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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대표 “신당역 사건은 명백한 여성혐오 오히려 남성들이 연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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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성교육 업체 자주스쿨 이석원 대표는 최근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 “명백한 여성혐오”라며 “여성을 타겟으로 잡았고 1시간 동안 기다렸기 때문이다. 대상 자체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9월28일 19시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전일빌딩245 다목적강당에서 <하루수업 청년 특강>이 열렸다.

 

 

두 번째 강연자로 연단에 선 이 대표는 첫 번째 강연자였던 한국철도공사 김우영 관제사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스무살 때 겪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신당역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전혀 달라진 게 없는데 주변 지인들이 우리나라처럼 여성들이 살기 좋은 사회가 어딨냐고 이런 식으로 말한다. 남자도 성폭력과 스토킹을 당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통계와 논리로 이야기해봤자 싸움만 난다. 너 그러면 페미야? 메갈이야? 이렇게 극단적으로 몰아간다. 그런 친구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이에 이 대표는 신당역 사건을 여성혐오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이란에서 여성이 터번 안 들었다고 경찰이 죽였다. 그 이란 지금 어떻게 바뀌었는가. 시위하고 매일 수 십명씩 죽고 있다. 남성들이 움직이고 있는데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물론 이 대표는 “안 바뀌는 사람은 절대 안 바뀐다.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어쨌든 신당역 사건은) 명확하게 여성혐오가 맞고 남성들이 연대해줘야 한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게 쉽지만은 않다”며 “그래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같이 공부하면 좋은데 아니면 SNS를 통해 계속 같이 분노해야 한다. 분노하지 않으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올리지 않으면 모른다”고 역설했다.

 

그렇게 미투가 일어났다. 누군가는 불편해질 수 있는 주제는 맞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연대해야 한다. 혹시나 나의 이런 문제에 공감해줄 수 있는 남성들을 찾는 것이 좋다. 여러분들 이게 그냥 역무원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 같은가? 몇 년 동안 스토킹을 하지 않았는가. 국가가 안 막은 거다. 국가가 막았으면 그 여성을 살릴 수 있었다. 그 여성은 가해자가 칼 들고 왔을 때 얼마나 세상이 원망스러웠겠는가.

 

 

거듭해서 이 대표는 “조금이라도 공감 능력이 있다면 이번 사건에 대해 같이 분노하고 연대해야 한다”며 “그런 남성들을 꼭 찾아야 한다. 오해하면 안 된다. 페미니즘의 뜻도 모르면서 막 몰아가는데 여성들은 안전에 대해 외치는 것이다. 나도 무지했다. 공부하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그래서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폭력은 개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구조의 문제라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성폭력은 그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믿음과 권력 안에서 일어난다”며 “젠더 권력이라고 하는데 성폭력 피해자의 압도적인 94% 이상은 여성이다. 가해자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라는 뜻이 아니라 남성들도 피해자가 있지만 급이 다르다”고 전제했다.

 

특히 이 대표는 성범죄가 우발적이지 않고 “철저히 계획적으로 일어난다”면서 지난 8월말 충남 홍성에 있는 남자중학교에서 수업시간에 교단에 누워 스마트폰을 했던 학생 사례를 거론했다.

 

예를 들어 그 선생님이 마동석이었다. 그러면 할 수 있을까? 없을까? 내가 너보다 (권력에서 우위이고) 이렇게 해도 된다! 그리고 너보다 강해! 이런 믿음 안에서 성폭력이 일어난다. 성욕 아니고 장소 아니고 시간 아니다. 뭐밖에 없냐면 그 믿음만 있다. 권력과 구조 그것이다.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는다고 하는데 딱 그거다. 성폭력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구조의 문제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걱정한답시고 여성이 좀 더 조심해야 한다는 식으로 조언하는 것에 대해서도 “성폭력은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가해자가 성폭력을 하기로 맘 먹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실질적인 성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요즘 ‘선섹후사’라는 말이 있다면서 “어떤 사람인지 알기도 전에 섹스를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운을 뗐다.

 

그런 위험성을 너무나 모르고 일단 항상 무슨 문제가 터지고나서 상담이 온다. 내가 하루에 인스타그램 디엠을 10건씩 받는다. 10대들이 진짜 많다. 그 아이들 잘못일까? 우리 어른들이 제대로 된 성교육 한 번도 안 알려줬으면서 사고치면 누구 잘못이라고 그러는가. 아이들 잘못이라고 한다. 내 생각은 성숙한 나라는 아이들에게 탓을 돌리지 않는다.

 

피임 그리고 인간관계와 성의 소중함 등을 제대로 학습하고 성찰해볼 수 있는 성교육이 필수적인데 이 대표는 성폭력이 발생하는 권력과 구조의 문제를 “바꿔나가기 위해서라도” 성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래 이 대표는 스스로 성교육 강사가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관계 맺는 방법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집 방안이 가득찰 정도로 (발렌타인데이 때 받은) 초콜릿들이 있었다. 내가 그때 당시(대학생) 연애도 잘 할 것이라는 착각이 있었다. 나는 그때 굉장히 교만했다. 어떠한 여자가 오더라도 만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잘못 배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러운 여자를 만났는데 뭐 때문에 헤어졌냐면 결국 연애와 섹스, 성 문제로 헤어졌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여자친구가 헤어지면서 오빠는 날 별로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이 너무 충격이었다. 물론 연애 문제는 둘만의 문제이기도 하고 다 섞여있겠지만 내가 너무 못 난 것 같았다. 너무 힘들었고 좌절 속에 있는 어느 날 어머니께서 “미안하다. 어릴 때부터 내가 널 좋은 대학 가라고 학원을 다 보냈는데 사람을 존중하는 관계 교육과 성교육에는 무관심했구나. 이제부터 같이 한 번 공부해볼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대표는 그때부터 “미친 듯이 공부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함께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연애, 섹스, 심리 서적 수 백권 읽으며 인간의 심리”를 깊이 탐구하게 됐다. 그리고 이 대표는 성 문제를 함께 학습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내가 성교육 강사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부터 시작했다. 근데 커뮤니티 안에서 결혼하는 커플이 생겼다. 그때 나는 내가 느낀 고통의 순간이 소통이 됐다.

 

상대방과의 관계맺기를 잘 할 수 있어야 하고, 깊은 정서적 교감이 전제된 섹스의 중요성을 알게 된 만큼 이 대표는 기존의 금기만 강요하는 성교육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다.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성을 제대로 공부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느꼈다.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맺어서 생겨난) 커플들을 보면서 내면의 확신이 딱 생겼다.

 

 

한편, 이 대표는 금기 위주의 성교육과 인식체계에 대해 재차 문제제기를 하며 “우리 청년들이 청소년기와 20대 때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환기했다.

 

섹스를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입을 틀어막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건강하게 섹스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 그걸 틀어막으니까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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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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