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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지만 또 물어본다 "소, 돼지, 닭, 오리"는 되는데 왜 '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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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 천연기념물 진도개 식용개 논란…‘사실 아니야’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요즘엔 좀 덜하지만 해마다 복날이면 개고기 논란으로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일부 동물단체들은 개고기 식용을 반대해왔다. 왜냐하면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개 종류는? 진돗개다. 최근 전남 진도군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진돗개(천연기념물 53호)를 식용했다는 소문이 돌아 논란이 됐다.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지만 일부 동물단체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알고 보니 한 농장주가 그저 반려견으로 기르고 있었는데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다. 

 

동물단체가 동물 학대가 의심된다며 민원을 제기한 해당 농장에 관하여, 공무원들이 2차례 방문한 결과 해당 진돗개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학대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진돗개는 한국의 국견(國犬)으로 평가받는 견종이다. 진도군은 진돗개에 대한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 만큼 진도군민들이 진돗개를 식용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진도군에는 '진도개축산과'가 별도로 있다. 진도개축산과는 지난 9월부터 오는 10월말까지 2000여개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진도개 사육환경 특별 조사팀’을 구성해 △동물등록제 등록 △동물관리상태 △사육환경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지난 1967년부터 진도개보호지구로 지정된 진도군은 진돗개 혈통 보존을 위해 진돗개를 제외한 개의 사육을 법률(한국진돗개보호육성법)에 의거해서 제한하고 있다.

 

군은 특별조사 기간 동안 일부 사육 농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불법적으로 반려동물을 사육하고 있지는 않은지 농가 현황을 조사하고 관리할 방침이다. 특히 동물등록제 등록, 사육환경, 동물관리 상태, 사육견 현황 등을 조사하고 미등록견 사육 농장을 적발하면 동물단체와 협의해 관외 반출을 유도할 예정이다. 나아가 사육 환경이 불량한 농가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개선 및 보완 요구를 하고, 각종 지원사업에 대한 패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다.

 

군은 진돗개의 혈통 보존을 위해 △영양제와 백신 등 방역비 △견사·방사장 건립비를 매년 약 1억원 가량 지원하고 있을 정도로 진돗개 관리에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다.

 

 

진도개축산과 관계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돗개가 혈통 보존 가치가 없으면 천연기념물에서 지정 취소되고 식용의 목적으로 희생된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악의적인 소문일 뿐”이라며 “진돗개가 천연기념물 53호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진돗개 표준 체형에 의거 19가지 심사항목과 혈통 등을 기준으로 총 6956두의 진돗개를 천연기념물로 등록 및 관리하고 있다. 상당히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개고기?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맞는가?

 

사실 진도군의 보도자료를 받아보고 든 생각이 개고기 식용 논란이었다. 사실 개고기 산업은 사양산업이 된지 오래다. 개 말고도 소, 닭, 돼지, 오리 심지어 양고기도 있다.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진 상황에서 굳이 개를 먹을 필요는 없다. 2000년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시골에서 개고기를 먹었던 기억이 다들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굳이 개고기를 찾아가서 먹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그런데 일부 동물단체들이 이런 개고기 문제를 자꾸 제기하니 잊을 만하면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현행법상 개는 축산법 2조에 의거해 가축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제외되어 있다. 그 말인 즉슨 △사육 △도축 △가공 △유통과정에 있어서 규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는 표준화된 도축 과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달리 말하면 도축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방법이 쓰일 수도 있다. 이는 엄연한 동물학대일 수 있지만 법률의 헛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고기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 있다. 클리셰적이긴 하지만 소, 돼지 등 다른 동물들과의 형평성 문제다. 소와 돼지도 다 먹지 말자고 주장하면 합리적이지만 오직 개만 먹지 말자고 하면 뭔가 이중적이다. 아직까지 이 지점에 대해 설득력있는 반론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인간과 정서적·물리적으로 더 가깝다는 이유로 개를 특별 대우하고 있는 것 아닌가? 반려동물로 많이 키우니까? 개는 귀엽게 생겼으니까? 우리의 친구니까? 이런 주장들도 감정에 호소할 뿐 논리적으로는 전혀 맞지 않는다. 차라리 DXE(Direct Action Everywhere) 소속 활동가들이 도심 속 고깃집에 난입해서 영업방해를 할지언정 돼지, 소, 닭 등 모든 육식에 대해 "폭력"이라고 강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적이다.

 

본지 기자도 한 때 반려견을 키운 적이 있다. 분양받을 당시부터 워낙 노견이라 지금은 하늘나라로 갔지만 개를 키울 때도 딱히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에 대해 혐오스럽게 본다거나 개고기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냥 먹고 싶은 사람은 먹고 안 먹고 싶은 사람은 안 먹으면 된다고 본다.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개를 먹지 말라는 것은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오래전에 프랑스 톱모델 브리지트 안마리 바르도는 개고기 문화에 대해 야만스럽다고 발언해 많은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심지어 자국인 프랑스에서조차 그녀에게 몰상식하다고 비난했다. 프랑스 자체가 식문화가 많이 발달한 나라이자 굉장히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왜 유럽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는지에 대해 "개고기를 섭취하는 문화권은 상대적으로 고기를 구하기가 어려운 문화권이었다. 하지만 유럽은 상대적으로 고기가 풍부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굳이 개까지 먹을 필요가 없었고 또 사냥하는 문화면 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잡아먹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를 잡아서 고기로 먹느니 차라리 개를 사냥에 사용해서 다른 고기를 잡는 게 더 이익"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문화적 차이와 생활환경에 따라 육식의 종류에 대한 금기시 여부가 결정되곤 하는데, 한국에서는 개를 육식으로 허용하는 문화와, 반대하는 문화가 병존하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돼지고기가 금기시된다. 이것도 이유가 있는데 물이 부족한 중동 지방에서는 돼지를 키우기 위한 여건이 태부족이다. 물도 물이지만 돼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료가 필요한데 그러면 인간이 먹을 게 없다. 쉽게 말하면 돼지를 키우는데 환경도 적절하지 않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돼지고기가 귀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종교적 금기를 통해 억누르는 측면이 있다. 

 

지난 3월8일 국회 앞에서 개 식용을 반대하는 동물단체와 개 식용을 찬성하는 개고기 업자들이 동시에 시위를 벌이는 일이 발생했다. 양쪽은 서로 고성을 지르면서 설전을 주고받았다. 사실 개고기 찬반 집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도 찬반 집회가 크게 열렸다. 이때는 코로나 시국 이전이라 규모가 상당했다. 할리우드 킴 베이싱어 배우는 식용 반대 입장에서 시위를 벌였고, 찬성 입장에서는 개 수육을 먹는 퍼포먼스를 감행했다. 당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2018년에는 표창원 전 의원이 사실상 개고기 금지법을 발의했고 현재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들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고기 식용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찬반 대립은 공론장이 아닌 각자 원하는 공간에서 산발적으로 부딪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앞서 거론했던 축산물위생관리법을 개정해서 개도 표준화된 도축과정을 따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단 어디선가 알게 모르게 식용으로 도축되고 있는 개들이 비인도적이고 잔인한 도축 과정에서 그나마 해방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논의 방향은 꾸준히 제기됐던 것인데 일부 동물단체들이 개 식용을 법률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격렬히 반대하여 현실화되지 못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동물단체의 반대로 인해 개들은 복날에 더욱더 참혹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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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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