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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의 본질은 반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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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6개월 전 1월19일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있던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극우 세력들이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많은 시민들이 기겁했는데 12.3 계엄 사태 이후 한국 극우는 어느정도 주류화되었다. 4개월간 탄핵 반대 여론 40%에 육박할 정도가 됐던 것은 강력하게 결집된 극우 세력의 뒷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20년 넘게 한국 극우를 연구해온 신진욱 교수(중앙대 사회학과)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헌재 선고가 되기까지 약 4개월 동안 한국 시민들이 극우의 폭력 그리고 극우 집회의 규모 이런 것에 많이 놀랐을 것이다. 근데 사실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한국에서 극우가 존재해왔다. 한국의 극우가 변화하고 성장해오는 과정 그 역사적인 시점마다 탄생하고 확산된 다양한 유형의 극우 세력들이 그리고 극우의 이데올로기와 상징 이와 같은 것들이 지금 동시대적으로 공존하는 상황이다.

 

 

지난 6월5일 저녁 광주 북구에 위치한 전남대 인문대 1호관 김남주홀에서 <한국의 극우주의>라는 주제로 강연이 개최됐다. 연사로 초대된 신 교수는 “일제 시대부터 군사독재 시기를 거쳐 아주 깊이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그런 극우적인 요소들부터 가장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극우들까지 한국 극우는 뿌리가 깊다”며 “20년 정도 무섭게 팽창해온 극우 개신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단 종교들의 극우적인 이데올로기 그리고 안티페미니즘, 반동성애 등등 다양한 종류의 극우 세력들과 담론의 구조들이 현재 공존을 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강연 서두에 전제했다.

 

보통 극우라고 하면 즉각 떠올리게 되는 게 서부지법 폭동했던 사람들. 그 다음에 전광훈 목사나 이런 무대 위에 올라가서 빨갱이는 죽여도 돼! 그런 말을 하는 성호 스님 이런 사람들처럼 드라마틱한 인상을 남기는 그런 부분들인데. 내지는 최근에 캡틴 아메리카도 있고 극우 하면 떠올리게 되는 그런 장면들인데 사실 극우는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인 하부구조로도 존재하고 우리 사회의 정부조직, 법원, 언론, 학계, 종교계 등등 한국의 정치사회적인 엘리트, 군대와 경찰 등에 다 있다. 한국 사회의 제도적인 중심부에서부터 가장 기층에 있는 어떤 풀뿌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그런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로 봤을 때 서울서부지법 폭동이 정당한 저항권의 행사였다고 믿는 사람들이 20%나 됐다. 즉 계엄에 대해 정당했다고 보는 시민들이 대략 20%라는 말이다.

 

이번에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승리한 선거들은 전부 부정선거인데 그 배후에는 중국 공산당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27%다. 안 믿어지는데 (12.3 사태 이후)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 시간들이었다.

 

되돌아보면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를 공격하고 연일 탄핵 반대 여론전을 펼치고 있던 2월과 3월 그때 당시가 극우의 전성기나 다름 없었다. 스피커가 가장 컸다. 극우 파시즘이 “한국의 민주 헌정에 대한 본질적 공격”으로까지 확대됐었다. 신 교수는 그때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너무나 다행히도 헌법재판소의 8대 0 탄핵 인용 선고와 그리고 그 이후에 대선 결과에 의해서 일단 극우가 퇴각된 상태이긴 하다. 그렇지만 지난 3월 가장 고조되었던 말하자면 위로부터의 반민주적인 국가 폭력과, 아래로부터의 극우 폭력이 만나서 증폭되는 그 지점이 이제 파시즘적인 국면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한국 극우가 잠시 침잠을 하게 됐는데 여전히 그 하부구조는 그 어느 것도 손상된 것이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것 외에는 하부구조가 손상된 그 어떠한 사건도 지난 6개월 동안 일어난 것이 없다. 말하자면 우리가 이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풀어가야 될 큰 과제라고 생각해야 한다.

 

신 교수는 한국 극우의 하부구조를 들여다보기 위해 1990년부터 올해까지 35년 동안 전국 일간지에 “극우”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의 빈도와 추이를 분석했는데 2024년 5월까지는 큰 변동 없이 일정했다. 그러나 6월부터 급증했다.

 

이번에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김문수가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는데 전광훈 목사의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료다. 그래서 2020년에 자유통일당을 창당해서 초대 당대표를 맡았다. 그때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이라는 정당이 있었다. 지금 국민의힘이 굉장히 강경한 보수정당이지 않은가? 그런데 자유한국당도 굉장히 강경한 보수 정당인데 그때 김문수가 자유한국당을 탈당하면서 자유통일당을 전광훈 목사와 같이 설립을 한 것이다. 그때 조선일보 TV 인터뷰를 한 내용을 보면 왜 탈당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이 좌경화돼서 탈당했다. 그래서 여기에 도저히 있을 수 없어서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다고 그랬는데 이게 바로 익스트림이고 극우다. 굉장히 강경한 우파 정당인데도 이거는 좌파 정당이다. 그래서 한동훈도 지금 국민의힘에서 극좌파로 불리기도 한다.

 

전세계적으로 극우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던 때는 1970년대 초반이다. 1960년대부터 급진적인 일부 사회운동들이 극좌 테러리즘으로 발전하면서 극단주의 연구가 시작됐고 동시에 극우를 탐구했다.

