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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선풍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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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선풍기를 고쳐달라고 했는데 안 고쳐줘서 3년간 머물렀던 여관의 주인을 살해했다는 단편적인 보도들이 쏟아졌다. 반말해서? 그나마 이번 살인 사건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상대가 나를 오랫동안 무시하고 하대해왔던 상황에서 살인의 트리거가 필요했다. 물론 그런 부분 말고도 다른 원한이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래서 선풍기 수리를 핑계삼아 칼로 주인을 찔렀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말다툼을 벌이다 3년간 장기 투숙한 여관의 주인을 살해한 76세 할아버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한 상태이며 살인 사건이기 때문에 광주지법이 무난하게 영장을 발부하게 될 것이다.

 

A씨는 2일 오전 11시반 즈음 광주 동구 계림동에 위치한 장기 투숙 여관에서, 주인장 73세 할아버지 B씨를 칼로 찔렀다. 범행을 말리던 B씨의 아내 C씨를 폭행하기도 했다. A씨는 3년간 머무르면서 B씨에게 풀지 못 한 감정이 쌓여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A씨가 경찰에 진술한 것만 살펴보면 △B씨보다 자신이 나이가 더 많은데 평소에도 수없이 반말을 일삼았고 △살인을 한 날에도 선풍기가 고장나서 고쳐달라고 했는데 도리어 무시하며 반말해서 화가 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파악한 배경은 이와 다르다. A씨는 철저히 본인 유리한대로만 주장하고 있다. 즉 A씨는 △오래전부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관 기물들을 부수고 자주 난동을 부렸고 △본인 호실에 있는 선풍기도 스스로 타격해서 부셔놓고 고쳐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B씨가 A씨의 행실을 한심하게 여기고 하대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사실이 하루 이틀이 아니며, 장기 투숙에 따른 월세를 제때 지불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을 무시하는 B씨의 말투에만 꽂혀 있었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강 사장이 김선우에 대해 얼토당토 않은 피해망상에 휩싸여 죽이려고 함과 동시에 “넌 내게 모욕감을 줬다”고 실토한 것처럼, A씨도 본인의 민폐행위는 성찰하지 못 하고 B씨로부터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에만 흥분해 있었다.

 

그렇게 축적된 앙금으로 인해 A씨는 B씨를 살해할 고의를 품고 일부러 술을 마시고 선풍기 문제로 시비를 트며 살인의 트리거를 스스로 만들었던 것이다. A씨는 “(B씨가) 명령조로 말해서 불만이었다”고 밝혔지만 그의 행실에 불만을 갖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 A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관은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장기 투숙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쌓이고 쌓여 발생한 일이지 단순히 선풍기 고장으로 인한 범행이라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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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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