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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창업의 길①] 강릉에 있는 ‘스페인 음식점’이 잘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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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은 욕망 때문에 망가져
로컬 창업 할꺼면 관광객, 현지인 다 노려야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창업은 꼭 서울 또는 수도권 그것도 아니면 인구가 조금이라도 많은 광역 도시에서만 해야 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당연히 그럴 것이다. ‘시장 수요=인구’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획기적이고 특색있는 아이템이 있지 않는 한, 수요의 절대 규모 면에서 사람이 많은 곳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통념에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창업을 감행한 ‘로컬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9월28일 14시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용지관 컨벤션홀에서 개최된 <청년 창업 포럼>에 참석했다. 북구청년센터가 공을 들여 주최한 행사였다. 포럼의 부제는 ‘로컬 창업을 위한 특별한 강의와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다. 

 

 

이날 특별 강연자로 참석한 박찬일 셰프는 이탈리아 사례를 거론하며 로컬 창업이 활성화 돼 있다고 환기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탈리아는 작은 나라들로 쪼개져 있는 세월이 상당히 길었다. 1800년대에 이르러서야 ‘주세페 가리발디’라는 영웅에 의해 이탈리아는 통일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기본적으로 지역색이 상당히 뚜렷하다. 특히 북부와 남부는 같은 국가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산업과 문화면에서 상당히 이질적이다.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도 지역마다 특색이 다양하다. 같은 국가 안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다른 민족들이 공존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하면 지역색이 약하다. 고려 이후 조선까지 천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통일 국가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토가 협소한 만큼 상호 교류가 잦아 지역적 특색이 강하게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박 셰프는 이탈리아적 특성으로 말문을 꺼냈고 로컬과 직결된 ‘슬로우 푸드’의 개념을 설명했다.

 

슬로우 푸드의 핵심은 유기농이 아니다. 유기농을 포괄하고 넘어서는 지역성과 소수에 대한 보호와 육성, 그것을 넘어서는 ‘즐김’이 핵심이다. 로컬이니까 보호해주고 지원해주는 개념이 아니라 ‘로컬은 훨씬 맛있다’ 거기서 출발한다

 

 

박 셰프는 대한민국 모든 청과물이 대부분 가락시장에서 배송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은 로컬개념이 사실상 없다”고 주장했다. 유통 구조상 최대치의 청과물이 집결하는 가락시장에서 거래해야 비용이 덜 들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로컬이니까 봐주세요? 이런 게 있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지역 언론도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다. 그렇게 안 하면 지역이 고사할 위험에 빠져서 그런다. 그럼 지역 로컬이 자생할 능력이 없는가? 그건 매력이 없기 때문인 이유가 5할은 된다. 왜 매력이 없을까? 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중간에 붕 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특성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로컬이 그동안 대우를 받지 못 한 게 장점이 된다. 왜냐면 할 게 정말 많다. 방금 유럽의 로컬은 잘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에 비해 한국은 지방자치를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내실도 떨어진다. 그런 면에서 시작이니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이 되게 좋다. 농부, 어부도 출퇴근 할 수 있다. 인근 시에서 농촌과 어촌으로 출퇴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로컬은 독특하다. 인적 구성도 잘 순환되며 교통도 좋고 로컬의 개성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할 게 많다

 

그렇다면 ‘지역 음식’으로 어떤 걸 선택하면 좋을까. 박 셰프는 꼭 “천편일률적으로 로컬에서 한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설파했다.

 

해안가가 식당을 함에 있어 정말 유리하다. 상시로 관광하는 사람이 많고 이에 따라 숙소도 많다. 수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해산물을 이용한 식당이 정말 많다. 하지만 거의 한식 위주다.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다른 요리 기법을 가지고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강릉에는 스페인 요리 식당이 두 개가 있는데 정말 잘 된다. 왜냐하면, 강릉 수산물 시장 가서 회 한 번 먹고, 문어 대친 거 먹고 나면 물리기 때문이다. 그럴 때 관광객은 새로운 음식을 찾게 된다. 

 

즉 해당 지역의 유명한 음식 또는 전통적인 한식으로 범위를 좁혀서 창업할 필요가 없다. 사실 이미 그 지역에서는 레드오션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택되지 않은 음식을 찾아봐야 한다. 

 

셰프들은 제주도에 가서 다양한 음식들을 한다. 프렌치 요리도 하고 스시집도 한다. 이태리 음식은 물론이다. 그런 식당들이 되게 잘 된다. 왜 그럴까? 제주도에 있는 식당은 관광객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도민도 상대한다. 그 사람들도 다른 나라 음식, 다양한 음식들을 즐기고 싶어한다. 그런 것들이 로컬의 힘을 살리는 거다. 로컬에 가면 그 로컬 음식을 가지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 말고 자기가 평소 잘하는 음식을, 현지 재료를 차용해서 하면 된다.

 

 

박 셰프는 로컬에서 창의적인 음식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노포”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스타그램 리뷰로는 알 수 없는 소중한 발품 정보들이 있다는 취지인데 이를테면 육로로 갈 수 없는 제주도가 그렇다. 

