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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떠난 내 딸 “다른 사람들 통해 계속 살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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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1999년생 故 이지현씨는 해금 연주자로서 누구보다 미래가 밝은 청춘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쓰러져서 한 순간에 뇌사 상태가 되었다. 한 달간 치료를 받았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가족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장기를 기증하도록 하고 그만 지현씨를 보내주기로 했다. 지현씨는 간과 좌우 신장을 세 사람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현씨는 고등학생 시절 드라마 <추노>에서 나온 해금 선율에 큰 영감을 받아 국악인이 되기로 맘먹었다. 지현씨는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한 만큼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목원대 한국음악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중앙대 예술대학원에 진학해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지현씨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해금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은 포부가 있었다고 한다.

 

지난 7월5일이었다. 당시 저녁 알바를 마치고 귀가하려던 지현씨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어머니에게 연락해서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친구 집에서 자려고 준비하는 와중에 갑자기 쓰러졌다. 친구들이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해서 빠르게 건양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가족들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지현씨가 뇌 산소 공급이 안 돼서 저산소성 뇌 손상이 크게 왔다는 것. 가족들은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기다려보자고 해서 한 달 정도 병원 치료를 받게 했다”고 전했지만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황망했을 것이다. 지현씨의 친언니 이은지씨는 “부모님 두 분 모두 장기 기증을 하고 싶어서 따로 신청도 했었다”면서 “딸들에게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지현이가 살아 있어서 물어볼 수 있다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증을 하는 것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현씨의 부모는 “딸의 일부가 살아있다는 것이 가족에게도 위안이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7월30일에 기증 수술과 절차가 마무리됐다. 지현씨가 쓰러지고 25일만이다.

 

은지씨는 지현씨에 대해 “모든 친구들한테 다 살갑게 대해주는 착한 동생이었다. 본인보다 남을 더 생각하주는 그런 동생이었고 집에서는 막내다보니 귀엽고 사랑을 많이 받는 동생이었다”면서 “내가 예전에 꽃집을 운영할 때 언니 혼자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걸 알고 같이 남아서 도와줬다”고 회고했다.

 

지현아. 작년에 갔던 가족여행과 가족사진을 찍으며 행복해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각난다. 너와 함께한 추억을 평생 가지고 살아갈게. 다음 생애도 가족으로 오래 오래 함께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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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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