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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원 월급으로는 생활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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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통상 기초의원들이 급여를 셀프로 인상해서 비난가능성이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그러나 민생당 소속 하주아 남구의원(광주광역시)은 기초의원 급여가 300만원이 채 안 되는 현실에서 본업으로 경제활동을 못 하게 막고 있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지난 6월30일 남구의회 사무실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이건 월급(수준)이 아니다. 구의원이 되려면 자기가 별도로 사업체가 있던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 받아서 자기 가정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현실적이지 않다”며 “밖의 직업을 못 갖게 하려면 받는 걸 현실화시켜주는 게 맞다. 퇴직금 이런 것도 없고 이게 전국적으로 110만원 의정비 정도인데 세수까지 좀 더하면 300만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거 갖고 한 가정을 유지? 어렵다. 결국 뭘 해야 하는가. 다른 데에서 벌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원이나 그런 분들은 모르겠는데 기초의원은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묶어놓으면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설파했다.

 

 

사실 ‘기초의회 폐지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기초의원들의 급여를 현실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왕 존치시킬거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급여를 현실화시키자는 것이 하 의원의 소신이다. 2018년 부산 지역 기초의원들도 “전업 구의원이 많아 급여 수준으로 의정비를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하 의원은 건축 전공으로 정치 입문 전 20여년간 대학에서 강의를 해왔다.

 

하 의원은 “시간강사 뛰는 것도 못 하게 한다. 내가 배운 것이 있어서 나가서 강의해야 하는데 왜 그걸 못 하게 하는가”라며 “우리가 (의정활동으로 구정 감시 및 견제를 하며) 5급 정도 사무관과 이야기를 하는데 사무관 정도 월급을 못 받고 있다. 사무관 정도도 못 받는다면 6급 15년차 월급으로 맞춰주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의원 4년 하고 끝나는데 그동안 직장을 다니면 퇴직금이 나온다. 근데 구의원은 없다”며 “(임기 끝나면) 학교 가서 강의를 해야 하는데 4년간 못 하게 되면 학교와 멀어지는데 나중에 돌아와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결론적으로 의정활동에만 집중하게 하려면 급여를 현실화시키든지, 그게 아니면 다른 경제활동이라도 가능하게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KBS 수신료 인상 논란과 같이 기초의원들이 주민 신뢰를 쌓는 것이 먼저라는 비판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간단치 않은 문제다.

 

윤은기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권과 의회 지형이 함께 바뀌면서 시민들의 기대는 높은데 의회는 여전히 구태를 답습하는 모양새다. 기초의원을 직업이 아닌 봉사직으로 생각하고 국민 정서에 맞게 의정비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은재식 우리복지연합 사무처장도 “급여 인상보단 먼저 의원들의 역량을 키우고 시민과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방의회 의정비가 현실화돼야 하지만 그에 앞서 겸직금지 등을 통해 의정활동에 전념할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정활동에만 집중해서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하 의원의 취지다. 그걸 오해하면 안 된다. 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남구의회에서 업무추진비 등이 좀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하 의원은 “업무추진비가 별도로 있다. 이를 활용할 때 사용에 대한 영수증 철을 하는데 영수증만 할 게 아니라 거기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사진까지 다 첨부하게 돼 있다”며 “근데 그렇게 안 한다. 같은 민주당이니까 말을 못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사무감사 때 이런 지적을 하는데 투명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 토론을 했다고 하면 얼굴이 안 나왔더라도 뒷모습이라도 들어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2014년과 2018년에 내리 당선된 재선 구의원이다.

 

하 의원은 “2010년도에 처음 무소속 출마했다. 그때 당시 조두순 사건이 너무 가슴이 아팠고 세모녀 사건 등이 있었고 어수선한 일들이 많았다. 나도 그때 3살짜리 딸이 있었는데 나영이 사건이 남일 같지 않았다”며 “당과 정치를 잘 몰랐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순수하게 나왔는데 3000표 가량(2842표 8.47%) 받았다. 그분들이 날 모르고 찍어주신 건데 날 지지해준 분들의 자존심을 살려줘야겠다 싶어서 사업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입문을 하려고 나서게 됐다”고 풀어냈다.

 

그동안 하 의원은 건축 전공을 살려 대학과 사업 현장을 오가며 열심히 활동했다고 한다.

 

하 의원은 “학교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시간강사로 계속 하고 있었다. 25년 정도 대학 강단에 있었다. 조선대, 광주대, 순천대, 초당대, 전주대 등 보따리 장수와 같이 대학 강의를 쭉 해왔다”며 “건축 디자인쪽이라 설계나 이런 걸 할 때 학교에만 있으면 좀 감각이 떨어진다. 그래서 사업자등록 하나 내고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연계시키면 감이 안 떨어지니까 전문 건설업을 냈고 실내건축업 전시 면허를 받았다. 학생들이 직접 와서 현장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의정활동을 할 때 건축 전문성을 얼마나 활용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하 의원은 관련 상임위에 가지 못 했다. 이해상충 때문에 제척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건축 전공을 살리고 싶어서 사업을 잠시 접었다.

 

하 의원은 “요즘에는 의정활동에만 집중하고 있기도 하고 최근 (사업 관련) 입찰율이 떨어지니까 이제는 폐업을 했다. 지금은 자유롭다. 내가 그 건설업을 하고 있을 때는 상임위로 못 들어갔다”면서 “원래는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게 맞다. (그래서 전문성 살려서 관련 상임위 들어가려고 폐업했는지?) 그런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까지 10개월 남았다. 하 의원이 소속된 민생당은 당 상황이 많이 어수선하다. 하 의원은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는 그런 간절함이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대신 “주민 선택에 따라 되면 좋고 안 되면 원래 하던 내 사업을 하면 된다”는 가벼운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사실 본인 진로를 정치권에만 맡겨놓고 “목숨걸고 하는 스타일”이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하 의원은 “내가 민생당 광주 동구갑 지역위원장이다. 아마도 셀프 공천을 할 것 같다. 셀프 공천을 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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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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