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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쩡이린 친구들 다른 '음주운전 피해자' 위해 연대 "윤창호법 보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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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한 마디로 와닿는 네이밍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으로 입장하기 전부터 "기자들이 기사 쓸 때 확 오는 그런 제목이 있어야 한다"며 "자꾸 설명이 길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의 말이 맞다. 모든 것이 대선 후보 중심으로 빨려들어가는 대선 정국에서 윤창호법 보완 입법에 대한 기사가 한줄이라도 더 나가기 위해서는 좀 더 기자들의 구미를 당겨야 한다.

 

 

15일 14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창호법 보완 입법 발의 관련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음주운전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故 윤창호씨의 친구 이영광씨 △대만 유학생 故 쩡이린씨의 친구 박선규씨와 최진씨 △휠체어와 간병인에 의지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오토바이 음주운전 피해자 안선희씨의 여동생 안승희씨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 등이 참석했다.

 

하 의원은 짧은 순간 고민을 거듭하다 "술고래 솜방망이 처벌방지법"이라는 타이틀을 만들어냈다.

 

하 의원은 기자회견장 연단에 서서 이렇게 발언했다.

 

"현행 윤창호법은 술이 굉장히 센 사람은 윤창호법을 피해갈 수 있는 헛점이 있었다. (중략) 술이 세서 면허 취소 정도로 알콜 섭취를 했음에도 외모에 전혀 변화가 없다든지 그러니까 눈도 정상이고 시뻘겋지도 않고 바깥에 걸어다니는데도 취한 느낌이 없고 당당하게 잘 걷고. 그러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가 아니게 된다. 그래서 술이 강한 사람은 윤창호법을 빠져나갈 수 있다. 그래서 개정 법안에는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을 (음주운전 파트에서는) 아예 삭제했다. 그래서 술에 취한 상태 알콜 수치만으로 기소할 수 있게, 윤창호법을 적용할 수 있게 이렇게 바꾼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그렇다고 기존에 윤창호법이 적용된다고 해서 처벌 못 하느냐? 그렇지 않고 교특법(교통사고처리특례법 치상 또는 치사)에 의해서 처벌이 가능했다. 하지만 형량 차이가 워낙 많이 났기 때문에 사람을 죽게 하거나 아주 크게 다치게 하더라도 엄한 벌을 빠져나가는 맹점이 있었다. 오늘 아침에 내가 대표발의했고 정식으로 발의 등록을 했다."

 

하 의원이 윤창호법의 어떤 부분을 보완한 것인지 핵심적으로 다 설명했다. 

 

 

 

평범한미디어는 지난 7월 윤창호법 미적용 피해자 승희씨로부터 제보 메일 한 통을 받은 이후 하 의원이 설명한대로 윤창호법의 빈틈이 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

 

승희씨는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음주 수치가 높아도 여기(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해당되지 않으면 교특법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반대로 음주 수치가 낮아도 여기에 해당되면 윤창호법으로 처벌된다.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것에 대한 기준도 제각각"이라며 "혀가 꼬였거나, 눈이 풀렸거나, 얼굴이 빨갛거나, 말을 횡설수설한다거나, 걸음을 비틀비틀 걷는다거나 등등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혈중알콜농도 0.08% 이상(면허 취소)으로 술 마시고 운전해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만들어도 최초 출동한 경찰 수사관이 봤을 때 위 수준으로 취한 상태가 아니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정도는 아니었네"라고 인정되어 교특법으로 의율되는 것이다. 실제 판사들이 법정에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로 입증이 돼야 윤창호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검사와 피해자측 변호인에게 입이 닳도록 말하고 있다. 

 

 

윤창호법과 교특법의 형량 차이는 상당하다.

 

①윤창호법 위험운전 치상 징역 1~15년, 위험운전 치사 징역 3년~무기징역

②교특법상 치상과 치사는 일괄적으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그래서 평범한미디어는 8월 중순 정 변호사와 하태경 의원실에 이런 모순점을 전달하며 법률 보완 작업을 의뢰했다. 그 결과 의원실은 숙고 끝에 특가법 5조의 11 대목에 새로 1항을 추가하여 '음주운전'과 '마약'을 둘로 구분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해당 문구는 마약 사례에서만 적용되도록 2항에 규정하고, 1항에서는 "도로교통법 44조 1항(혈중알콜농도 0.03% 이상)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라고 못박은 것이다. 개정안이 이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 음주 수치 0.03%만으로 윤창호법이 자동 적용될 수 있게 된다. 

 

의원실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에 "일단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만들면 교특법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차단시켜놓고 그 이후에 재판 과정에서 윤창호법으로 기소된 범죄자들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양형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승희씨는 친언니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은 가해자의 만행을 묘사하며 울컥하는 심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언니는) 작년 11월10일 아침 용인에서 오토바이 음주운전 사고를 당했고 좌뇌를 많이 다쳐 지금은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언니는 가족들의 얼굴도 못 알아볼 정도로 심각한 인지장애를 겪고 있다. 20대 남성 헬스트레이너, 가해자 손모씨는 무면허였고..... 알콜농도 0.083%에 이를 만큼 만취 상태였고..... 신호도 위반하고.... 규정속도도 위반했다. 종합보험도 들지 않았다." 

