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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창업의 길②] “농부가 국책연구원 보다 더 멋있고 가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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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발표에 나선 사람들은 전부 자신만의 방식으로 로컬 창업을 론칭시켰다. 물론 쉽지 않다. 아직 자리잡았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허나 저마다의 사업 아이템과 전략, 애로사항, 현실적인 조언 등등 아낌없이 쏟아냈다.

 

지난 9월28일 14시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용지관 컨벤션홀에서 <청년 창업 포럼>이 열렸다. 북구청년센터가 공을 들여 주최한 행사였다. 포럼의 부제는 ‘로컬 창업을 위한 특별한 강의와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다. 이번 기사에서 풀어낼 내용은 로컬 창업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의 사례 소개다. 기사 제목에 대한 부분은 말미에 나올 예정인데 가장 먼저 ‘세종시삼십분’의 장부 대표부터 시작한다.

 

 

로컬 식재료를 활용해서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 세종시삼십분의 장 대표는 “우리는 한 마디로 로컬을 담은 브랜드를 만드는 팀”이라며 스스로의 사업 정체성을 규정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정책에 따라 2012년에 출범한 신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타도시들에 비해 이질적인 면이 많다.

 

장 대표는 이런 지점을 지적하며 “세종시는 원래 없었던 데다가 만들어진 도시다. 되게 독특하다. 문화도 독특하고 삶도 독특하다. 자녀들은 세종시가 고향인데 전봇대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세종시를 크게 3가지 지역으로 분류했는데 신도심, 지역 농가, 원도심 등이다. 원도심은 조치원이다. 세종시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신도시이기 때문에 인근에 농가가 있다. 장 대표 이런 환경을 사업의 장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 3가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1개씩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면서 창업을 해나갔다”고 강조했다.

 

일단 다른 지역에 접근하기 전에 신도심에 먼저 접근했다. ‘비스트로 세종’이 첫 번째 브랜드다. 우리의 컨셉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불란서 수랏상’이다.

 

불란서 수랏상이란 표현이 독특하고 재미는데 장 대표는 “로컬 재료를 담아서 음식을 표현했다. 특별한 건 없었다. 로컬 재료를 프랑스 음식 기법으로 풀어내는 작업만 했다. 그랬더니 먹혔다”고 피력했다. 무엇보다 장 대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환기했다.

 

코로나로 한동안 힘들었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법인카드로 쓸 수 있는 식대가 1인당 3만원이었다. 거기에 맞춰 3만원짜리 세트를 구성했다. 그랬더니 장사가 잘 되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로컬 컨텐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본인의 장사 전략에 집중하는 건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로컬을 활용하게 된다.

 

로컬 컨텐츠를 너무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기획과 운영과 장사 방법에 대한 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 대표는 세종시 연서면에 있는 목장과 긴밀하게 협력을 하고 있는데 바로 ‘연서 프로젝트’를 위해서다. 장 대표는 사람들이 연서면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가득 채워놨다. 즉 △치즈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젖소를 케어하고 우유를 짜보는 목장 체험을 해보고(연서그라운드) △이곳에서 생산된 원유로 그릭요거트 등 다양한 유제품을 맛볼 수 있도록 하고(연서데어리) 있다. 싱싱장터에서는 로컬 유제품으로 브랜드화된 ‘연서요거트’를 선보이고 있다.

 

장 대표의 사업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이를테면 장 대표는 비스트로의 브랜드 제품 ‘세종피치에일’이라는 맥주를 소개하며 관광 상품화에 성공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래서 아예 맥주병 디자인에 세종시의 명소를 담은 그림을 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치원에서는 원래 철거될 예정이었던 건물을 인수해서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식당(미트볼 스테이션)을 오픈했다. 

 

결국 로컬 생태계는 상호 이익이다. 협력의 완결은 “서로 돈 벌기”다. 솔직해지자.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다른 주체들과 협력해야 한다.