 

강릉을 예로 들자면 강릉만의 음식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는 잘 안 보인다. 강릉의 특산물 그러면 좀 뻔하다. 하지만 지역을 돌아다니면 보이는 게 있다. 오만가지 다양한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제일 잘 드러나는 게 제주도였다. 왜 그러냐면 일단 제주도는 격오지다. 비행기나 배 아니면 접근하기 힘들다. 그래서 한정된 사람만 입도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지역색이 되게 강해서 지역 음식 또한 상당히 특이하다. 대표적인 예로 고기국수가 있다. 그래서 셰프들이 제주도로 많이 갔다

 

로컬의 강점은 많다. 박 셰프는 산낙지, 육회 등 날 것으로 먹는 음식을 예로 들며 산지의 중요성을 설명했는데 아무리 냉장 및 운송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현지에서 먹는 것보단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날음식은 로컬에서 먹는 게 더 맛있을 수밖에 없다. 농산물과 임산물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지역에 가면 체험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갯벌 지역에 가서 낙지 등을 직접 잡아보는 산뜻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의 로컬의 재미이자 강점이다.

 

 

박 셰프는 지역이 관광 수요에 목매는 현실로 인해 지역 음식의 퀄리티가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패키지 관광여행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과 음식 구성이 획일적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 셰프는 “로컬은 욕망 때문에 망가진다”고 표현했다.

 

로컬은 욕망 때문에 망가진다. 로컬이 소비되는 방식이 관광버스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대략 50명씩 내리기 때문에 식당에서 회전율을 높일수록 돈은 많이 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식당은 대략 5만원으로 협정 가격을 정한다. 모든 집이 똑같이 한다. 한 집에 예약을 맡겼으면 다른 집으로 간다. 그렇게 되면 맛은 떨어진다. 나는 그 집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다만 먹고 사는 방식이 이상해진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로컬에 들어가서 변화시켰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말이다. 물론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 가능하면 그분들(로컬 식당)과 소통하고 자극을 줬으면 좋겠다. 거꾸로 여러분들도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다. 나라면 목포에 가서 갓 삶은 수육으로 홍어 삼합집을 할 것이다. 그래서 그 지역의 사람들이 바뀌도록 만들어 줘야 할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패키지를 안 좋아한다. 수요에 맞춰서 먹고 싶어 한다. 그런 방식을 로컬의 방식과 접목해서 할 수도 있다.

 

박 셰프는 패키지 관광에 의존하는 로컬 음식의 현실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컬 식당들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몇 만원 짜리 세트를 만들어 놓고 판매한다. 그렇게 되면 천편일률적인 형태가 되고 특색이 없어진다는 게 박 셰프의 주장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돈을 벌어야 업을 유지할 수 있는 로컬 식당들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또한 로컬 음식점들이 놓치면 안 되는 게 있다.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면 안 되는데 만약 홍어삼합으로 장사를 한다고 하면 좋은 홍어를 구해와서 잘 삭히면 그만일까? 박 셰프는 홍어에만 올인하다 놓치는 게 있다고 했다.

 

홍어삼합이 맛없는 집이 있다. 이런 집을 보면 홍어는 아주 잘 삭혔다. 그러나 수육이 맛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즉 홍어에다만 힘을 주다 보니 수육의 품질은 별로 신경쓰지 않은 것이다.

 

 

최근 지역마다 전통시장에 청년들이 들어가 창업하는 걸 권장하는 분위기가 있다. 물론 나쁘진 않다. 그러나 유의할 게 있다.

 

(전통시장에서의 청년 창업이) 성장하려면 천천히 해야 한다. 다른 지자체가 하다 보니까 너도 나도 하는 경향이 있었다. 결국 졸속화되어 청년들이 상처를 받고 떠나는 일들이 있었다. 지역에 융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시간을 주지 않는다. 예산을 따면 내년에 바로 집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 그래서 청년들이 요구해야 한다. 시간을 좀 달라. 현지에서 적응할 수 있게 도와달라. 이렇게 말이다. 그리고 현지에서 장사를 할 거면 당연히 현지 식재료에 대한 공부와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컨대 만선호프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노포 호프집인 ‘을지 OB베어’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호프집이 훌룡한 게 뭐냐면 장사가 잘 되도 가게를 넓히지 않았다. 묵묵히 4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했다. 가게를 넓히면 돈을 더 벌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넓히지 않았다.

 

나아가 박 셰프는 거대 호프 체인점으로 성장한 ‘역전할머니 맥주’와 같이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할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원래 전북 익산의 한 호프집이었다. 그 어머니가 지금도 살아계시는데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역 앞에서 가게를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물론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텔링이 가게를 홍보하는데 도움을 준다.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에 지배되지 않는 자기 철학이다. 박 셰프는 ‘제주도 식당 창업 프로그램’에서 만난 제자에게 로컬 재료가 비싸서 수입 재료를 쓸 바에는 “그냥 그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고 지도해준적이 있었다.

 

로컬에 가면 무조건 로컬을 써야 한다고 교조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다. 제주도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생선은 동태다. 해안가에 있는 물회나 돔은 해안가 사람들이 주로 먹는다. 일반 시민들은 통상적으로 육고기나 동태를 좋아 한다. 내륙 사람들의 식사 방식과 유사하다. 대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비슷하다. 우리는 그걸 착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박 셰프가 가르친 학생들 중에는 제주도에서 햄버거집을 오픈해서 성공한 창업가가 있었다. 편견 섞인 시각으로 봤을 때는 제주도와 햄버거는 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역시나 편견이었다.

 

로컬에 가서 뭘 한다고 했을 때 로컬적인 것에 너무 매몰되면 안 된다. 로컬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파는 것도 중요하다. 제주도 사람들은 햄버거를 먹고 싶어한다. 한치, 물회 보다도 말이다. 특히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치, 물회는 널려 있기 때문이다. 현지 사람들이 먹고 싶어하는 것을 팔면 그것이 현지화 즉 로컬라이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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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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