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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일의 교통 렌즈③] 왕복 10차로에서 할머니가 무단횡단을 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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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왕복 10차로나 되는 넓은 도로를 할머니 혼자 무단횡단하다가 차에 치이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사망하고 말았다. 지난 1월12일 아침 6시 50분쯤 광주 서구 농성동 상공회의소 인근 편도 5차선 도로에서 70대 할머니 A씨는 그날따라 뭐가 급했는지 무단횡단을 감행했다. 그러다가 그만 승용차에 그대로 치이고 말았다.

 

사고 직후 의식을 잃은 A씨는 곧바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다시 눈을 뜨지 못 했다. 광주서부경찰서는 A씨와 충돌한 운전자 B씨의 음주 여부를 조사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났다. 면허도 있었다. 그럼에도 A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B씨는 일단 교통사고처리특레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되었다. 교통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B씨에 대해 교특법 3조에 의거해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20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어느정도 정상참작이 이뤄진다면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양방향 10차로는 너무나 넓다. 운전자 입장에서 이렇게 넓은 도로에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평일 아침 7시에는 출근 차량들이 무지 많다. 도로 폭이 넓기 때문에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시간도 꽤 걸린다. 아무리 봐도 이런 상황에서 무단횡단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무모한 행위였다. 게다가 70대 고령이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도 없었다. 반사신경이 젊은 사람에 비해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교통법은 보행자와 운전자가 충돌했을 경우 운전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다. 운전자의 전방주의의무라는 말은 그 어떤 사고에도 갖다 붙일 수가 있다. 구체적으로 과실 비율은 어떻게 될까? 정 변호사는 10일 20시반 즈음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보행자의 잘못이 지대하더라도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따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환기했다.

 

10차로나 되는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당연히 해서는 안 되지만 무모한 무단횡단자가 있다 하더라도 운전자는 멈출 수 있다면 멈추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운전자가 전방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과속을 했다면 일부 과실 비율이 주어진다. 그런데 이 경우 도로가 10차로나 된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경우 무단횡단자에게도 과실 비율을 무겁게 적용한다. 통상 50~60% 정도 과실 비율이 정해진다. 보통 보행자와 차를 놓고 보았을 때 대등한 관계로 보지 않기 때문에다. 만약 대등한 관계라면 당연히 무단횡단자 쪽에 더 책임이 있다. 무단횡단자는 무단횡단을 한 잘못밖에 없지만, 자동차 운전자는 직접 충격을 했기 때문에 그 과실을 더 크게 보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무단횡단 사고에서는 보행자 과실이 20~30% 정도다.

 

그렇다면 도심이 아닌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라면 상황이 달라질까? 이런 곳에 보행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울텐데 운전자의 ‘무과실’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환경이라면 운전자는 거의 무과실이다. 애초에 이런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할 거라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운전자는 최대한 보행자를 추돌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피할 수 있음에도 운전자가 무단횡단자를 추돌했다면 20~30% 정도 일부 과실이 주어질 수 있다. 운전자가 무단횡단자를 추돌했을 때 무과실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은 3가지다.

 

①정말 예측불가능했는가?

②교통 법규를 준수했는가?

③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는가?

 

그런데 보통 고속도로는 당연히 보행자가 나올 거라고는 예측할 수 없다. 교통 법규까지 제대로 준수했다고 가정했을 때 결국 피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과실 비율이 갈린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겼다. 무단횡단자는 멀쩡한데 무단횡단 행위가 차량 사고를 유발해서 타인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사고 유발자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일단 정 변호사는 단순 무단횡단을 했을 때의 패널티를 말해줬는데 범칙금 2~3만원이 전부였다. 사실상 무단횡단은 거의 법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적발 자체도 드물다. 무단횡단으로 범칙금을 낸 사람들이 별로 없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을텐데 일일이 단속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평범한미디어는 욕을 먹더라도 실질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맞은편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횡단보도가 없다면 일단 차량이 오는지 안 오는지 1차적으로 살피고, 무단횡단을 감행하는 도중에도 차량이 고속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좌우로 고개를 계속 돌려가며 2차적으로 살펴야 한다.

 

물론 정 변호사는 단순 무단횡단자에 대한 형사 책임만 가벼울 뿐 사고유발자로서의 형사 책임과 민사상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역설했다. 

 

범칙금 액수라도 좀 현실화해서 무단횡단자에게 경각심을 줄 필요는 있다. 윤동욱 기자께서 언급한 것처럼 무단횡단자에 의해 사고가 유발되었다면 무단횡단 과실만큼 민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예를 들어 과실이 50% 정도 있다면 그 50% 정도 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 과실치상 또는 과실치사죄로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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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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