 

여러분들이 창업을 하려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나는 철저하게 여러분들이 여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협력을 하면 서로 돈을 벌게 된다. 로컬 생태계에서는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내가 하고 있는 컨텐츠가 어느 순간 저쪽에서 도움을 주고 받기 시작한다. 나는 여전히 로컬 생태계 안에서 이걸 많이 경험한다. 여러분들이 도전했으면 좋겠고 로컬을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로 마이크를 이어 받은 남정석 셰프는 비건 레스토랑 ‘로컬릿’을 운영하고 있다. 로컬릿은 로컬과 잇(EAT)의 합성어다. 남 셰프의 로컬릿은 ‘마르쉐 농부시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신선한 농산물이 바로 마르쉐 농부시장에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 셰프는 지역에 있는 농민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좋은 수확물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농장으로 내려가 소통한다. 남 셰프에게 농민은 가장 중요한 사업 파트너다.

 

농부와 고객이 소통을 하면서 어떤 식으로 농산물을 키웠고 어떻게 해먹으면 좋고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시장 안에서는 농부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농산물을 가지고 요리사들이 요리를 한 것이 저희 로컬릿의 시작이었다.

 

남 셰프는 로컬릿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① 마르쉐 농부들과의 지속적인 소통

② 신선한 재철 채소(봄나무/초당옥수수/무화과 등)

③ 요리 수업

④ 고객과의 소통(레시피북/특강/SNS/유튜브/블로그)

⑤ 비건 메뉴 개발

 

 

마지막 발표자로 마이크를 이어 받은 팜 컨텐츠그룹 ‘뭐하농’의 이지현 대표는 충북 괴산군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책 연구원이었던 이 대표는 이내 관두고 귀농했다. 그런 이 대표에게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서울에서 국책 연구원으로 지냈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살다가는 회사만을 위해서 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이랑 농촌으로 귀농했다. 농부로서의 삶을 선택해서 사는데 너무 행복했다. 농부를 하다 보니 이렇게 멋있는 직업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살리면서 동시에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이다. 당시 청년 농부 유행이 있어서 다큐멘터리도 찍으러 오고 기사도 실렸었다. 그런데 미디어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욕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내가 욕먹을 짓을 한 건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악성 댓글들의 골자는 “도시에서 실패했으니까 농부했겠지”라는 것이다. 그 좋은 국책 연구원직을 걷어차고 왜 시골로 내려왔겠느냐는 거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악의적 뉘앙스가 있다. 도시에서 다 바보같이 못 해도 농촌에 가면 농부는 할 수 있다는 말”이라며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농사는 절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작물은 씨만 뿌린다고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엄청 부지런해야 하고 신경 쓸 것도 매우 많다. 할 일이 없어져서 농사를 짓는 게 아니다. 농사는 여유와는 거리가 멀다. 제대로 하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이런 악플도 있었다. 예컨대 “부모가 그렇게 돈 들여서 교육시키고 서울 보내놨더니 농부 한다고 하면 퍽이나 좋아하겠다”는 식이다. 사실 이 대표의 주변 지인들조차 “너 너무 아깝다. 너의 커리어가 너무 아깝다. 차라리 한 50대쯤에 귀농하지 그랬냐”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휘둘리지 않았다.

 

이런 말들은 결국 국책연구원이 농부보다 더 멋있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뉘앙스가 다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농부들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을 하는지 어필해보고 싶었고, 농부가 좀 멋있고 힙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농부를 2~3년 할수록 농부만큼 가치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없는데 왜 이렇게 몰라주지? 왜 농부는 맨날 을이고 농산물 갖다 팔고 돈만 받아야 되는 존재고 왜 그렇게만 될까? 생각을 해봤는데 농부들이 농사 짓느라 너무 바빠서 자기가 얼마나 가치있는 삶을 사는지에 대해서 단 한 번도 프리젠테이션을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지 내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농사를 짓고 있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농부들이 할 시간이 없었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농부를 하고 내 자녀들도 농부가 하고 싶게 만들려면 농부가 좀 멋있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농부들은 너무 대우 받지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대표는 농부의 영역을 단순히 농산물 팔고 돈을 버는 역할에 국한하지 않으려고 했고 스토리텔링과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를 썼다.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즐거움들이 많은데 그걸 공유해보고 싶다는 것이 이 대표의 구상이다. 그런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뭐하농이다.이 대표는 “즐겁고 지속가능한 공동체여야 한다”며 “안 즐거우면 하지 말자”는 것을 사업 철학으로 삼았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즐겁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뭐하농은 △농업 디자인 굿즈 개발 및 제작 △농촌 축제 △농업 문화 프로그램 △농촌살이 교육 △농촌 상업 및 문화공간 조성 △팜가든 △팜키친 △카페 등 다채로운 농업 컨텐츠들을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이 대표는 현실적인 조언 차원에서 법률, 위생, 지자체 조례, 토목공사 등 행정적인 절차들을 미리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뭔가 신축하고 증축할 때는 꼭 “해당 지역 조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례 발표가 끝나고 세 사람의 창업 토크가 이어졌다. 

