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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은 왜 맨날 선거에서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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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지난 2일 18시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녹색당 10주년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미 8월27일 ‘2020년 총선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치 전략’을 주제로 1차 토론회가 열렸고, 이날은 2차 토론회였다. 주제는 “조직체계와 구조 변화”였는데 녹색당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자리였다.

 

 

녹색당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당선자를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패했다. 이번에는 될 것 같았는데 현실 정치의 벽은 너무 높았다. 2019년 하반기부터 곪아왔던 갈등이 폭발했고 꾸역꾸역 2020년 총선을 치러낸 뒤 당원들이 주도해서 혁신위원회 체제(2020년 6월~9월)를 발족시켰다. 혁신의 과정이 지나고 2021년 7월 6기 대표단(김예원·김찬휘 공동대표)이 들어섰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예원 대표는 “녹색당은 외부로 발신하는 메시지나 이미지에 집중했고 내부적으로는 가부장적 문화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선택적 대표성, 발언권만 앞세운 당위성의 강요, 위기의 책임을 서로에게 묻는 책임 공방 등 내부적으로 장기간 곪아 있었다”고 진단했다.

 

녹색당의 특징은 여타 진보정당들과 다르게 정파와 조직에 따른 갈등이 불거지지 않았다. 다만 1만 당원은 곧 1만개의 녹색당이라는 자부심은 역설적으로 녹색당이 옹호하는 수많은 의제로 분열되어 각자의 관심사와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고 갈등하는 양상이 창당 이래 반복되어 왔다. 그에 기반한 책임 소재의 공방이 이뤄졌다는 특성이 존재했다. 당내 결정 단위가 명확하지 않고 장황하게 흘러가는 것에 대한 성찰과 책임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충남녹색당 이재혁 공동운영위원장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논의의 효율성 보단 소통과 과정을 중시하는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이 위원장은 “전국위 회의에서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매번 나왔던 이야기가 지역당 운영위와 논의해보겠다”였다고 환기했다. 녹색당은 지역당들의 연합체로 구성돼 있고 전국위원회는 지역당 대표자들 위주로 짜여졌는데 이 위원장은 “이런 결정을 내가 해도 되나 의심하게 되는 것”이라며 “권한을 부여 받았으나 의심하는 내가 이런 이야기해도 되는지 책임질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좀 더 노골적으로 이 위원장은 “긴 회의에 장사 없다”면서 “10시간 넘게 회의를 하고 다음날 또 회의하고 이랬던 적이 있고 한 주 걸러 한 주 임시전운위(전국운영위원회)가 열리고 이랬다. 이분들 다 직업 있는 분들이고 다음날 출근할 걱정을 모두 다 했다”고 풀어냈다.

 

발제자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외부자 입장에서 “1만 당원은 곧 1만개의 녹색당” 또는 “긴 회의에 장사 없다”라는 식의 표현들은 아무 것도 제때 결정하지 못 하는 흐지부지와 우유부단의 녹색당을 표상하고 있다. 즉 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평등문화” 이런 쪽으로 형성되어 있다 보니 권한을 위임 받은 대표자들조차 책임지고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 했다. 그저 당원들의 총의를 실행만 하는 것이 대표자들의 역할처럼 여겨졌다. 2019년 하반기에 터졌던 ‘신지예·하승수 사태’만 보더라도 대표자의 명칭을 그저 기능적인 “공동운영위원장”으로 명명했던 녹색당의 당내 문화가 되려 대표자들의 공식적인 정치 행위를 주저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물밑 독단 행보와 패권 다툼을 부추겼는지도 모른다.

 

 

네 번째 발제를 맡은 경북녹색당 허승규 사무처장은 “더 많은 전업 활동가가 필요하다. 일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평당원들의 참여 기회가 늘어난다. 전업 활동가를 많이 만드는 게 중앙집중 아니다. 평당원들의 서비스를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허 처장은 평범한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주장한 적이 있다.

 

지역당과 중앙당의 상근체계 확립이 절실하고 이게 1번이다. 만약 내가 당대표라면 이것부터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해볼 것이다. 녹색당의 의제나 가치가 부족하고 이런 게 아니고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상근체계 그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생계 걱정 안 해도 되는 당의 관료체계로 확립을 시켜야 하는데 그게 굉장히 어렵게 당내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이날 허 처장은 구체적으로 △지역당 대표자 중심의 전국위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중앙 정치권 이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서울 소재 녹색당 당사에 충분한 사무처 인력 구성 △모든 평당원들에게 동일한 정치활동을 요구하거나 참여를 강요하지 말고, 이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내 사무처 구조 확립 △정기 당비 수입의 60%를 우선적으로 지역당 상근체계를 만드는 데 사용 등 3가지 정도의 처방전을 제시했다.

