통치를 맡긴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맘대로 하라는 체제를 뜻하는 게 아니고 오로지 우리가 선출한 사람들에게만 통치를 허락하는 체제가 민주주의다. 정치인은 민중의 적법한 대표다. 그들이 모욕받는 것은 사실 우리가 모욕받는 측면이 있는데 사실 정치가 너무 쉽게 욕해도 되는 대상이 되는 것은 그 자체로 비극이다.

 

과거 정치 지지자들의 양상과는 조금 다르다. 2017년 조기 대선 정국 이후 현재와 같은 강력한 정치 팬덤들이 등장했다. 박 위원은 “지금 팬덤 정치의 위세가 막강해진 한국적 양상으로 인해, 정치하는 일이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 된 것은 최근에 심해지는 측면이 분명 있다”고 짚어냈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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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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