 

극단주의 연구자들이 많이 했던 얘기가 뭐냐면 파시스트들은 자기를 파시스트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 용어 자체가 매력적인 면이 있는 거다 그래서 긍정적인 맥락에 따라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건데 반대로 극우라는 용어는 언제나 멸칭이다.

 

그렇다면 극우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단순히 안티페미? 반공 색깔론? 반동성애? 이런 것들을 추구하면 극우인 걸까. 신 교수는 “(독일 정보기관) 연방헌법수호청이 연방의회의 제2정당(630석 중 152석) ‘독일을 위한 대안’에 대해 극우 정치단체로 규정을 했다”며 “곧바로 정당 해산 청구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해산 청구에 근접한 정치단체라는 굉장히 강한 규정”이라고 환기했다.

 

(헌법수호청이) 110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냈는데 그만큼 커다란 함의를 갖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 연구에 저명한 카스 무데(네덜란드 정치학자)는 극우에 대한 학문적인 정의로 수십가지를 수집해서 분석할 정도였다. 극우의 본질이 뭐냐고 했을 때 그거는 반이슬람? 반유대주의? 안티페미니즘? 이런 식으로 규정한 학자들이 많이 있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사례의 서술에 불과하다. 유럽의 극우 지도자들 중에는 페미니스트이자 동성애자도 있다. 우리나라도 극우 페미니스트가 있지 않은가?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안티페미니즘이나 반동성애가 극우의 큰 부분을 차지하긴 한다. 그러니까 나라에 따라서 극우의 어떤 사례가 특징적이고 지배적인 경우가 있고 그것은 시대와 나라에 따라서 굉장히 다르다. 현대의 진보든 보수든 좌든 우든간에 보편적인 합의로 간주되고 있는 정치 원리와 사회적 가치들이 있다. 이걸 안 받아들이면 사실 현대라는 시대를 넘어가서 중세로 돌아가든가 그래야 한다. 현대라는 시대에 좌우가 경쟁을 하고 서로 싸우지만 그 공동의 기반이 있다.

 

공동 기반은 민주주의, 헌정주의, 법치주의와 같은 정치 원리 또는 보편적인 인권, 자유와 평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다. 신 교수는 “이것들을 명시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극우”라고 정의했다.

 

그렇게 이해했을 때 극우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어떤 사고나 행동의 과격함이 아니다. 대부분의 폭력 행위는 극우주의하고는 상관이 없다. 아주 그럴싸한 논리와 교묘한 방식으로 극우적인 사고를 유포시키는 경우들도 많다. 그래서 극좌와 극우는 이와 같은 극단주의의 특성을 공유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특히 극우의 핵심은 반평등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가 있다. 반평등이라는 것은 뭐냐면 인간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 지배를 자연스러운 걸로 간주하는 경향이다. 특히 극우세력이 격렬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뭐냐면 어떤 평등의 신장을 주장하는 그런 움직임에 대해서 극도의 적대감과 증오를 보인다. 예를 들면 동성애 이슈, 페미니즘, 이주자의 인권, 난민 등등 다 공통점이 뭐냐면 구조적인 어떤 불평등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 어떤 부분을 보다 더 평등한 방향으로 움직이자 이렇게 되면 그것에 대해서 격렬한 적대감을 보이는 그런 경향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극우적인 주장을 펼치면서 약자들을 향한 전형적인 음모론과 망상들도 유포하기도 한다.

 

동성애자 인권이 신장되면 동성애자 천국의 나라가 된다. 여성의 인권이 좀만 신장되면 페미니스트의 독재가 된다. 이게 뭔가 불평등한 구조에서 차별받던 어떤 집단의 기본권이 약간 신장되면 그들이 지배하는 나라가 된다는 음모론이 확산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나라에서 흑인의 나라가 된다. 이민자의 나라가 됐다. 독일은 이슬람의 나라가 될 거야. 이런 움직임의 본질이 반평등이다.

 

헌법수호청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극우의 대표적 특징은 △출세 지역이나 문화권에 대한 차별적 발언과 입장 △외국에 대한 적대 행위 등이다.

 

아프리카 중동과 같은 폭력적 문화에서 온 사람들이 독일을 지금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특정 독일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범죄자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 범죄자의 출신 국가가 폭력적인 문화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마찬가지로 아주 소수이던 어떤 이주민 집단이 조금 더 다수가 되면 그들이 우리나라를 점령하고 그에 따른 불안과 공포가 만연할 것이다. 그래서 이슬람에 대한 적대행위를 하고, 문화를 모르는 민족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 원칙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무슨 이 정도로 극우 딱지를 붙이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극우의 위험성에 둔해진 것이다.

 

근데 한국에서는 이런 입장과 사고들이 너무 만연하다 보니까 이게 무슨 극우야? 이런 한국인들이 많다. 심지어 이런 태도와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교수님 그래서 그거를 극우라고까지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한다. 그러면 내가 반론을 한다. 그러면 어디까지 가야 극우인가? 이와 같이 극우는 말하자면 반평등적인 차별의 폭력을 당연하게 여기게 해서 구체적으로 인간에게 고통을 준다. 우리 사회는 너무 둔감하다.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 이 정도의 생각을 표현하고 외치면 그 정당이 그 자체로 극우 정당으로 정보기관에 의해 규정을 당할 수 있다. 해산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민감성이 없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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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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