 

 

2차 토론회에서 유일한 외부 토론자로 초대된 박수형 입법조사관(서울시의회)은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당위를 인정하면서도 “정당은 정부 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선거 승리를 위한 조직”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박 조사관은 미국 정치철학자 마이클 왈저가 집필한 <운동은 이렇게>를 번역했고 운동 조직과 정당 조직의 효율적인 행동양태와 전략에 관심이 많다.

 

평등문화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치가 아무리 중요해도 계속 선거에서 성과를 내지 못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7분 밖에 없는 토론자의 시간 제약으로 인해 박 조사관은 구체적인 내용으로 발언을 하진 못 했다.

 

그러나 말미에 “당헌에 나와 있는 대의원 추첨제와 지역당 연합체는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내 민주주의를 오해 많이 하는데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 생각하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조직을 똑같이 본 것”이라며 “(국가의 목적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만 당의 목적은 당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의 목적과는 달리 정당의 목적은 ‘선거 승리’로 쟁취한 권력을 활용해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당원들은 정당의 권력 획득을 통해서 가치가 실현되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가입을 했을 뿐이다. 즉 박 조사관은 “당내 민주주의 보단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조직체계와 운영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론적으로 준비해온 토론문을 토대로 보면 박 조사관은 “당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중앙집중화된 민주주의 모델”에 힘을 실었다. <운동은 이렇게>에서 왈저는 정치운동의 세 가지 조직 모델을 아래와 같이 분류했다.

 

①간판 집단(선거로 선출되지 않은 소수 엘리트 위주의 구조)

②중앙집중화된 민주주의(전체 구성원들이 리더를 선출하고 이들이 책임지는 구조)

③연방제(권력이 여러 정파들에 분산돼 있고 상호 견제와 조율이 이뤄지는 구조)

 

박 조사관은 “정당 운영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과제는 당내 민주주의 실현이 아니라 당의 통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재차 역설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조사관은 ①처럼 소수 엘리트가 운영하는 정당 모델은 선거에서 이기는 데 효율적이지 않다고 봤고, 필히 ②처럼 전체 구성원들로부터 권한 위임을 받은 대표자가 정당성을 갖고 조직을 운영해야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봤다.

 

 

박 조사관에 따르면 내부 선거에서 승리한 대표자가 전체 당원들을 “통합하고 단결시켜야” 외부 선거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 조사관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 원내 정당들 모두 이상한 당내 민주주의 논리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선출된 지도부가 자기 맘대로 독단적인 당 운영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분열적 행태”가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협상과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해서 통합적 분위기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래서 “중앙집권화된” 민주주의 모델로 네이밍이 된 것인데 기성 정당들조차 선출된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흔들고 당내 민주주의라는 레토릭으로 포장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녹색당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연합체적 성격 및 평등문화를 강조하고 있고, 지도부 선출 절차 역시 사실상 번거로운 걸 떠안게 되는 “희생”처럼 여겨지고 있다. 비자발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대표자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공직 선거에서 성과를 내기는 더더욱 어렵다.

 

한편, 이 위원장은 녹색당의 역사를 세 부분으로 나눴는데 △(2012~2014년) 신장개업 시기 △(2015~2018년) 1만 당원 달성 등 입소문 나고 주목을 받은 시기 △(2019년~현재) “업종 바꿔야 하나” 고민과 갈등의 시기 등이다. 이 위원장은 6기 대표단이 치러낸 6.1 지방선거 이후에도 여전히 녹색당이 갈등의 국면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고 봤다. 또한 이 위원장은 녹색당에 없는 ‘3무’로 돈, 사람, 권력의지 등을 꼽으며 자조했다. 3무 상태로 “10년을 버텨낸 것이 기적”일 정도다.

 

추상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고 한 이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긍정의 신호(지역당 창당이나 당선 등 긍정적인 성과 만들기) △하루 10분만 녹색당(「당원 매뉴얼 100가지」 만들어서 당원들이 당비만 내는 것에 머물지 않고 각자 적합한 작은 실천 할 수 있도록) △풀뿌리조직운영지원단 구성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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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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