 

승희씨는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서 사람을 다치게 한 범죄행위는 똑같은데 왜 누구는 윤창호법으로 처벌받고, 누구는 교특법으로 처벌받아야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평범한미디어는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한 용인서부경찰서 경비교통과 담당 수사관과 통화를 했고 가해자 손씨가 "진술서를 직접 작성할 수 있을 정도였다"면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는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용인서부서는 당시 선희씨 가족들의 입장에서 가해자를 최대한 엄하게 처벌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내부 회의를 거쳐 구속영장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무엇보다 손씨의 상태가 횡설수설 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점을 속여서 무리하게 윤창호법을 적용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수원지검도 마찬가지였다. 담당 검사는 가족들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받고 매몰차게 거절하지는 못 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변경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법이 바뀌어야 한다. 윤창호법이 보완돼야 한다.

 

 

영광씨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쩡이린씨의 목숨을 앗아간 가해자 김씨도 윤창호법을 피해보기 위해, 법정에서 술에 취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했던 것이 아니라 갑자기 렌즈가 돌아가서 그런 것이라고 변명했다. 창호의 삶을 짓밟은 범죄자 박모씨 역시 옆에 동승자와 딴짓을 하느라 그랬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다들 사고의 원인을 음주가 아니라 다른 것으로 바꾸려고 했다."

 

사실 쩡이린씨를 사망케 한 가해자는 선희씨의 가해자와 달리 음주 수치 0.079%였음에도 윤창호법으로 기소됐고 2심 결과 징역 8년형이 유지됐다. 그럼에도 쩡이린씨의 친구들은 선희씨를 위해 적극적으로 연대했다.

 

 

선규씨는 쩡이린씨 사건 때는 적용됐지만 다른 음주운전 치사상 사건에서도 일관되게 윤창호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쩡이린이 세상을 떠난지도 1년이 지났다. 홈쇼핑업계에서 일하고 있던, 가해자 50대 남성 김모씨는 징역 8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다. 하지만 그는 너무 가혹한 처벌을 받아 억울한가 봅니다. 쩡이린의 부모님은 합의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가해자는 끝없이 합의 시도를 했고 끝내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김모씨는 혈중알콜농도 0.079%였음에도 윤창호법으로 처벌됐다. (중략) 술 마시고 운전해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만들면 일관되게 윤창호법이 적용돼야 한다. 윤창호법을 보완해야 한다.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했든 아니든 음주운전이라는 점이 밝혀졌다면 윤창호법으로 처벌돼야 한다."

 

 

정 변호사는 그동안 교통사고 전문 법률가로서 여러 TV 방송과 라디오에 출연해왔는데 평범한미디어와 함께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정 변호사는 윤창호법 개정과 함께 모든 구성원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3년 전에 한 청년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그 이름을 따서 윤창호법이 만들어졌다. 그해 346명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가 있었는데 그중에 1명에 불과했지만 이러한 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윤창호법이 만들어지고 많은 변화도 있었지만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처벌이 그다지 높아지지 않았다. 음주운전 사고 자체가 줄어들지도 않았다. 도리어 음주운전자들은 이러한 윤창호법 피하기 위해서 음주측정 불응하거나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까진 이르지 않았다거나 이런 변명을 하면서 빠져나갔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윤창호법의 헛점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이제 윤창호법 보완할 때가 됐다. 이와 같이 윤창호법이 음주운전을 근절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윤창호법만으론 안 된다. 운전자, 국회, 수사기관, 법원, 국민들 모두 음주운전을 근절할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들과 하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사전에 약속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면담을 위해 자리를 옮겨야 했다. 소통관에서 국회 본청 건물로 걸어가던 와중에 하 의원은 "진짜 바꾸는 것이 맞네. 맞아. 법이 이렇게 주관적이면 안 된다"며 "다만 네이밍이 한 단어로 확 와닿아야 한다"는 점을 계속해서 고민했다. 하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실에 거의 도착해서 위에서 밝힌 "술고래 솜방망이 처벌방지법"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 대표와의 면담 내용과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음편 기사에서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기자회견과 면담 일정을 모두 소화한 피해자들과 정 변호사는 국회를 빠져나왔다. 평범한미디어는 인근 카페에서 미리 계획해놓은 <음주운전 피해자 친구 및 가족의 대화>를 진행했다. 피해자들의 공감과 눈물이 담긴 대화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세 번째 기사에서 풀어낼 예정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과 면담 일정을 보도한 기사들은 거의 대부분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의 음주운전 관련 실언에 대한 이 대표의 비판을 주로 담았다. 관련 기사는 16일 새벽 5시 기준 13개였고, 포토뉴스를 제외하고 법안 자체를 소개하는 '글 기사'는 고작 3개였다. 연합뉴스발 기사 내용을 그대로 받아쓴 타매체 기사들에는 전부 면담이 끝나고 기자회견이 열렸다는 식으로 사소한 사실관계 오류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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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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