 

먼저 창업한 사람들은 하루에 몇 시간 일할까? 살인적인 노동시간이 예상되는데 셋 모두 직장에서의 노동시간에 비해 훨씬 길게 일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자기 사업을 하면 과로하기가 쉽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자신의 업무만 신경쓰면 되지만 사업은 그게 아니다. 혼자 다해야 한다. 올라운더가 돼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이 다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사업이 자리 잡을 때까지는 거의 휴일이 없다. 창업이 자리를 잡으려면 최소 3년은 버텨야 하는데 그동안 스스로의 노동 착취가 일상이 된다. 사실상 24시간 근무다. 절대 사업은 낭만적이지 않다.

 

아무래도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면 돈 문제가 가장 궁금할 것이다. 도대체 창업 비용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장 대표는 “법인 설립 비용이 100만원이었다. 세종시에 처음 왔을 때 생산직이랑 행정직이 대부분이었다. 뱃속에 아이는 있으니까 돈을 벌어야 했다”면서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리얼 그 자체인데 의외로 돈 나올 구석들이 좀 있다.

 

초기에는 지원 사업을 이용했다. 세종시에서 진행하는 청년창업프로그램에 들어가서 675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리고 나머지는 지인에게 빌리기도 했다. 자본에 대한 고민은 해결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생각보다 많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하는 지원 프로그램들(한국관광공사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많이 있다. 법인이 가진 땅이나 건물이 없다. 그래서 농사 짓는 부지는 저희들이 서울 전세금을 빼온 것이다. 땅도 100%는 못 샀다. 은행 대출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 명의가 바뀌면 땅을 담보로 또 대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표고버섯 농장을 굉장히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표고버섯은 한 달에 한 번, 2주에 한 번씩 현금화가 잘 된다. 괴산이 표고버섯으로 유명해서 가격이 정말 좋았다. 저희는 주식회사라 주주들이 주식 출자도 했다.

 

남 셰프는 “직장생활을 했지만 모아 둔 돈은 별로 없었다. 남양주에 있는 아파트를 팔았다. 그걸 가지고 서울 옥수동으로 가서 전세를 살았다. 그 다음 모자란 부분은 대출을 받았다. 처갓집에서도 빌렸다”고 설명했다.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아래 3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①창업을 왜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확신

②자신이 좋아하는 사업 아이템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결정 

③잘 풀리지 않더라도 참고 견뎌내는 존버 정신

 

①에 대해 남 셰프는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어떤 걸 할지를 명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손님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 상권 분석이 필수다. 그리고 내가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까? 이걸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치킨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치킨집이 잘 되는 것 같아서 그 업종에 뛰어드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채소가 좋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을 하고 그 상권에 맞는 메뉴들을 짜서 창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②에 대해 “창업을 왜 하려고 하는지를 먼저 진지하게 생각해야 된다”면서 무언가를 피하기 위한 창업은 안 된다고 조언했다.

 

편하게 살고 싶어서 또는 회사를 다니기 싫다. 그런 이유는 안 된다. 나를 창업하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그것이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한다면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피곤해도 되게 기쁘게 버틸 수가 있다. 그러니 그걸 먼저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 대표는 ‘존버 정신’을 설파했다.

 

1년 전 감자밭 이미소 대표님이 강연하는 것을 들었다. 감자빵을 만들기 위해서 100번 이상의 피보팅을 했다고 한다. 계속 변화를 하면서 버틴 것이다. 나는 존버하는 것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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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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